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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처서가 지나니 바람의 모습이 다르다. 가을의 향기를 머금고 다가온 바람이 팔뚝에 감기면 서늘한 느낌이 신기하다. 어제까지는 끈적이고 불쾌했는데 이렇게 감미로울 수 있다니. 날씨의 변화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지나가는 여름에 대해 이번엔 아쉬움이 덜하다. 바닷가에 세 번이나 가는 행운을 누렸기 때문이다. 두 번은 미국에서 온 딸과 손녀들과 함께였다. 아이들 덕분에 보령의 머드 축제며 동해안 경주의 ‘나정 고운모래 해변’이란 예쁜 이름의 해수욕장에도 가 볼 수 있었다.세 번째는 대구의 지인 부부와 함께 가게 되었다. 남자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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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8.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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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란 대한민국에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일본에게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날이니 얼마나 감격적인가? 그 날, 대한민국의 모든 백성들 중에 만세를 부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나라? 나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나라가 없다고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렇게 나라를 되찾기를 바랬을까? 아님, 나라가 없으니 자존심 상해서? 압박 받고 멸시 받으니까?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길 그 당시, 우리나라의 나랏님은 백성들을 보호해주고 도와주고 먹을 것을 골고루 잘 나눠 주었을까? 아니면 모래가 섞인 쌀을 나눠주고 그거라도 감지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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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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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네 식구들과 함께 보내느라 영천을 열흘 쯤 비웠다가 돌아왔다.집 안팎에 잔디가 자란 것은 봐줄만 했지만 텃밭으로 눈을 돌리자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바랭이가 키 크게 가득 텃밭을 메워서 내가 심은 작물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일홍과 백합꽃이 목울대를 올려 턱 밑까지 쫓아온 잡초 군락에서 살아나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사흘 동안 잡초의 키를 낮추느라 작두와 원예용 가위를 썼다. 다음 사흘은 잡초의 뿌리를 제거하는 일로 보냈다. 전부 다 뽑지는 못했지만 텃밭의 모습은 그런대로 되돌아왔다.빨갛게 익은 토마토에 연하게 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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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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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할 일이라니.... 무슨 거창하고 심각한 일을 말하려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의미를 느껴서 중점을 두는 일이라고 바꾸어 말하면 어떨까?후세를 키우는 일이 그 중 하나다. 누구나 하고 있는 일이지만.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네 가족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 하나 뿐인 딸에게는 두 외손녀가 있다. 큰 외손녀 줄리아는 지난 가을 대학생이 되었다. 생물학이 전공이고 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 병원에서 인턴 실습을 할 수 있을지 물어 왔다. 인턴? 처음에는 부정적인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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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7.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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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왔다. 날씨가 무더워지자 모두들 비를 기다린다. 언론에서는 장마가 곧 닥칠 것이라고 했지만 영천에는 아직 큰 비는 오지 않았고 대신 며칠에 한 번씩 비가 내린다. 영천은 전국에서도 손꼽을맡큼 비가 귀한 곳이다. 그래서 과일이 잘 되는 곳이기도 하다.비가 와 주어 숨통이 트인다. 텃밭에도, 동림원에도 식물들이 생생해진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동림원 여기저기에 살구의 황금 색이 선명하다. 초록색 잎이 무성한 살구나무에 잘 익은 살구가 주렁주렁 열렸다.첫번째, 앵두, 두번째, 체리 그 다음으로 살구가 익었다. 앵두는 나무 두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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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7.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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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칼럼에 쓴 두더지 얘기로 많은 분들의 전화를 받았다. 그래, 결국 두더지는 퇴치됐느냐? 죽었거나 살았거나 두더지라는 놈을 보기는 했느냐?답은 ‘아닙니다.’ 약을 넣은 곳을 전부 파서 확인하지 못한 채로 그저 두더지의 활동이 둔화되었다고 느끼는 정도에서 단념했다. 신품종이라고 해서 설레면서 심었던 자두와 살구의 교잡종인 ‘심포니’와 ‘티파니’ 두 종류의 플럼코트 16그루 중 13그루가 고사했고 3그루가 겨우 살아남았다. 나무가 내 손힘만으로 쉽게 뽑히는 것을 미루어 보니 이미 두더지가 뿌리를 흔들어 놓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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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6.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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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듯, 올 듯 하며 오지 않은지 한 달이 넘었다. 봄에 심은 어린 묘목이 뿌리를 내리지 못할까 걱정되었다. 며칠마다 어스름 저녁이 되면 동림원에 가서 어린놈들에게만 따로 물을 주었다.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도 이상했다. 잎이 점점 시들어간다.아! 정말 목 타는 가뭄이야. 저 깊은 땅 속까지 빗물이 스몄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두 생생하게 살아날 텐데...우리 과일나무를 가끔씩 돌봐주는 조경회사 사장님이 어느 날 들러서 나무를 봐 주시겠단다. 그렇지 않아도 물 줄 때가 되었으니 부탁 좀 해야지. 헌데 호스로 물을 주시던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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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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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5월엔 여느 해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날이 있었다. 바로 –20대 대통령 취임식-이다. 이 아름다운 날을 두고두고 기념하고 싶다. 이유 중 한 가지는 내가 그 취임식에 영광스럽게도 초대 받았기 때문이다. 이곳 시골 영천에서 대통령의 당선을 간절히 바랬던 사람으로서 똑같은 염원을 가졌던 사람들을 대신해서 초대 받았다고 생각한다.취임식 전날 서울까지 기차로 여행한 후 호텔에 투숙, 아침 일찍 취임식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메가 도시 서울에 와서 초만원인 출근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정해준 마이크로버스에 승차한 후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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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5.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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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이 가사의 노래, 모두들 부르며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오월은 연초록 빛깔이 온 산하를 감싸고 하루하루 자라는 식물의 성장이 눈에 보이는 계절이다.어린이날이 이 달에 있다는 것이야 말로 오월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반증이다. 어린이날이 없었으면 오월의 가치가 퇴색하고야 말았을 것 같으니 말이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가사로만 보면 해맑은 오월의 천지가 온통 어린이 차지인 듯 하지만 이 날이 제정되었을 때의 그 세상은 어린이들의 인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을 때였다.일제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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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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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동림원이 개원을 알렸다. 많은 손님을 모시고 정식으로 개원하는 것은 1년 후로 미뤘지만 이제까지 준비해온 대로 일단 개원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동네 이웃 분들과 몇몇 가까운 친지로만 말이다. 날짜가 4월 9일 토요일로 정해짐에 따라 많은 일들이 바쁘게 이뤄졌다. 안내판이 개원 이틀 전에 도착했다. 총 19개의 안내판을 정해진 장소에 고정하기 위해 두 대의 차량과 세 명의 인부가 움직여야 했다. 포클레인이 땅을 파면 인부들이 적당한 깊이에 정확한 방향으로 안내판을 꽂은 후 시멘트와 물을 섞어 고정한다. 다음 포클레인이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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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4.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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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 꽃구경을 갔던 며칠 전, 아침 호텔 조식 뷔페식당에서의 일이다. 손님 모두 마스크를 했고 손엔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어 코로나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음식을 덜어 먹는 집게를 여러 사람들이 만지는 데 따른 대책이지만 조금 불편하긴 했다. 음식을 가지러 몇 번 식당을 가로지르다 보니 왼팔에 기브스를 한 나이든 신사가 음식 접시를 장갑 낀 오른 손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홀 안에는 여러 명의 깨끗한 복장을 한 남자 종업원들이 보였지만 그 노인에게 특화된 서비스는 없었다.-쨍그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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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
2022.04.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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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월달에 우리 부부의 금혼식이 있었다. 골든 애니버서리라고 해서 결혼한 지 50년을 기리는 기념식이다. 옛날에는 내가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고 그런 까닭에 그 일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별로 하지 않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가고 나는 조금도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금혼식이 다가온 것이다. 하긴 거울을 볼 때 마다 목주름이 내 시선을 방해하곤 했다. 때문에 거울을 보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니 늙지 않았다고 말해 봤자 자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내가 관심이 없었다고 했지만 남편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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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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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봄비도 없이.올해의 봄은 두려움 속에서 살그머니 다가왔다. 봄비도 없이.전국이 가뭄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강원도와 경북 등 산악 지대에서 산불이 일어나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사태까지 갔다.오미크론으로 변신한 팬데믹 사태도 일일 확진 수십만 명으로 늘어나 온 세상이 두려움 속에서 떨고 있는 듯하다.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작은 액수의 성금이라도 모았고 BTS의 100억 성금,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기부 등이 뒤를 이었다.이 세계사적인 어려움 속에서 전 국민은 대선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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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3.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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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이 회색이다. 두터운 구름 이불을 덮고도 해는 묵묵히 자신의 궤적을 따라 중천으로 움직여가고 있다. 바람을 모두 빨아들였는지 바깥 경치는 숨을 죽인 듯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런 날은 우울증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블루’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날씨가 이렇게 도와주지 않으니 어쩌나. 이런 날도 견뎌야 한다. 좋은 세월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좋은 날씨만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바람이 없고 흐리기만 한 날씨니 곧 눈이나 비처럼 농사에 도움 되는 기상 현상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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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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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열두 달 중에 2월을 가장 좋아한다는 유 선진 수필가는 그 이유로 몇 가지를 들었다.‘우선 그 부족함이 좋다. 다른 달에 비해, 두세 날이 모자라는 겸손에 정이 간다.’ 라고 했다.두 번째로 ‘그 많은 공휴일이 2월에는 없는 것이 맘에 든다.’고 했다.세 번째로 ‘새해의 들뜸은 1월에 양보하고, 봄 입김의 설렘은 3월에 넘겨주고 묵묵히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2월은 낮추는 자의 겸허를 보여 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안에 ’입춘‘을 품으며 봄의 ’소망‘을 알려준다고도 했다. 그렇게 보면 2월은 정말 소박한 들꽃과도 같은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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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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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져 추위가 일상이 되어가고 가끔씩 계절에 지칠 무렵,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이 자그마한 불씨를 피어 올린다. 새로운 희망이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하다.누구나 알다시피 설은 한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아니 춘절이라고 구정 설을 기리는 명절 행사가 거대한 중국 대륙을 휘감는 것을 감안하면 동북아지역 최대의 명절이라고 해도 과언이랄 수 없다.이런 설 명절이 코로나 19 역병의 여파로 많이 움추러들었다. 떠들썩하게 가족들이 모여 제사 음식을 준비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미풍양속이 축소되고 퇴색되었다.그래도 시골엔 설이 가까워 오면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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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1.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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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7일자 농민신문에 나 태주 시인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는 “노년은 일생 가운데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이라고 말하며 인생 삼여(人生三餘)를 얘기한다. 즉 하루 가운데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은 밤의 시간이고, 1년 중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은 겨울철이며, 일생 중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은 노년이라고 말이다. 이제 깊어진 겨울밤에 시인의 말을 음미하며 그의 시를 다시 읽는다.풀꽃 1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진대 그는 이미 대한민국의 국민 시인이다.그가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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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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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해를 맞아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본다. 작년 중반만 해도 연말까지만 버티면 코로나가 물러날 줄 알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 때는 도리어 희망적이었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나타난 지금, 그래서 서둘러 3차 부스터 샷까지 맞아야 하는 지금이 도리어 자욱한 안개 속에 있는 것 같다.인류는 언제나 좌절을 극복해왔다고 알아왔다. 그 끔찍한 히틀러의 시대도, 식민지 치하의 영원할 것 같았던 암흑의 시대도, 인류는 지나왔다. 같은 인류에게 저지른 만행, 피부색이 다르다고, 종교가 다르다고, 또는 자기보다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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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2.0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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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가 예산이 역대 최고인 607조원으로 결정됐다. 농업, 농촌의 예산은 고작 ‘2.8%’ 라는 농촌, 농업 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전국 농민회 총연맹은 예산안 통과 즉시 성명을 내고 ‘농업 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작을뿐더러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농정을 준비할 예산으로는 수준 미달’ 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이 있다. 농민회는 지금이 ‘전환의 시대’ 라는 점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현실 인식으로 보인다. 물론 농업 뿐 아니라 전 사회가 지금 ‘전환의 시대’ 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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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1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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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텃밭은 적막하다.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석양은 기울고, 나의 긴 그림자는 옅어지는 하늘 빛 속에서 자취도 없이 스러진다. 가끔은 하늘에 붉은 황혼 한 줄기가 꼬리를 끌 때도 있지만 날씨가 흐릿하고 바람이 지금처럼 부는 날은 체감온도가 더욱 내려간다.드디어 겨울이 오나보다. 10월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11월이 되어서까지도 겨울은 다리를 무겁게 끌면서 다가오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덕분에 노란, 빨간 단풍잎을 모아서 책 속에 끼워두는 날들이 길었고, 노랗게 물드는 모과를 서둘러 따지 않고 오래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장미나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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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1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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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제목이다. 어느 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도 쉽게 말 할 수 없는데 하물며 불특정 다수인 시골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면 수긍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우리는 종종 시골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총체적으로 비난하는 소리를 듣곤 한다. 주로 귀촌, 귀농한 사람들에게서다. 며칠 전 장날에 장에 나가는데 예쁜 꽃집이 눈에 띄었다. 통유리로 된 전면 창에 갖가지 식물들이 즐비하고 날씨가 찬데도 건물 앞에 온통 꽃 핀 화분 천지다.흥미가 생겨 들어갔더니 웬걸 커피숍이다. 안팎의 꽃들에 대해 치하한 후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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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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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의 –잊혀진 계절- 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아름다운 10월, 매년 10월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올해도 중순경에 깜짝 영하로 내려가 (중부 이북) 사람들을 깜짝 놀래켰지만 곧 다시 멋진 10월의 날씨로 돌아갔다. 그 잠깐의 놀라움이 있었기에 나머지 날들이 더욱 값지고 소중한 보물 같았다.그런 10월이 간다. 남쪽 창가에 심은 붉은 장미들이 아직 10월을 예찬하고 있다. 겨울에 굵은 가지 위주로 전정해 준 장미는 5월이 되어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여름의 장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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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11.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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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추석은 가을의 초입에 있었으므로 중추절이란 이름이 무색했다. 이제 10월의 한 가운데를 지나면서 논에 황금 벼가 출렁이고 감나무의 주황빛 감이 이곳저곳 보이니 가슴 또한 충만해진다. 이제 말 그대로 가을의 한 가운데, 중추에 와 있는 것이다.대추가 영글어 커지기 시작하면 나무에서 직접 따먹는 맛이 기막히다. 긴 장대를 통해 감도 딴다. 고추는 거의 다 땄고 누렇게 익은 놈을 골라가며 콩도 수확한다. 지난 주 친구들이 왔을 때 같이 땅을 파서 얻은 고구마도 상자 가득 있다.아쉽게도 땅콩의 수확이 부실하다. 내년엔 미리 땅콩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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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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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부터 날씨가 쾌청하였다. 우리 집을 방문하기로 한, 두 팀의 손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손님맞이로는 역시 청소가 기본이다. 도우미 아줌마가 고택 앞을 쓸다가 내게 손짓했다.“여기 뱀이 살아요?”“딱 한 번 본 적 있는데요. 왜요?”그녀는 내게 뱀 허물이노라고 보여주었다. 처음이었다. 정말 뱀 껍질이었고 두어 달 전 내가 본 그 뱀 크기였다. 어쩌지? 유 튜브에서 본 바로는 뱀은 자기 서식지를 떠나지 않는다는데 그 놈하고 같이 지내야 할 판이니까. 내가 보았을 때 뱀은 우리 집의 빗물받이 속으로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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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10.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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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초기였으니 작년 봄 쯤 되었을 것이다. 유 튜브에서 사람들이 길가다가 픽픽 쓰러지는 영상이 올라왔다. 팬데믹의 비탄과 공포 속에서 그 영상이 코로나 19에 걸린 사람들의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기도 했다. 아니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고 반신반의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만큼 사람들은 이 미증유의 대 환란 앞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했고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를 정도의 충격을 받아 흔들리고 있었다.그로부터 1년 반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코로나 시국은 백신 개발이라는 대 호재를 맞아 거의 정복되는 듯 보이다가 변종 바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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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9.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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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도 아니었다. 비가 많이 오다가 갑자기 활짝 개어 마음이 부풀어 오르던 날도 아니었다. 평범한 날이었다. 날씨는 대충 개어 있었고 아침녘이라 바람은 잔잔했다.남편과 나의 아침 식사도 조용했다. 여느 날처럼 앞에 멀리 보이는 침수정 정자를 바라보며 조상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품은 채, 조근 조근 얘기를 나누면서 아침 식사를 거의 끝내던 참이었다.접시는 거의 비어 있었고 우리들의 커피 잔도 대충 비워져 가던 때였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오늘의 아침식사가 여니 날과 다른 것을 알아차렸다. 바로 어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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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9.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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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광복절이 지났다. 매년 그렇듯이 이때쯤이면 가을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대기에 스민 한기가 그렇고 흘러오는 바람 냄새가 그렇다.이제 여름은 갔노라고, 그렇게도 뜨거웠던 태양빛은 이제 그 열기를 잃게 된다고 귀청을 울려대는 매미 소리가, 하늘을 나는 고추잠자리가 말하고 있다.물론 아직 8월이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새벽 잠자리에서 이불을 끌어당기면서 벌써 가을인가? 되뇐다. 가을을 느꼈을 땐 먼저 텃밭을 정리해야 한다. 농부가 수확할 시기를 잃어서도 안 되고 파종할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된다는 것을 농촌에 내려온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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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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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딸네 가족이 드디어 미국으로 돌아갔다. 출국 사흘 전에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하고 음성으로 판정받은 결과를 서류로 만들어 출국 시에 제출하는 어려운 일을 무사히 마친 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옆에서 까르르 웃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생각나 얼마 동안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그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좋았다. 손자들은 와서 반갑고 가서 또 반갑다는 말대로 힘들기도 했나보다. 가벼운 몸살도 앓았다.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던 동림원을 돌아보았다. 잡초의 키가 훌쩍 커져서 다시 제초를 해야 했다. 관수 파이프 줄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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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8.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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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다른 해 보다 일찍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이곳 영천은 다행히 가까운 곳에 해수욕장이 많아 미국서 온 손녀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해변에서는 마스크를 해야 하겠지만 물속에 풍덩 들어가면 자유가 아닌가? 수영복을 사겠다고 대구에 나가면 안 되겠느냐고 한다. 대구는 인구 240만의 대도시니 그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을 어디서건 살 수 있을 텐데 과연 어디로 데리고 나가야 좋을까? 나름 고민도 했는데 인터넷으로 벌써 알아보았단다. 이렇듯 구글 검색이 생활화된 아이들이다. 3주가 다 안 되는 체재 기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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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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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장마가 시작되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길을 뚫고 미국서 귀국한 딸이 렌터카로 영천 집에 도착했다.미국에서 모더나 백신 2차 접종을 끝낸 딸과 외손녀 둘이 7월 1일에 막 시행한 자가 격리 면제의 혜택을 받고서 한국에 온 것이다. 사위는 직장 때문에 오지 못 했다.도착한 시간은 한밤중, 대기에 꽉 찬 수증기가 목 끝까지 차올라 더욱 짙은 어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한국에 3주 머무를 예정이니 2주 자가 격리 면제가 그들에겐 황금과도 같은 기회이다. 그러니 비가 쏟아지면 어떠랴? 한밤중이라면 어떠랴. 한국에 온 것만도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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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7.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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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잡초의 공세에 놀란 얘기를 쓴 적이 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6월 7월이 특별한 이유는 생명력의 폭발에 있는 것 같다.갑자기, 모르는 사이에, 마치 불꽃놀이 때 불꽃이 터지듯, 여기저기에서 크고 무성하게 농작물이 팽창한다. 일러서 ‘폭풍성장’한다고 말한다.하긴 사람도, 동물도 자랄 것이다. 하지만 식물들처럼 짧은 기간에 가시적으로 확연히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아침마다 빈손으로 집 앞뒤 마당과 텃밭을 둘러본다. 자칫 호미나 전정가위를 손에 들면 한 바퀴 도는 것이 부지하세월이다. 그러면 아침 식사가 늦어진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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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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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친구가 영천까지 내려왔다. 방문하겠다고 전화해서 1박 하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을 때 내 마음은 설레었다. 남편이 있는 부인네의 입장에서 혼자 지방에 사는 친구의 집을 방문해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은 우리네 나이 대에서는 아직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잠에서 깨었을 때 친구는 문득 내가 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영천 망정 정류장에서 친구를 만나 차로 집으로 데려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친구는 안으로 들어설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정원의 식물을 둘러보기 바쁘다. 바위틈에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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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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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랄까, 자연의 섭리랄까, 기후가 변화무쌍한 것 같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동서양의 많은 시인들이 찬탄했던 5월이 올해는 잦은 비로 봄장마니 뭐니 하는 원망의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5월이 처음 시작될 때는 기대가 많았다. 잔인한 달 4월이 지났으니 찬란한 5월이 올 줄 알았던 거다. 노천명의 –푸른 5월-이란 시에서 시인은 서두를 이렇게 시작한다. -청자 빛 하늘이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여인네 맵시 위에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5월이 여름의 시작이라고 이 시인은 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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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6.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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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5월의 아침, 여느 때처럼 아침 산보를 위해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와 잔디밭에 한 발을 막 내 디딜 때였다. 딛기 위해 올린 내 오른 발이 잠시 주춤했다. 아주 잠시, 그러다가 땅을 밟았다. 그것도 꽃잎 위로. 마당엔 이 곳 저 곳, 영산홍 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선홍색 다섯 방향으로 갈라진, 여전히 생생한 꽃 이파리..... 얼마 전까지 풍성한 무리 꽃을 자랑하던 영산홍이 지난 밤 세찬 바람에 거의 떨어져 마당에 흩어졌던 것이다. 꽃길로 변한 것이 이번만이 아니다.매화꽃도 모과 꽃도 마당에 흩어졌었다. 그 때 꽃잎을 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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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5.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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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평생을 지낸 서울을 떠나 이 곳 영천으로 완전히 이사를 했다. 5년 동안 두 집살이를 한 후에 드디어 서울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영천에 주민등록도 해 두고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이 곳 친구들도 더러 사귄 터라 심리적으로는 특별히 이사 오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동안 물건 사면서 불편하지 않게 두 개씩 샀기 때문에 이삿짐의 양이 많았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리하고 있는데 서울 친구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아이구, 평생 산 서울 생활 청산하고 어떻게 시골 내려가 사니?”그 말 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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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5.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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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동림원이 개원했을 날이다. 4월의 두 번째 토요일로 항상 이맘때면 영천의 모든 복사꽃이 화알짝 개화한다. 해가 정면으로 쪼여서, 바람이 비껴가서, 영천 시내와 가까워서, 일찍 핀 몇 몇 농가의 꽃은 벌써 이울기 시작했다.동림원 개원이 연기된 이유는 당연히 온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때문이다. 이 질병만 아니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동림원을 개원했을 것이니까.하지만 그 경우를 생각하면 등에 한 줄기 시린 기운이 흐른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준비를 마치려고 무리한 일들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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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4.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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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청명, 오늘은 한식이자 식목일이다. 도시에 살 때는 명절의 의미를 잘 새기지 못하였는데 흙과 가까이 하며 살게 된 지금에는 그 연유를 쉽게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은 조상의 산소에 성묘할 때이고 한 해의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인 것이다. 지금, 바로 지금, 씨를 뿌리지 않고 약을 치거나 비료를 주지 않고 잠깐 시기를 놓치면 아차 하는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이젠 벚꽃은 끝물이다. 다행히 지난 주말, 대구에서부터 친구가 찾아와서 함께 영천댐 주변을 드라이브했다. 빗속에서 꽃비도 내리고 있었다. 그 이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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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4.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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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음양탕을 만들어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음양탕이란 뜨거운 물 하나에 찬물 2분의 1을 섞어 따뜻하게 만든 물이다. 이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눈에 안 보이는 진정한 나를 사랑으로 돌보는 것 같아 마음과 몸이 함께 행복해진다.눈에 안 보이는 나? 누구는 정신적인 ‘에고’를 연상하기도 하지만 그런 형이상학적인 얘기가 아니라 내 속에 있지만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내장과 두뇌,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까지 내가 돌봐야 하지만 안 보이는 실체적인 부분을 말한다. 이렇게 내 몸의 안팍 모두에, 일어나서 처음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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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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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은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흐린 밤하늘 가운데서 달을 찾다가 나는 깜빡 코로나 시대인 걸 잊어버리고 그리운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오늘 밤, 예년처럼 대보름모임을 하시나요?”그러자 그이가 현실을 일깨워줬다.“지금 같은 시국에선 아무도 못 모이죠. 저도 정말 안타까워요.”이 곳 영천으로 이사 오기 전 한 때 전라도에서 살았다. 그 곳 나주에서 정월 대보름 모임에 초대받았다.주인장은 개인 정원을 혼자 만든 것으로 칭송받는 화가. 음악과 이야기가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어우러지던 모임이었다. 사모님이 오색 나물과 잡곡밥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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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3.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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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몸이 날아갈 정도로 세차게 분다. 겨울바람은 아니되 아직 봄바람도 아니다. 바람은 동네 이곳저곳에 아직도 걸려 있는 현수막을 날리면서 내 온몸을 싸늘한 기운으로 할퀸다. ‘아범아! 며늘아! 이번 설 명절엔 안와도 된다. 대신 현금만 보내라.’‘얘들아, 이번 설 명절 차례는 우리가 알아서 지내마. 마음만 보내라.’‘이번 설, 만남보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 주세요.’‘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우리 설날은 내년이래요.’ 시내를 다니다보면 별별 내용의 현수막이 마음을 휑하게 만든다. 작년 추석에는 그 내용들을 보고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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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3.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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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남편이 몇 명의 후배를 데리고 집에 왔다. 그 중 한 분이 주말에 심심해하시는 어머님을 시골에 모시고 싶어 이곳저곳을 찾았는데 마땅치 않아 우리 게스트 하우스를 보러 왔다는 것이다. 아니 남편이 적극 권유해 보러 온 것이다.우리 집에 별채로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원래 우리 여려 고택을 돌보아 주시던 아주머니를 위해서 따로 지은 것이지만 그 분은 집이 완성되기도 전에 요양원에 가셔야만 해서 주인이 없었다.이름 그대로 몇 분 손님들만 잠시 묵고 가셨던 곳이지만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세탁기, TV세트 등 누구든지 사는 데 불편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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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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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추운 날이었다. 점심 식사 약속에 가기 위해 자동차의 엔진을 틀었다. 여느 때 같으면 당연히 엔진은 걸렸을 것이고 나는 안전벨트를 매려고 몸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부르르릉 하는 얄궂은 소리만 내고 더 이상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자동차보험의 긴급구조서비스도 사용하지 못 했다. 그 날이 연속으로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계속된 지 사흘쯤 된 날이고 전국의 수많은 고물(?) 자동차들의 배터리에 이상이 일어난 날이어서 구조서비스의 전화기가 불통이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날 이웃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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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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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들어서니 영하 10도가 예사다. 이번 겨울은 작년 겨울과는 정말 다르다. 코로나 19로 심정적으로도 몸이 떨리는데 한파 역시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지가 지난 덕분에 아침 해는 이전 보다 조금 일찍 동편에 나타난다.“안녕?” 해님은 따뜻한 붉은 빛으로 보는 이의 썰렁한 마음을 다독여준다. 달님과 다른 점은 언제나 둥글다는 점이다. 색깔은 가끔 다르지만 모습이 한결같이 둥글기 때문에 해님이 달님보다 좀 더 이성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겨울엔 흐리기보다 맑은 날이 더 많기 때문에 붉은 해님의 완벽한 출현은 오늘도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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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1.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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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코로나19 질병으로 인해 사는 일이 지뢰밭을 건너는 것처럼 아슬아슬해졌다.이 힘든 상황에서 내가 올해 ‘하고 싶은 일’ 이거나 ‘내가 꼭 해야 할 일’로 꼽은 한 가지가 있다.무어냐고? 바로 ‘미소 띤 얼굴 하기’이다. 미소 띤 얼굴을 ‘보여주기’가 아니라 ‘하기’이다. 특정한 누구 앞에서 미소를 띠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미소 띠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목표이다.항상 미소를 띠고 있으려면 내면의 에너지 주파 수가 일정하게 높게 나와야 한다. 우주의 서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처럼 밝은 표정을 짓고 입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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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1.01.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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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내 생이 앞으로 몇 년이나 밀려올지 모르지만 올해 2020년 만큼이나 기가 막힌 해가 또 닥쳐올까? 나에게 뿐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2020년은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주었다. 서양 중세 역사에서 무심코 읽었던, -위생 관념이 부족해서 있었던 일인 줄 생각했던, 콜레라, 페스트, 천연두 등- 팬데믹 시기를 문명이 발달한 21세기의 초반에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동지가 가까워 오니 아침 해는 더욱 늑장을 부리며 떠오른다. 마당의 잔디는 아직 하얗게 서리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툇마루에는 이른 아침식사를 마친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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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12.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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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밤새 만들어 주고 해가 종일 지켜주는 정원.향기로운 유년의 추억이, 노년의 고요한 평화가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만나는 곳.’ 지난 주, 겨울이 오기 바로 전, 마지막 따뜻한 늦가을 날씨를 틈타 삼천 평 동림원 곳곳에 켄터키 블루그라스 양잔디 씨를 뿌렸다.정원 전체 중, 한국 잔디를 식재한 놀이터 부지 두 군데 빼고, 원두막 근처의 수박 참외 심을 장소 빼고, 나와 남편이 심을 꽃동산 빼고 다 뿌렸다.참, 이렇게 ‘잔디 씨를 뿌렸다’라고 말을 하면, 또는 글을 쓰면, 지인들이 걱정한다.“나이 드신 두 분이 어떻게 그 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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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12.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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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줄은 알았지만 헤어질 줄 몰랐어요.’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만나요-를 들었다. 유 튜브의 바다를 헤매다가 우연히.오래된 노래지만 슬픈 가사를 처연하게 소화해내는 그의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든다.‘바람결에 보일 것 같아 그대 모습 기다렸지만 남기고 간 뒹구는 낙엽에 나는 그만 울어버렸네.’2020년 팬데믹의 시절 늦은 가을 현재, 어찌 슬픈 계절이라고 아니 말할 수 있을까?어제, 남편을 요양원에 맡겨 두고 10개월이 다 되도록 맘 놓고 보지도 못 하는 친구와 보이스톡으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녀의 남편은 치매 말기로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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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11.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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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에 울긋불긋한 단풍 사진들이 번갈아 올라오고 이용의 ‘10월의 마지막 날’이 갖가지 언어와 여러 가수의 버전으로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슈퍼에 영암 대봉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가을이 짙어져 간다는 얘기다. 사진으로 보아 아름답던 단풍의 장면들이 문득 내가 운전해서 가는 길가 가로수들의 모습이 되었다가 바로 우리 정원의 풍경으로 바뀌는 순간 가슴이 콱 메어온다. 너무나 아름다워서다.이곳 영천의 호국로 큰 길은 진한 노란 색깔로 단풍든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다. 올해 농사의 소출은 비록 다른 해에 비해 초라했지만 단풍만은 아름답게 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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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11.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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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막 돌아온 어느 날 오후였다. 며칠간 집을 비운 후, 다시 돌아오면 나는 금방 집 안으로 들어가질 못한다. 큰 호흡도 몇 번 하고 (마치 숨도 제대로 못 쉬었던 사람처럼) 잔디와 주목, 감나무와 모과나무, 사철나무와 단풍을 둘러보아야 하고 뽕나무 아래의 평상에도 앉아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뒷마당으로 돌아간다. 하트 모양으로 줄지어 선 무궁화도 보아야 하지만 궁금한 놈들이 있다. 혹시 꼬맹이들이 와 있나? 살펴본다. 꼬맹이들이란 길고양이들을 말한다.이 길고양이들에게 ‘펫’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손끝? (고양이니까 털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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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10.2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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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팬데믹 와중에서도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당국에서는 명절을 전후해서 대규모의 확산이 있을까 염려하여 귀향을 말리고, 대면 모임 취소를 권장하면서 조심하고 있다. 국민 스스로도 질병의 확산에 자신이 연루될까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큰 문제없이 고비를 넘길 듯싶다. 추석날, 서울에 있었다. 보름달을 보길 기대했지만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비를 뿌리는 통에 단념하고 말았다. 부산에 사는 친척분이 보름달을 찍어 카톡으로 선물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가 아닌 모양이다. 덕분에 대리만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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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10.1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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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내려와서 텃밭을 가꾸다가 문득 수많은 종류의 잡초에 생각이 미쳤다. 처음엔 물론 내가 심은 작물 이외에는 인정사정없이 뽑아서 버리곤 했다. 그것을 조상들은 김을 맨다고 했던가? 김을 맨다니? 그러고 보니 ‘논매다’라는 말도 들은 적 있는 것 같았다.사람들은 ‘김매다’라는 동사에 ‘잡풀을 뽑아내다’라는 뜻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렇게 된다면 ‘논매다’라는 동사의 뜻을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 여러 가지 참고 자료들을 찾아보았더니 ‘김’과 ‘매다’를 따로 구분해서 ‘매다’라는 동사는 뽑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리한다는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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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9.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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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작열하는 태양빛이 원망스러운 날들이 많았다. 영농작업을 하는 노인들이 기진할까봐 걱정하는 관청의 주의 경보가 메시지로 들어오곤 했다. 올해는 웬일인가? 그 반대이다. 코로나19로 괴로운 국민들을 길고긴 장마가, 계속되는 태풍이, 인정사정없이 할퀴고 지나간다. 여름 통틀어 비온 날 숫자가 60일을 넘는단다. 어제 지나간 10호 태풍 ‘하이선’도 부산과 동해안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북한 쪽으로 빠져 소멸되었다. 이것이 끝일지, 아니면 몇 개의 태풍이 더 올지 알 수 없다. 지난 9호 태풍 ‘마이삭’의 피해가 복구되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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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9.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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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꽃 모종 하나에 3000원 씩 하는데 꽃씨 한 봉지를 사서 뿌렸더니 40송이가 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즉 2000원 짜리 꽃씨 한 봉지의 수익이 3000원짜리 모종 40개어치 즉 12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방법의 변화가 60배 까지 확대된다. 그러니 재미가 없을 수 없다. 요새 유튜브 방송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거기서는 장미며 수국이며 포도나무며 한 그루에 엄청 비싼 나무들을 꺾꽂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즉 삽수 한 그루만 있으면 30센티 정도의 삽목을 여러 개 만들어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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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8.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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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태풍 하구핏과 겹쳐 엄청난 폭우로 변하고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재해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이미 코로나 19로 인하여 고통을 당하고 있는 차에 물난리까지 겹치니 모두가 아비규환이다. 이 자리를 빌어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 휴대폰은 통하는지라 이곳저곳 전화를 걸어 안부를 알아보았다. 전라도 지역에선 물이 집안까지 들이찼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있었다. 아픈 이들이나 웃어른들이 여름 보내기가 힘들 것이다.전화을 걸어 안부를 묻는 김에 주소도 알아 놓았다. 여름이 끝나는 즈음 등장하는 과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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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8.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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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남쪽의 큰 창을 통해 텃밭을 내려다본다.집보다 조금 낮은 곳에 위치한 텃밭에는 귀촌 3년차로는 과분하게 볼만한 정원이 가꾸어져 있다. 꽃밭과 채마 밭이 섞여 있지만 나름대로 질서를 지켜 자리를 잡았다.처음엔 흙을 고를 줄도 몰라서 맨 땅 위에 씨를 뿌린 적도 있었다. 이제는 골을 팔 줄도 알고 흙을 부드럽게 고를 줄도 안다.뿌리채소를 가꾸기 위해서 두둑을 올릴 줄도 알게 되었고 씨를 뿌리고 나서는 싹이 틀 때까지 물뿌리개로 물을 줄 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잡초들이 힘센 뿌리를 내리기 전에 미리미리 뽑아 주는 것도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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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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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생활 속에 파고들어 온지 반년이 다 되고서야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마치 암 선고를 받고 나서 처음의 경악하던 심정으로 절망하고 한탄하던 시기를 지나 마침내 받아들이게 되고서는 순하게 치료에 임하게 되는 경우처럼 말이다.이제 사람들은 이 질병이 이전의 메르스나 사스처럼 쉽게 사라질 성질이 아니라는 것과 우리 인류가 진짜 독한 놈을 만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물론 지금도 홀연히 내일의 신규 확진자 수가 0명이 되고 그 상태가 한 달이 되어 가면서 이 질병이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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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7.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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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지인이 안부전화를 걸어왔다. 복숭아를 한 상자 보내주겠단다. 아니 여기가 경북 영천, 복숭아로 유명한 고장인데, 우리 고장 복숭아는 아직 자그만 채로 천연덕스럽게 나무에 달려 있는데 벌써 다 익은 복숭아가 있다고라? 과일 동네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곳이 훨씬 따뜻해서 그런가? 아니면 유리 하우스 안에서 재배하는 건가. 시골에 산다는 것은 과일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과일 뿐이랴? 모든 식물이 자란다. 호박도 넝쿨을 사방으로 늘이기 시작하고 오이는 하루 이틀만 눈을 돌려도 어른 팔뚝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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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7.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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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이 불어온다. 뒷마당의 감나무가, 앞뜰의 뽕나무, 단풍나무가 허리를 뒤틀고 머리채를 흔든다. 앞뒷문을 틔워 놓으니 온 집안에 바람의 향기가 가득 찬다. 이 날씨가 바로 6월이다. 초순에는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였다가 사흘 전부터 하루걸러 비가 내린 직후다. 대지는 배불리 물을 먹고 만족스런 웃음을 토해낸다. 20일 넘게 가뭄이어서 물 대느라 바빴었다.그 동안 고생했으므로 이제 아름다운 날씨를 즐길 자격이 있다. 모든 농부가 흠뻑 적셔진 논밭을 바라보며 웃음 지을 여유가 생겼으리라. 전업 농부가 아닌 귀촌 주부도 예쁘게 가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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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6.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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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계엄령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독감의 일종인 코로나 19가 사그라질 것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겨울 학기를 흐지부지 종료한 영천의 문화센터에서는 각 강사들에게 재료비를 반환하도록 조치했고 새롭게 시작하는 여름 학기 정원을 반으로 감축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은행 계좌로 반환되는 액수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강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도 컸지만 생활에 직접 타격을 받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것이 실감나서이다. 이제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는 상례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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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6.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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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텃밭에 나갔다가 칸나의 뾰족한 순이 제법 큰 돌을 밀어낸 채 힘겹게 견디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돌을 치워 주었다. 책에서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 생명의 힘을 느낀 새로운 발견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얘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 21세기는 2020년부터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어떤 학자의 논리가 특이했다. 그 논리는 20세기는 1919년 1차 세계 대전이 끝나던 해에 시작했다고 보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제 우리는 세계화와 자유무역, 5G로 대표되는 20세기에 안녕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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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5.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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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와중에도 봄은 왔고 이제 아름다운 5월이 되었다.하지만 지난 4월의 추위는 과일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동네의 복숭아나무며 우리 텃밭의 매실 나무에 열매들이 많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꽃필 때 영하로 내려가면 피해가 이렇게 심하게 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오늘 아침에 이장이 마이크로 냉해 피해를 접수한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우리가 조성하는 동림원에도 새로 심은 몇몇 과일나무들이 피해를 보았다. 뾰족하게 나오던 어린잎들이 까맣게 죽어 버렸다.동림원은 우리 부부가 이 곳 영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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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5.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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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펜데믹 선언 이후에 선거를 치른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우리뿐이라 한다. 대만이 1월 초에 대선을 치뤘지만 그 때는 코로나 19에 대해 세계가 알기도 전이었다. 많은 나라들이 경이적인 시선으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체온 재기, 거리 두기에 덧붙여 마스크에 일회용 장갑까지, 코로나 감염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 대책 하에 선거가 끝났기에 이 일로 인하여 코로나 집단 발병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선거의 결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분석을 내 놓았지만 비정치인인 나로서 정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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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4.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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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란 이름의 질병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기 시작한 때로부터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병마에 신음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기이한 생각이 든다. 중국이 이 질병의 발발국이어서 고통을 당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전 세계에 이 병이 퍼진 다음에는 후진국이나 선진국이나 피해를 입는 현상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이상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그 밖의 유럽 선진 국가들은 좀 더 잘 대처해서 피해를 줄일 줄 알았다. 그런데 집단 면역이라는 전술을 선택한 스웨덴, 영국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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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4.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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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과 확대를 거듭해 가던 인간 문명이 한낱 바이러스의 침공을 맞아 처참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때는 21세기인데 14세기의 흑사병 시기의 감염이나 가까이는 20세기 초 1차 대전 시에 발병했던 스페인 독감과의 비교가 종종 이루어진다.아이러니컬하게도 1차 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언론이 전선에서 발병한 이 독감에 관해 계속 보도함으로써 스페인 방송을 들은 병사들이 그 병을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렀고 그 명칭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 및 민간인들의 숫자가 2천만 명인데 그 독감으로 사망한 인명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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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3.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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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뉴스를 확인하고 간밤에 유명을 달리 한 코로나 19 사망자들에게 묵념하는 일이다. 마음 같아선 그 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드리고 생전에 좋아했던 일이나 물건을 떠올리면서 추념하면 좋겠는데 언론에선 다만 숫자로 그 분들을 지칭하고 만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야말로 돌림병에 스러진 희생자들로 한 묶음에 처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던 그 분들의 처지가 슬프다. 내가 그 가족이라면? 아버지, 어머니와의 이런 이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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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3.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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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손자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큰 아들이 손자 손녀 각 하나 씩을 두고 있는데 두 애들의 생일이 이틀 터울이다. 합해서 잔치(?)를 벌이곤 하니 우리 부부에겐 큰 행사인 셈이다. 처음엔 강남 신세계 백화점 가까운 파미에 스테이션이란 곳에서 아이들 좋아하는 메뉴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식사 후에 백화점 아이들 코너로 가서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사 주면 우리로서도 편하기 때문이다. 약속 전날 버릇처럼 뉴스와 유튜브를 훑어 내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여자 의사 선생님이 나와서 말하는 코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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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3.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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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지막 날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평소라면 동남아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가곤 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로 나갈 계획을 취소했다. 대신 국내로 1박 2일의 가벼운 여행을 가기로 했다. 우리가 한 때 살았던 인연으로 그 후에도 자주 방문하던 전라도 지역의 나주나 영암이나 여수? 아님 천사의 섬이 있는 신안군이나 목포? 맛있는 전라도 음식을 잔뜩 먹고 올까? 하지만 그러기엔 자동차로 운전할 시간이 너무 길다. 영천에서 전라도엘 가려면 2박 3일은 되어야지. 그래서 영천 가까이에 있는, 우리가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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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2.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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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스티븐 건드리 박사의 최신 저작인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을 읽고 있다. 다소 긴 한국어 제목의 이 책은 “The Longevity Paradox”란 원 제목을 가지고 있다. 즉 “장수의 역설”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이 책은 독자들이 이제까지 알아왔던 건강의 상식을 뿌리 채 뒤흔드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즉 제목 그대로 역설로 가득 차 있지만 쉽사리 반론을 제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논리가 확실한 그의 이론을 따르고 수긍했다가는 내 먹거리를 전부 다 바꿔야 할 것 같아 고민이다.콜레스테롤은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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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2.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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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의 새 날이 밝았다. 양력 정초라면 겨울의 한 복판이다. 음력 설 정초까지가 깊은 겨울이다. 진짜 겨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때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마실을 다닌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 말이다. 서울에서는 친구들과 전화해서 서로 좋은 시간을 고르고 난 다음, 찻집이나 음식점을 정해서 만나러 나간다. 만나러 가는 장소는 더 이상 서로의 집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집으로 방문한다. 집으로 방문하니까 더욱 정겹다. 외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손님을 접대하는 점도 편안하다.이번 달엔 중요한 방문객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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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20.01.1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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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이 한참을 지나도록 눈 소식은 없지만 매일 같이 마당과 텃밭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면 겨울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이 계절은 주변을 돌아보고 집안을 정리하고 내 몸을 보살피는 계절이기도 하다. 남편이 오랫동안 고생하던 전립선 비대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서울서 하는 수술이라 지난 주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지인이 사다 준 꽃바구니를 가지고 예정보다 빨리 퇴원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꽃바구니를 씌운 엷은 비닐을 벗기고 보니 꽃들이 싱그럽다. 하얀 백합 봉오리가 네 개씩이나 되는데 모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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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12.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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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때를 들라고 하면 그건 도시나 농촌이나 김장하는 날을 꼽을 수 있겠다. 김장이야말로 갈무리의 끝판왕이니까. 보통 양력으로 12월 1일 전후해서 김장을 한다. 올해야말로 마침 12월 1일이 일요일이니 11월 말일 또는 그 전날부터 배추를 절이고 속을 준비하면서 휴일 날 김장을 하는 가정이 대부분인 듯싶다.문제는 김장이 끝나면 잠깐 허탈해진다는 것이다. 농촌에서의 한 해 일을 다 마쳤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린 귀촌 가정이니까 계산기를 두드려 보지는 않지만 진짜 농사꾼들은 한해의 수확을 정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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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12.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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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장미가 드디어 그 생을 다했다. 11월 내내, 무서리에 이어 들이닥친 몇 차례의 된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꼿꼿이 봉오리를 키워내던 장미나무들의 가지가 11월 말이 되어가자 점차 말라가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꽃을 피우더니 10월에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었고 11월 초에도 힘겹게 몇 개의 꽃을 피워냈었다. 결국 다섯 개의 못 다 핀 꽃봉오리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올 한 해의 소임을 끝낸 것이다. 장렬하기는 하지만 전사는 아니다. 내년 봄을 또 기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추운 동안 잠시 흙속에서 동면하고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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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12.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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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밖을 내다보는 그 때, 여느 때와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줄 알았는데 그 날은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달랐다. 파초 잎처럼 넓고 큰 잎 새에 뾰족한 붉은 꽃을 매달고 있는 칸나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초록색 식물 위에 하이얀 눈처럼 내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는 말이다. 그래, 서리였다. 그렇게도 하얀 서리가 텃밭 가득 내린 것을 보자 첫눈을 본 것처럼 흥분되었다. 이 나이 먹도록 눈처럼 하얀 서리를, 내가 과연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도시에서도 잠깐은 눈에 띄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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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11.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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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아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주저치 않고 대답하겠다. 아침마다 기대에 차서 눈을 뜨는 일이라고.맑은 공기에 상쾌해진 몸으로 기다리는 친구들을 만나볼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일이라고.그럼, 기다리는 친구들이란 누구인지 궁금할 것이다. 현관을 열고 나가서 눈 맞추는 모든 사물이 그 친구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어제보다 조금 더 벌어진 무궁화의 꽃망울, 장미의 봉오리, 조금 더 무성해진 텃밭의 고구마 줄거리, 대기에서 퍼져 조금씩 흩어져 가는 안개, 집 모퉁이 쪽에서 살짝 모습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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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11.0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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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엔 유난히 태풍이 많았다. 16호 링링. 17호 타파. 18호 미탁. 등등.... 바람이 강해지고 폭우가 쏟아져 일부 과일 농가들이 피해를 봤지만 이쪽 경북 내륙 지역은 다행히 심한 재해에선 비껴갔다. 가물었던 작년 여름나기와 대조적으로 올해는 텃밭이나 잔디 물주기에 신경을 덜 써도 되었다. 매해 자연의 모습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농촌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조차 도시 생활을 하던 때와는 다르다.우리 집에서 처음 비가 오는 것을 알아차리는 때는 잔디 사이, 길을 내기 위해 사용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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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10.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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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에 해외여행을 1주일간 다녀왔고 명절을 서울서 쇠다보니 2주일 가까이 시골집을 비웠다. 택시에서 내려 보니 아니, 집이 예전 집이 아니었다. 깜짝 놀랐다.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 옆, 담 삼아 쌓은 석축 사이에 희고 붉고 분홍빛의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무성하지 않은가. 키들은 어찌나 크게 자랐는지 석축 위의 장미며 석축 사이에 피어있던 영산홍은 보이지 조차 않는다. 형님이 식물들은 수확하기 전 잠깐 사이에 부쩍 커진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가을바람이 불자마자 코스모스가 이때다 하고 맘껏 풍성한 성장을 하며 아름다운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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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10.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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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가까이에 잘 포장된 논둑길이 있다. 교행 할 길이 넉넉하지 않은 지라 쉽게 들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논둑길 끝에 산소로 들어가는 산길이 있는 것만 생각하고 무심코 그 길로 들어섰다가 급기야 마주 오는 차를 만나고야 말았다. 두 자동차는 마주 보고 당황히 멈춰 섰다. 그리고는 멍하니 앞의 차를 마주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차도 쉽게 뒤로 뺄 생각을 못 할 만큼 한 가운데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상대 운전기사는 나보다는 한참 젊은 남자였고 (시골의 젊은 사람이라 60대 전후였을 것이지만) 결국은 자신이 양보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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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09.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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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에 내려와 살게 되다보니 서울의 친구들과는 옛날만큼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된다. 열심히 만나던 모임들이 점차 소원해졌다. 그래서 더 불행해졌는가? 생각해 보았다.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어느 날 강남의 새로 된 멋진 아파트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동 호수를 찾으려고 고개를 쭉 빼고 이리저리 살필 때였다. 알듯 한 얼굴이 앞에 쑥 나타났다. 대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후배란 걸 금방 알아챘다.“어머, 언니 여기 입주했어요? 다행이다. 한 달도 안 되어서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아니, 나 누구 찾아왔어.....”내 말이 끝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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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09.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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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의 용전리로 귀촌한 지 꼬박 2년이 지났다. 처음 일 년은 자연의 품에 안겨 자못 어리둥절하고 신기한 한 해였다면 다음 일 년은 앞으로의 생활 계획을 숙고하면서 지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조상께서 물려주신 3500평의 땅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결론적으로 합의했다. 그 일을, 여생에서 이루고 싶은 평생의 사업으로 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그 땅에 갖가지 과일 나무를 심어 과일 농원을 만들어 누구나에게 무료로 개방하자는 계획이다. 귀촌 3년차가 되는 이제, 조성하기로 예정한 농원의 이름을 여러 가지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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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9.08.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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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이번 한 주는 여름 날씨의 모든 종류를 다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주초에는 지난 주 만큼 숨 막히게 더웠다. 그러다가 막 처서를 넘기자 초가을 날씨같이 맑고 청명해졌다. 그 다음 태풍이 올라와서 강풍이 불었으며 태풍이 물러가자 종일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맑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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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8.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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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더위를 피해 어스름이 내려앉는 시간을 기다려 형님네 밭으로 갔다. 호박잎을 따기 위해서다. 저녁 시간임에도 매미와 쓰르라미가 귀청을 자극하며 울어댄다. 낮에 잠자리도 몇 마리 보였으니 이제 여름이 막바지로 가려는 건가 싶다. 우리 텃밭은 겨우 모종 세 개를 심은 탓에 따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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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8.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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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딸네 식구들을 먹먹한 마음으로 배웅한 다음날 영천으로 돌아왔다. 서울서 아침 10시 발 고속버스로 오다 보니 도착했을 때는 한낮이었다. 에어컨이 잘 된 버스에서 영천 땅에 한 발을 내딛었을 때의 느낌은 순식간에 한증막에 떨어진 기분. 숨 막히는 뜨거운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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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8.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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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그동안 서울에서 머물던 딸과 외손녀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영천으로 내려왔다. 외손녀 둘 중 작은 아이는 전부터 된장찌개를 먹었지만 나머지 큰 손녀까지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기에 저녁에 된장찌개를 끓여 보았다. 음식점 식으로 일인용 뚝배기를 몇 개 사서 각자 식사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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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8.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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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폭염이 이 주째 식을 줄을 모른다. 낮에는 도저히 집 밖을 나갈 수가 없다. 더워도 너무 덥다. 장마철의 후텁지근한 더위와는 완연히 다른, 괄한 장작불에 달궈지는 빈 가마 솥 같은 쨍한 더위다. 살인적인 더위라는 말 밖에 다른 표현이 없어 보인다. 여름의 초입, 넉넉한 강수량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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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7.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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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이번 주부터는 사정없는 폭염이다. 낮에는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 집안에서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면 평상 밑 그늘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가 보인다. 내가 귀여워하는 짱똥이다. 우리 동네의 강아지와 고양이 숫자는 어느 쪽이 더 많다 할 것 없이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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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7.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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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태풍 지나는 길목에 있게 되니 영천에 종일 비가 내렸다. 지난 주 부터 시작된 장마 시기에는 비가 왔다 갔다를 반복했지만 태풍 때는 다르다. 가랑비 정도의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작년에는 장마도 없었고 태풍도 없었다. 올해는 두 가지 다 있으니 덕분에 물 걱정은 안 하지만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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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7.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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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부부만 조용히 생활하다가 딸네 식구가 합류하니 생활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줄곧 마음이 흐뭇하다. 이곳 시골 생활을 마다 않고 찾아와 준 딸이 기특하다. 딸은 미국에 있었어도 아파트가 아닌 단독 주택으로 대지가 넓어 텃밭도 가꾸어 본 적이 있고 잔디에 풀 뽑느라 애 쓴 적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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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7.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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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미국에서 딸이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려고 외손녀 둘을 데리고 왔다. 미국에서 인터넷 서핑으로 영천에 기숙형 중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교장선생님께 두 손녀가 그 학교의 청강학생이 되게 해 달라고 청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미국 학기가 6월 중순에 끝나므로 한국 학교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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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7.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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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지난주까지는 포도 솎아주기, 복숭아 2차 솎아주기 등으로 몹시 바빴다. 그러고 보면 내가 포도밭, 복숭아밭을 가진 농부거나 놉을 하러가는 일꾼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그건 아니다. 다만 온 동네가 바쁘니 나도 덩달아 바쁜 느낌이 든다. 100개쯤 달린 작은 포도 알 중에서 50개쯤 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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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6.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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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오늘은 날씨가 좀 흐렸다. 덕분에 어제처럼 덥지 않았다. 하늘엔 엷은 회색빛 구름이 깔려있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6월에 딱 어울리는 날씨다. 오전 중에도 산보를 갈 만 했다. 어제는 태양이 떠오르자마자 불붙은 것처럼 뜨거웠었는데. 부산 댁에게 전화를 해서 차 한 잔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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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6.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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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지난번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안 간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마침 영천 작은 영화관인 별빛 영화관에서 –무문관-을 상영한다기에 보러 갔다. 시골에 영화관이 없어 어쩌나 했는데 영천 공설 시장 안에 이름도 예쁜 –별빛 작은 영화관-이 있어 하루에 몇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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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6.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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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지난주에는 서울서 손님 여러 분이 다녀갔다. 숙박은 아니고 아침에 버스 또는 기차로 내려와 점심을 같이 하고 영천의 볼거리를 둘러보기도 한 후 오후 서너 시에 올라간 것이다. 그 참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인데........세상이 참으로 좋아진 것 같다. 세상이 좋아졌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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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6.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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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일본여행을 3박 4일 다녀왔다. 친구들과의 여행인데 나이가 드니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하는 친구가 많아 일본이 0순위에 꼽힌다. 비싼 일본식 전통 여관이 아니더라도 호텔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욕의를 입은 채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호사를 일본 사람들이 대표관광 상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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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5.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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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지난주엔 귀향해서의 입택식 이후 가장 큰 행사를 치르느라 몹시 바빴다. 95년 된 고택의 현판식을 한 것이다. 이곳에 우리 살 집을 따로 지으면서 고택의 손질도 틈틈이 했었다. 친구이자 고택 전문가에게 지붕의 기와에 대해서 진단을 받고 그 조언에 의해서 지붕을 수리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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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5.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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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오늘 택배가 왔다. 전북 김제에 있는 친지가 광활 농협의 지평선 감자 한 상자를 보내준 것이다. 열어보니 햇감자처럼 예쁘게 생겼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잘 보관할 수가 있어?- 내가 말하니 이게 바로 햇감자라고 남편이 말한다. 그 곳 하우스에서 재배했다는 것이다. 내 입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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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5.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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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졸릴 듯이 날씨가 따뜻해진 어느 날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일 고추 심는 날인데 여럿이서 점심 먹을 자리로 그 집 평상 좀 쓸 수 있을까?- -아! 물론이죠. 쓰세요. 제가 커피도 타 드릴께요.- 우리 집은 지대가 좀 높아서 형님네 밭이 잘 내려다보인다. 이번에 고추 농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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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5.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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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아침이 환하게 밝았다. 오랜만에. 며칠 동안 봄비가 오느라고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르게 우중충했기에 오늘 아침의 햇님은 더욱 반가웠다. 남편이 어제 출장 갔으므로 아침은 나 혼자 먹게 된다. 잘 차린 상 대신 먹고 싶던 케이크며 과일이며 커피로 아침을 대신할 수 있어 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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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4.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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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4월도 중순이 지나니 대기에는 태양의 열기가 가득하다. 다시 추워지는 일은 없을 듯하다. 엷은 블라우스나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도 드문드문 보인다. 이때가 바로 복사꽃 사과꽃이 만발할 때다. 벚꽃이 한잎 두잎 지기 시작해 나중엔 모두가 흩어져 내리고 나서 2주 쯤 지났을까? 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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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4.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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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지난 주 성묘 갈 때, 마음속으로 내가 과연 산에 올라갈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다. 그런 걱정은 지난 해 이맘때만 해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같은 해 가을, 귀향을 하고 산에 오르다가 무릎이 갑자기 새큰해진 다음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처음 오른쪽 무릎이 아팠는데 어느새 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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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4.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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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경 작가 4월 5일은 식목일이자 청명이고 다음날인 6일은 한식이었다. 4일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3일 날 당겨서 성묘를 갔다.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 두 분의 산소가 나란히 있는 고도 산소와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두 분의 산소가 나란히 있는 높은재 산소, 그리고 오래 전에 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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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작가
2018.04.09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