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통신사 등 마구잡이 조회…인터넷게임에 이용도

개인신용정보 조회가 여기저기서 남발되고 있다.

최근 금융기관 및 각 통신사 등도 고객의 신용정보를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고 조회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또 일부 신용정보회사는 채무자 및 보증인의 성명,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채무액 등 모든 신용정보를 회사 전산망에 집중 보관하면서 무자격 채권추심원 누구나가 계약시 부여받은 ID, 비밀번호로 모든 채무자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 개인들의 신용정보 누수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터넷 게임에 사용하기 위해 10만여 건의 신용정보가 유출되기도 했으며 결국 무자격 추심원을 고용한 신용정보회사 대표 21명이 지난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또 자신의 개인 정보를 몰래 조회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신용정보 조회 횟수가 많아지면 금융거래 시 신용 등급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카드 4장 이상이면 “카드사는 다 안다”

최근 은행·전업카드사들이 카드 4장 이상 사용자의 신용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을 거치며 신용불량자들이 급증해 각 은행 및 카드사들까지 연쇄부실화를 초래했다.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 각 금융기관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복수카드 조회시스템'이다.

현재 여신금융협회에서 제공하는 이 시스템을 통해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신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신규가맹점 정보, 가맹점 식별·승인정보, 거래승인취소정보, 위장·폐업가맹점 정보 등의 신용카드 가맹점 정보를 비롯, 4개 이상 복수카드소지자의 식별정보, 이용금액, 연체금액, 한도정보까지 검색,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은행·카드사들이 신규 가입자의 정보 조회가 아닌 우량고객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르면 '개인신용정보는 당해 신용정보주체와의 금융거래등 상거래관계의 설정 및 유지여부등의 판단목적으로만 제공·이용되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신규 가입자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해선 안되지만 금융사에서는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있다. 이렇게 신용정보를 조회한 기록은 조회일로부터 3년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신용카드, 대출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기관에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한국신용평가정보는 개인고객이 금융권에서 '최근 6개월 내 5회 이상'의 신용조회를 했을 경우 '신용정보 과다조회자'로 분류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되며, 한국신용정보 역시 개인고객이 대부업체, 할부금융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1개월 내 3회 이상 조회'시 신용등급을 낮추고 백화점 카드와 신용카드의 과다개설시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여신금융협회 측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의 신용정보는 함부로 조회할 수 없다. 신용카드 신규가입 시 약관에 신용정보 조회와 관련한 내용이 있으며 이에 동의한 개인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신용정보를 가지고 우량고객 유치 등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휴대폰 개통하면 “통신사도 다 안다”

최근 모 케이블 TV를 신청한 김모(34)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설치를 신청해 마치고 몇시간 뒤, 자신이 가입한 신용정보 업체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자신의 신용조회 기록이 발생했다는 문자였다. 당황한 김씨는 해당사에 항의 전화를 했지만 신규 가입자의 경우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해 들어야 했다.

인터넷 아이디 rin****를 사용하는 누리꾼 역시 얼마 전 KTF에서 휴대폰을 개통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용정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조회됐음을 알게 됐다. 자신의 동의도 없이 신용정보 조회를 한 것이 불쾌해 해당사에 항의했지만 역시나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의거한 합법적인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후 해당사에 신용정보 조회 기록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 또한 묵살당했다고 토로했다.

해당사는 잦은 신용정보 조회로 인한 신용등급 하향조정 우려에 대해서는 금융기관과 통신회사는 조회코드가 달라 통신회사가 아무리 신용조회를 하더라도 신용등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화명 컴팅을 쓰는 누리꾼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KTF에서 SHOW휴대폰을 구입한 이후 신용정보가 조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신용정보를 조회한 것에 대해 해당사에 항의 했지만 평소 휴대폰에 관심이 많아 번호이동이 잦은 탓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최근 1년 동안 해당사에서만 무려 6번이나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 개통 시 기기를 할부로 구입하면 신용정보를 조회하게 된다. 문제는 신용조회 기록은 남지 않는 통신사 이용 기록이 아닌 금융 전반에 걸쳐 개인 신용도를 조회했다는 것. 또한 고객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은 채 신용정보를 조회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홈페이지를 통한 질문에 대해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에 따라 '상거래 관계의 설정 및 유지 판단 목적으로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통신회사는 휴대전화 개통 시 고객의 별도의 동의 없이 신용조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거래 관계의 설정 등의 목적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개인 신용정보 조회 “더 엄격해져야”

금감원은 불필요한 신용정보 조회를 줄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개별금융기관이 고객의 신용정보를 이용할 때 은행연합회의 시스템에서 △본인조회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 △신용카드심사 및 사후관리 △법원제출 △조세관련제출 △기타 법률관련제출 △민원 △채권추심 등 8개의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개선했다.

하지만 이런 개선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을 비롯한 각 통신사들의 무차별적인 신용정보 조회는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신용정보를 누가 언제 조회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신용정보조회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은행연합회에서 운영하는 크레딧포유(www.credit4u.or.kr)등의 신용조회 사이트에 가입하면 자신의 신용정보가 언제, 어디에서 조회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금융업계와 해당사들은 기업의 건전성을 위해서 고객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상일동의 정모(34)씨는 “시민들의 개인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 '공동'의 정보가 되고 있다. 개인 신용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 없게 하거나 정보 조회 시 개인에게 철저하게 동의를 받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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