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국희도 칼럼] 얼마전 자유선진당이 민주당과 설전을 벌이면서 민주당을 “북괴 노동당 2중대”라고 공격한 말 중에 '북괴'라는 말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북괴'는 김대중 정권 때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공식석상에서는 사라진 단어다. 하지만, 군대나 보수단체에서는 북한(북한군 또는 북한정권)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할 때 여전히 애용하고 있는 단어다.

초등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에 유독 반공포스터를 많이 그렸던 기억이 난다.

마분지 상단에 '상기하자 6.25, 무찌르자 북괴군'이라고 굵은 고딕체로 글씨를 그려넣고 그 밑에 인민군은 송곳니가 돌출된 늑대 모습으로, 철모를 쓴 국군은 만화 주인공처럼 잘 생기고 용맹이 넘치는 얼굴로 그리곤 했다.

반공-냉전시대를 대표하던 '북괴'라는 용어는 요즘 사람들은 괴물(怪物)를 뜻하는 괴(怪)자를 연상하면서 “인정사정 없는 괴물같은 북한정권”이란 의미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괴' 자는 괴물이 아니라 '꼭두각시'를 뜻하는 괴뢰(傀儡)의 괴(傀)자다.

6·25전쟁 이후 지속된 냉전시대의 '북괴'(북한 괴뢰정권)라는 용어는 김일성 정권이 구 소비에트연방(소련)의 '꼭두각시 정권'이라는 뜻이다.

나중에 '북괴'가 '꼭두각시 북한정권'라는 뜻임을 알게 된 후에도 어릴 적 그린 반공 포스터의 잔상 때문인지 북괴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괴물같은 모습을 한 북한군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그러고 보면 자유선진당의 논평이나, 보수단체나 군대에서 쓰는 '북괴'이라는 용어도 러시아나 중국의 '꼭두각시정부'라는 의미보다는 계속적인 무력 도발과 무장공비 남파 등으로 점철된 북한의 호전성과 잔혹함의 기억 때문에 괴물을 연상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따지고 보면 공산권의 맹주로 많은 동구권 위성국가를 거느렸던 소련이 붕괴된 지금, 지금도 북한정권을 어느 강대국의 꼭두각시정권을 뜻하는 '북괴'라고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다.

사실 북한정권은 이 세상 어느 국가보다도 고집스럽고, 자기 주장 센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나라의 명령은커녕, 조언조차 듣지 않고 경제도, 외교도, 정치도 모두 '자기네 식대로' 한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망조가 났음에도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는 게 북한이다.

인민이 주인이라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론을 어떻게 분칠하고 뒤집으면 왕조국가로 바뀌는 것인지 도통 이해는 안되지만, 어쨌든 북한은 '주체사상'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미명 아래 '왕이 통치를 하는 사회주의'라는 걸 만들어 지금 3대 세습을 진행하고 있는 아주 독특한 독재국가다.

그런 식으로 독불장군 노릇을 하다가 지금 지구촌 모든 나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왕따 국가'가 돼 버렸다.

지금의 북한은 어느 강대국의 '괴뢰정부'(꼭두각시 정권)여서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유일한 '빽'인 중국과 러시아의 말조차 잘 듣지 않을 정도로 고집불통이어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집단이다.

글로벌 경제 하에서는 어느 국가나 서로 협력하고, 머리 조아려 배우고, 좋은 건 벤치마킹하고, 그런 식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자국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대국 중국도 남한의 박정희 정권 시절의 수출 드라이브 위주의 경제개발계획과 압축성장 플랜을 배워가서 이룩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시대의 조류를 거부하고 자기네식 경제를 고집하다가 주민들의 밥 먹는 문제조차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권이 과연 더 유지될 필요가 있을까 의심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 북한의 유일한 '빽'인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하나로서 세계의 발전과 미래를 책임지는 주도적 위치에 있는 국가다. 그런 중국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한 얼굴로 대화하자고 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편 들어주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

중국은 김정은의 3대 세습에 전폭적인 지원과 약속을 보내면서 북에 대한 영향력과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속내는 북한이라는 '국제적 왕따국가'를 철저하게 친중 정권으로 유지하면서 내심으로는 자신들의 변방을 지키는 종속국가로 만들려고 한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북한 지역 곳곳의 자원 개발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북한의 '속국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북한을 실제로 지배하는 종주국이 되고, '김씨 왕조'라는 껍데기만 남은 진짜 '괴뢰정부'가 버티고 앉아 북한 주민들의 고혈을 얼마나 빨게 될지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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