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자극 내면연기 무장 ... 관객과의 소통 탁월

▲ 전작 <모차르트!>에 비해 한결 안정되고 세밀해진 감정 표현력은 김준수가 이제 뮤지컬배우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확인시켜준다.

전쟁 속 피어난 한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을 그린 뮤지컬 <천국의 눈물>이 연일 공연가의 화제다.

이 작품이 유독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주인공 '준' 역을 맡은 김준수 때문.

지난해 데뷔작 <모차르트!>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신인상과 인기상,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신인상과 인기스타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단번에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이 작품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는다.

김준수의 변신은 탁월하다. 그의 연기는 사랑과 배신, 상실과 용서의 메시지가 한데 어우러져 한 올씩 객석으로 풀려나온다.

전쟁이라는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와 현실적 장벽에 그가 절절하게 안고 사는 연민과 체념, 갈등과 기대는 객석까지 용해되어 그대로 객관화된다.

전작에 비해 한결 안정되고 세밀해진 감정 표현력은 그가 이제 뮤지컬배우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확인시켜준다. 딸을 찾아 나선 반백의 중년 작가부터 색 바랜 군복 차림의 모습까지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는 기존의 이미지를 지워내고 그 위에 '준'을 덧입히는데 성공했다.

다소 어수룩하고 능청스런 모습부터 연인을 두고 전쟁터로 향하는 안타까움과 이별의 절규는 객석까지 애잔함의 파편을 튀게 한다. 감성적인 내면연기는 어느새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성장했다.

특히 전장으로 향하며 돌아보는 애닮은 시선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마저 안타까움으로 동화시킨다.

객석과의 소통이나 교감은 그의 가장 큰 무기이자 장점이다. 연기의 폭을 한 단계 더 넓혔다는 평을 가능케 하는 감정의 강약 조절은 단연 눈에 띈다.

연인 린과의 달콤한 사랑의 밀어뿐 아니라, 연적 그레이슨 대령과의 대립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이 관객의 가슴까지 전달될 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관객이 무대 위의 배우와 같은 감정의 동선을 가질 수 있도록 몰입시키는 흡입력은 발군이다.

반면, 때 묻지 않은 천진함은 브로드웨이 스타 브래드 리틀의 위엄과 중후함에 반사되어 오히려 반짝인다. 적재적소에 던지는 그의 애드리브는 극의 건조한 전개에 쾌활한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영양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코믹함은 결코 경망스럽지 않다. 헤프지 않기 때문이다. 포인트도 절묘하다. 때문에 김준수의 이러한 애드리브는 해맑은 순수 청년 준이 관객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서는 장치이자, 긴장을 풀어주는 소품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대 위의 그를 빛나게 하는 건 음악이다.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감미로운 선율과 서정미 넘치는 화음은 진정성이 담긴 그의 연기와 조화를 이루며 호소력을 배가시킨다. 군말이 필요 없는 김준수의 강렬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은 준의 감정선을 자극하며 관객이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성과 허스키한 보이스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음색은 때론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게 휘감다가도, 어느샌가 폭풍처럼 몰아치며 심장을 찢어버릴 듯 격한 감정으로 녹아들며 그의 일취월장한 기량을 확인시켜 준다.

아! 전작에 비해 한결 높아진 수위의 러브신도 능숙하게 소화해 내는 김준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을 접하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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