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험시장 10억원수준…관련법·인식 부조화 개선해야

▲ 동물병원에서 받는 의료 서비스의 가격이 같은 질병에 대한 수술과 치료라도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보험도 가입율이 낮아 10억원대 규모로 알려져 관련 법규와 인식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광견변 예방 접종을 하는 모습.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대학원생 김효정(27)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의 반려견인 호두가 최근 아파서 동물병원을 들렀다. 수의사의 권유로 각종 검사이후 탈장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수술을 진행했다. 금액은 무려 150만원이 나왔다. 각종 검사와 수술비를 총합해 150만원이 나온 것이다. 생명과 관계된 만큼 재희씨는 어쩔수 없이 그 금액을 감당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반려카페에 올리자 한 반려인이 “근처 A병원에서 하면 50만원은 더 아끼셨을 것 같다”며 “A병원은 수술도 잘하고 가격도 싸다”고 언지해줬다. 재희씨는 이날 이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어이가 없었다. 병원마다 서비스가 다르긴 하겠지만 금액차이도 많이 날 뿐만 아니라 정가처럼 정해진 가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님을 이날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반려동물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런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진료 비용에는 적정 가격 등 가이드라인이 없어 반려인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동물 의료 서비스의 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가 동물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진료 행위를 병원마다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케 하는 ‘자율 수가 제도’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율 수가 제도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 행위에 대해 가격을 차별화하면 자연스럽게 서비스도 좋으면서 저렴한 병원이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일관 가격으로 책정하게 된다면 모든 병원은 최대한 높은 가격을 매겨 담합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선 자율 수가 제도가 좋은 서비스와 좋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있다.

다만 일반인의 입장에선 이 가격이 합당한지 불합리한지 알기 어렵고 어느 부분에서 차별화가 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다른 병원과 비교해 보고 싶어도 현재 동물병원은 같은 질병이라도 질병 명칭이 다르고 코드 분류가 없어 통합 분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물 등록제가 활성화되지 않아 진료 받은 동물이 보험에 가입한 동물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한 동물병원 치료비는 2011년 정부의 의해 부가가치세 부가 대상으로 지정돼 반려동물 의료서비스가 더욱 비싸지는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물건 등에 매기는 부가세를 의료서비스에 들어가고 이 돈이 어디에 활용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점도 수의사의 입장에선 나름 억울할 면이 있다.

경기도 분당구 B병원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될 때, 의료보험과 각종 복지혜택이 붙어 있어 공기처럼 느끼는 것 같다”며 “수술비나 치료비 등으로 언쟁하는 경우가 생겨 우리 병원의 의료서비스가 어느 정도고, 어느 정도 가격이 나올 수 있음을 미리 언급하는 편이다”고 토로했다.

다른 병원도 비슷하다. 서울시 강남구 C병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서울에서도 비싼 강남이고 다른 병원과 차별화를 위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우리병원은 가격이 높다”며 “어디가 아픈지는 검사를 진행해봐야 알고, 각종 검사비에 수술비까지 들어가면 백여만원이 훌쩍 넘기게 되다보니 거부감이 있는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KB금융지주 연구소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 조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반려동물과 관련한 지출 중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항목'(복수응답)에 ‘사료·간식비(85.8%)’ 다음으로 ‘질병·부상·치료비(64%)’, ‘예방 접종비(58.9%)’가 많이 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6.6%가 동물병원 의료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국내 4가구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관련 법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용자인 반려인과 제공자인 수의사의 마찰도 관련 법규가 의식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0년 476만마리에서 2017년 874만 마리로 급등해 반려동물의 증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1인가구의 증가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보다는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현상도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10년안에 반려동물은 약 1400만 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반려동물 보험 정착을 위한 진료비 표준화와 동물 등록제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2018년기준 반려동물 보험시장 규모는 약 10억원 정도의 규모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일본의 15% 수준에 해당하지만 보험 규모는 0.2% 규모였다. 가입률 역시 영국의 25%, 일본의 6% 수준으로 부진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자료사진)

한편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반려동물 보험 현황과 시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주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성대규 보험개발원장과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 금융위원회, 농식품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보험개발원은 일본의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애니콤(Anicom)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애니콤은 동물 분양 시 보험에 가입하고 일본 내 6200개 동물병원과 제휴를 맺어 보험금 청구 절차를 축소해 운영 중이다.

보험개발원은 앞으로 국내 반려동물 통합 관리를 위해 ‘POS’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해당 시스템은 농림부와 개체식별업체, 동물병원, 보험사가 한 시스템을 통해 보험 가입을 확인하고 보험금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금융위 보험과 권기순 사무관은 “과거 실손의료보험 사례에서 중복가입이나 과잉 입원, 보험료 할증이 문제였다”며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보험은 초기 정착이 중요하므로 충분한 서비스와 보장을 받으면서도 보험료를 안정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보협회 이재구 상무는 “반려동물 보험이 지속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동물병원 진료비 투명성을 높이고 등록제 실효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수의사법과 동물보호법 등 계류 법안의 상정과 통과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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