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맥주, 유니클로, 데상트 등 직격탄
닛산·올림푸스, 한국시장 철수
닌텐도, 소니코리아 등 매출은 오히려 증가
선택적 불매운동이라는 지적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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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른바 ‘노 재팬(No Japan)’이 시작된 지 1년이 됐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접근하기 가장 쉬운 식품·패션업계에서부터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어 자동차 업계에서도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실적이 개선된 기업도 있다. 불매운동 1년, 국내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기자가 직접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일본 주요 기업, 실적 ‘직격탄’... 식음료 업종 타격 가장 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으로 진출한 일본 주요기업의 실적이 급감했다. 여기에는 불매운동의 영향이 주효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일본 수출 규제 전후 한국에 진출한 일본 소비재 기업 31곳의 경영성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작년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6.9% 줄었고 영업이익은 71.3%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접근이 가장 쉬운 식음료 업종에서 타격이 가장 컸다. 식음료 업종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5%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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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수입맥주 시장을 꽉 쥐고 있던 '아사히'를 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매출이 624억 원(50.1%)이나 줄었다. 영업 손실은 308억 원이다. 아사히는 불과 1년 전인 2018년 4분기에는 458억8400만 원어치를 팔아 수입·국산을 통틀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매출이 95% 가까이 증발한 셈이다.
 
이에 수입맥주 시장에서는 ‘칭다오’와 ‘하이네켄’이 반사이익으로 선두를 거머쥐었다. 칭다오의 분기 매출액 역시 322억6500만 원에서 382억5100만 원으로 약 18.5% 뛰었다.
 
아사히에 이어 일본의 스포츠 브랜드인 ‘데상트’도 매출이 -15.3% 감소했다. 데상트의 어린이 브랜드인 영애슬릿도 단독매장 47곳의 문을 모두 닫는다. 생활용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무인양품’도 -9.8% 하락했고, 세탁세제 ‘비트’를 판매하는 라이온코리아 역시 –12.8% 하락했다. 일본 미니스톱과 미쓰비시가 지분을 보유한 한국미니스톱 역시 매출이 3.1% 감소했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미니스톱이 96.06%, 미쓰비시가 3.9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불매운동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던 ‘유니클로’의 에프알코리아도 직격탄을 맞았다. 에프알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3%(4439억 원) 급감했고 240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인 '지유(GU)'도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 진출 1년 8개월 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식음료에 이어 자동차·부품(-16.8%), 생활용품(-14.5%), 기타(-11.4%) 업종도 매출이 1년 전보다 10% 이상 쪼그라들었다. 특히 자동차업계에서 두드러졌는데, 혼다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22.3%(1041억 원) 줄었고 146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일본 2위 자동차 회사인 닛산은 한국 시장에 들어온 지 16년 만에 올해 12월 철수를 선언했다. 닛산의 판매량은 지난해 3049대로 전년 대비 39.7% 줄며 적자가 140억 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판매량 또한 전년 대비 41.3% 줄었다.
 
한국닛산 측은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제조사로 잘 알려진 일본 브랜드 ‘올림푸스’도 축소된 카메라 시장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한국 시장을 철수했다. 올림푸스는 “노력했지만 매우 어려워진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카메라 시장이 축소된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에 진출한 일본 카메라 브랜드인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26.6%), 파나소닉코리아(-18.8%), 니콘이미징코리아(-12%) 등도 일제히 매출이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곳곳에 미쳐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며 “특히 대체 브랜드가 많은 품목에서 주로 불매운동의 여파가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닌텐도 스위치.
닌텐도 스위치.
 

실적 늘어난 기업도... IT·전기전자업종 수요↑

다만 일부 기업은 불매운동의 타격이 빗겨갔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필요에 따른 ‘선택적 불매’냐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우선 신발 편집숍인 ABC마트의 경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주 입방아에 올랐다. 실제로 ABC마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54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점포 수도 지난해 대비 20여 개 늘었다.
 
패션브랜드인 아식스코리아 또한 큰 타격이 없었다. 아식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27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유니클로, 데상트와 비교해 비교적 적은 타격이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47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IT·전기전자 업종의 수요도 늘었다. 소니코리아는 오디오 제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실적이 대폭 상승했다. 소니코리아는 전년 대비 매출이 19.5% 상승했다. 이어 한국히타치(27%)도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국시세이도는 불매운동 초기 판매가 부진했지만 연말로 가며 매출을 회복해 영업이익이 238억 원(512.3%) 늘었다.
 
특히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만든 ‘동물의 숲’은 출시 직후 인기를 끌어모으며 재고가 동나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에 한국닌텐도는 매출이 수직 상승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6% 늘었다. 닌텐도 콘솔 게임기인 ‘스위치’ 1분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30.4% 늘었다. 한국닌텐도 매출이 2000억 원대를 회복한 것은 9년여 만이다.
 
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소한의 자존심 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며 “닌텐도 품절사태에 대해 일본 언론에서도 조명을 했고, 일본 누리꾼들이 ‘본인 편의대로 불매를 하는 나라’, ‘한국만의 독특한 편의주의’라며 비판을 엄청 쏟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본의 닌텐도와 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닌텐도는 오래 전 한국에 들어와 위(Wii)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번에 큰 인기를 끌었던 ‘동물의 숲’도 2001년부터 시리즈로 제작된 게임으로 이미 많은 유저를 보유한 상황이었다”며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택근무나 집에서 머무는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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