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전세보다 월세 선호
전세→월세로 급격한 전환, "공급을 늘려야 한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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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7·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인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됐지만 임대료 인상이 막힌 집주인이 전세 매물을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7일 오후 마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 3법과 관련한 질문에 "말 그래도 전세 품귀 현상"이라며 “전세 매물이 없으니 거래도 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현금 부자들만 좋은 상황인데 누굴 위한 정책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8주 연속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과 수도권 주요 지역 거주요건 강화 등에 따른 전세매물 부족 현상으로 전국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58주째 상승 중이다.  그래픽=뉴시스
▲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과 수도권 주요 지역 거주요건 강화 등에 따른 전세매물 부족 현상으로 전국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58주째 상승 중이다. 그래픽=뉴시스
한국감정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3일 기준) 서울의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상승했다. 지난주 상승률(0.14%)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전셋값 상승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주도했으며 강남지역은 0.21% 상승했다. 강남구(0.30%)는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와 학군수요 등으로 높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강동구(0.31%)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위주로 올랐다. 송파구(0.30%)와 서초구(0.28%)도 전셋값 상승폭이 컸다. 강북지역은 △성동구(0.23%) △마포구(0.20%) △성북구(0.14%) △광진구(0.13%) △동대문구(0.10%) 등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도는 이번 주 0.29% 상승해 전주(0.2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수원 권선구(0.66%), 용인 기흥구(0.64%), 구리시(0.62%) 등에서 전셋값이 급등했다.
 
한국 감정원은 "임대차 3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역세권과 학군이 양호한 지역,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전세 품귀 현상은 통계로 나타나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4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는 경우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대차 3법으로 발생한 전세 품귀 현상이 집주인 탓으로 돌아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전세 계약기간을 4년(2+2)으로 늘리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보증금 인상률을 5%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집주인들은 애초부터 신규 계약 시 전셋값을 최대한 높게 받으려 한다. 이에 따라 전셋값이 상승한 것으로 본다.
 
또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된 집주인들이 2년 뒤 전세금을 5% 올리는 것보다 매달 임대료를 받는 게 판단해 가뜩이나 줄어든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고 월세나 반전세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특히 실거주 요건 강화와 0%대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전세 매물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품귀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한 전셋값이 좀처럼 내리지 않고 매물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기존 세입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신혼부부나 집을 새로 빌려야 하는 임차인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정부는 임대차 3법과 공급 확대 대책에 이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기로 했다. 현재 4%인 전월세 전환율을 2%대로 낮추고 강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월세 이득을 줄여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환율이 낮춰질 경우 단기적인 임대료 급등과 매물 잠김 현상 등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실거래 신고를 통해 정확한 임대료 등을 파악한 뒤 이를 근거로 전환율을 조정해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월세로 급격히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은 단기적으로는 임대시장에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전환율을 낮추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부동산 투자 수요를 진정시킬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강제하는 방법은 시장의 수급불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공급을 늘려 전환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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