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KT와 협의 없이 SK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변경"

▲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출처=뉴시스
▲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재판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고의적으로 접속 경로를 변경해 응답속도를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이원형)는 11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 행위가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하지는 않아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는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을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관련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접속 경로를 변경해 평균 응답속도를 지체시켰다"며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은 이용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저히 해하는 정도인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에 대한 응답 속도가 저하되긴 했지만 이용자들은 동영상 일부 콘텐츠를 이용할 때만 불편함을 느끼고, 게시물 작성이나 메시지 전송 등은 평상시처럼 했다"며 "민원 건수 증가는 상대적으로 주관적인 속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과징금을 부과할 때는 얼마로 정할 지에 대해 재량권이 있는데 전체 이익 형량을 고려 대상에 포함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법원은 재량권 일탈·남용만 판단할 수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징금 부과를) 얼마나 할지는 행정청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 법원은 판단할 수 없다"면서 "법원이 재량권 범위 내 어느 정도가 적합한지 판단하는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 그래서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페이스북에 대한 일부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더라도 어느 정도 과징금 처분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법원 재량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과징금에 대해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앞서 지난 2016년 12월 페이스북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해당 망을 사용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은 접속 속도가 떨어져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통위는 조사를 통해 당시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 중이던 페이스북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판단했다.
 
페이스북은 당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은 KT망을 통해 접속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KT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협의 없이 2016년 12월 SK텔레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변경했다.
 
또 2018년 1~2월에는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했으며 SK텔레콤의 트래픽이 홍콩으로 전환되며 홍콩을 통해 접속하던 SK브로드밴드 용량이 부족해졌다.
 
이에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가 이용자가 몰리는 오후 8~12시에는 변경 전보다 평균 4.5배 느려졌고, LG유플러스도 평균 2.4배가 느려졌다. 민원이 늘자 페이스북은 2017년 10월 우회 변경을 원상 복구했다.
 
방통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8년 3월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시정명령에는 접속경로 변경과 관련해 동일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수립해 3개월 이내 시행할 것 등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두 달 뒤인 같은해 5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과징금 부과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안 되고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친 것도 아니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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