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본격 시행…“여전히 법과 제도적 성숙도 미흡”

▲ 서울대학교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작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서울대학교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작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정민 기자 |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반 확진자를 신속히 선별하기 위해 진단키트 개발에 몰두했다.

이에 한 국내 바이오 기업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제품 설계, 실험 과정, 결과 분석 등의 과정을 표준화하고 전산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K-방역은 세계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진단기기 시장의 판세는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뉠정도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분야 별로 차지하는 비율은 치료 63%, 진단 18%, 예방 8%로 집계됐다. 그러나 다가올 2025년에는 예방과 진단이 각각 22%,  27%로 성장할 것이며 치료 분야는 3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만큼 질병이 발병하기 전 미리 진단하고 예방하는 헬스 케어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수요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사람이나 동물에서 유래한 검체를 체외에서 검사해 질병의 진단, 예후, 관찰, 혈액, 조직적합성 판단 등의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기존에는 시약에만 한정했으나 정부가 올해 5월부터 본격 시행한 새로운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라 그 범위를 확대해 대조보정 물질, 기구기계장치,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진단 등 예방 중심으로 질병치료 패러다임이 변경되고,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일반 의료기기와 달리 혈액·소변 등 검체를 대상으로 하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특성을 반영해 지난 2019년 4월 30일에 의료기기법에서 체외진단 의료기기법을 분리해 별로도 제정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혁신의료기기지원법·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체외진단의료기기의 특성에 맞는 제도 기반을 구축하고 체외진단의료기기 관리체계의 국제 조화 및 국민건강과 미래 신 산업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체외진단의료기기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졌으며 주로 혈당, 감염병, 임신 등을 진단하기 위해 쓰였으나 현재는 고속화되고 다용량을 다중으로 진단 할 수 있어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질병까지 진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및 나노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통신(IT) 의료 기술의 융합으로 나노입자를 미세배열하고 면역분석을 정량화 할 수 있다. 또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등 기술을 통해 자동화가 가능해져 질병을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됐다.

실제 최근 개발되고 있는 신 의료기기는 항체 기술의 발달과 극미량의 바이오마커 진단으로 만성질환이나 치매, 특이암 등을 잡아낼 수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했다.

식약처 발표한 새로운 관련 규제에 따라 의료기기 국내 품목허가를 위해서는 제조, 수입 시 1개 이상의 품목허가(인증 및 신고)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제출 서류 등은 기존 의료기기법과 동일하다.

변경된 사항으로는 의료기기가 안정성과 유효성에 관련된 경우 식약처 또는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변경허가를 신청하고 보고하면 된다. 중요 사항으로는 제조소 소재지 변경, 원재료, 성능, 사용목적, 사용방법에 관한 변경이 있다.

정의, 허가, 인증, 신고, 임상적 성능시험, 표시기재사항, 전문가위원회 구성 등 별도의 적용이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이 외에는 의료기기법에 따라 준수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규제역량 향상과 국내 의료기기 산업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 시장에서는 허가를 받은 제품을 시판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실질적 판매 허가 절차로는 먼저 식약처의 유효성과 안정성 평가를 위한 허가심사를 거쳐 신의료기술평가 대상 여부가 결정되고 평가된다. 이 과정이 기존 90일에서 30일, 280일에서 140일로 줄었는데 표면적으로는 신속한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제한적 판단 근거 설명과 공유로 재판단 기회를 잃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검체 확보를 위한 생명윤리법과 관련된 법과 제도의 환경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기관생명연구윤리위원회(IRB)의 다양한 연결망을 통해 의사결정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 CE-IVD 인증을 위해 검체 은행을 운영하며 특수 상황에 동의 면제 등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인체유래물 IRB 심의를 의무화하고는 있으나 병원에 집중돼 있고 검체 수집이 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어 데이터 구축을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과 제도적 성숙도의 차이와 연구 개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의 차이가 현실"이라며 “이를 고려했을때 국내 환경의 전반적인 개선 없이 해외 제품의 데이터를 수용할 경우 한국 제품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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