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 미명하에 범죄자 처벌하는 '사적 복수' 도구로 전락 유의
디지털 교도소, 배드 파더스…공익 목적이지만 ‘서로 다른 사이트’

▲ 디지털 교도소 캡쳐. 사진제공=뉴시스
▲ 디지털 교도소 캡쳐.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한지은 기자 | ‘N번방 집단 성착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종이 울렸다. 하지만 이와 함께 떠오른 논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디지털 교도소’다. 한 개인 운영자가 디지털 교도소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본인이 직접 증거를 찾은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업로드했다.
 
해당 성범죄자들은 디지털 성범죄, 아동 성범죄, 지인 능욕 의뢰자 등 각종 영역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업로드 된 인물들 중 억울함을 주장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심지어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밝혀진 한 고려대 학생이 자살을 선택하며 디지털 교도소의 존폐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도메인을 변경해서 다시 운영된 '디지털 교도소'의 접속을 차단했다. 디지털 교도소의 접속 차단 후 사적 제재 논란이 있었고 다시 도메인을 변경해 운영됐다. 또한 디지털 교도소의 1기 운영자로 지목되는 인물이 베트남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사법부의 가벼운 처벌을 비판하며 성범죄자들이 두려워하는 신상공개를 통해 직접 처벌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가 존재한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한다.
 
두 사이트를 비교해보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한다는 의도는 비슷하다. 하지만 배드파더스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디지털 교도소는 사이트가 차단되고 1기 운영자로 의심되는 인물이 검거됐다.
 
◇ ‘공익 목적’이라도 다른 두 사이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는 두 사이트의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언급한다.
 
승재현 박사는 “성범죄의 신상 공개는 기소 前 신상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그 신상공개 요건이 강화되어 있다”라며 성범죄 신상공개 기준을 설명했다.
 
승 박사는 “배드 파더스는 첫째, 양육비 비지급자에 대한 신상공개 규정이 없다는 점, 둘째 양육비 미지급자는 판결문, 각서 등 객관적으로 양육비를 미지급했다는 증거가 확실하다는 점, 운영자가 공개되어 있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익명 댓글 창 없이 신상만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라고 배드 파더스의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는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신상공개 규정이 있고, 객관적 기준 없이 무차별적으로 신상공개가 되었으며, 운영자가 비공개되었고, 익명의 댓글창이 존재했다”라고 언급했다.
 
또 디지털 교도소가 공익적인 목적을 가졌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긴 어렵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승 박사는 “제1기 디지털 교도소에서 보여준 사례는 허위의 사실에 기반한 신상공개가 이루어졌다는 점, 오로지 공익의 목적보다 익명 댓글 창을 통해 행위자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을 방관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법성이 조각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디지털 교도소의 발생 이유에 대해선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불신이 쌓인 결과라고 했다. 승 박사는 “(디지털 교도소는) 사법불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매우 낮은 처벌 등으로 국민의 공분은 높아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3년간 심의한 디지털 성범죄 6만8172건 중 삭제 조치에 성공한 것은 고작 148건(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부의 양형 기준은 국민적 정서에 비해 낮고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끊임없이 고통받는다.
 
승 박사는 “성범죄 양형기준도 중요하지만 정부, 국회, 수사기관, 법원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각종 기관들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의 영상물은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통용되는 성인물이 아니라 명백히 성적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성폭력이고, 이에 그치지 않고 그 영상물을 유희와 소비의 대상으로 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려는 아주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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