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 독성 시험조차 시도 안 해....사실상 참사 방관

▲ 사참위 기자회견 모습 사진=한지은 기자
▲ 사참위 기자회견 모습 사진=한지은 기자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국내 최초 가습기살균제가 안전성 검토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판매돼온 사실이 드러났다. 1990년대 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할 당시에 흡입 독성 여부를 시험할 기준이 있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해왔다는 것이다.
 
18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0년대 국내 가습기살균제 개발 및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가 1994년 유공(SK케미칼의 전신)의 ‘가습기메이트’로 탄생했을 당시 인체에 해가 없다는 내용의 광고와 함께 출시됐다고 밝혔다. 유공 가습기메이트의 원료는 흡입 독성 원료인 CMIT/MIT가 1.5% 함유됐다.
 
유공도 흡입독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영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실에 실험을 의뢰하고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전달받았으나 추가시험 없이 계속 제품을 판매했다. 
 
유공 가습기메이트 출시 이후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에서 2020년 현재까지 총 48종의 제품이 판매됐다. 하지만 유공을 포함해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에서도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제품 출시 전 각각 흡입노출시험, 살균력시험, 유해물질검사, 증기 테스트 등을 하긴 했지만, 인체 흡입독성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사참위에 따르면 1994∼1997년 당시 국내에 현재 수준과 같은 흡입독성시험 장비를 구비한 시험기관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나, 시험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1992년 국립환경연구원(국립환경과학원의 전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비교·검토해 발간한 ‘화학물질의 환경위해성 평가연구(II)’는 ‘각 농도 군에 적어도 10마리(암컷 5마리, 수컷 5마리)를 사용한다’, ‘쳄버 내를 약간 음압으로 유지해 시험물질이 누출되지 않아야 한다’ 등 급성 흡입독성시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1995년쯤에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여러 곳에 현재 수준과 같은 흡입독성시험을 할 수 있는 시험 기관이 존재했고, 관련 연구 논문도 상당수 있었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 소위원장은 “1990년대 안전성 검증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손해도 입지 않는다는 잘못된 경험이 결국 2000년대까지도 이어져 가습기살균제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피해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관리·감독을 했다면, 그리고 그것을 기업들이 따랐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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