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실상 '재벌 특혜' 산은이 조원태 지원군이냐"
채이배 전 의원 "산은, 조원태 회장 경영권방어위한 백기사 자처"

▲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산업은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 끼어들어 사실상 ‘재벌 특혜’를 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혈세 8000억 원이 경영권 분쟁에 허덕이는 한진그룹 일가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혈세 투입 의지는 꽂꽂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혈세 투입 왜 하나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한항공이 인수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약 3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음에도 정상화하지 못했다.
 
산은은 앞으로 한진칼에 증자 5000억 원과 교환사채 3000억 원 총 8000억 원을 투자한다. 한진칼은 2조5000억 규모 대한항공 증자에 7300억 원이 투입된다. 마지막으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데 증자 1조5000억과 전환사채 3000억 원을 투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국민 혈세가 대한항공에 바로 투입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있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며 "아시아나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행장은 이에 대해 "그 엔딩을 기다리면 두 회사 모두 망한 다음 항공산업 재편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이동걸 산업은행장 사진제공=뉴시스
▲ 이동걸 산업은행장 사진제공=뉴시스
시민단체 반발 지속
 
이동걸 행장의 꽂꽂한 투자 의지에도 시민단체의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대한항공에 산은이 직접 혈세를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주주연합의 한 축인 사모펀드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을 통한 막대한 혈세 투입과 주주연합 등 다른 주주들의 희생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게 되는 것이고, 산업은행 경영진은 조원태의 우호지분으로 적극 나서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제개혁연대도 “인수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모회사 한진칼에 자금지원을 결정한 점”을 ‘이번 딜의 근본 의문점’이라며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및 항공산업 재편에 적극적으로 간여하기 위해서는 한진칼 주주의 지위보다 대한항공 주주로 참여하는 것이 더 타당한 의사결정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산은이 한진칼 교환사채에 7000억 원을 투입하면 한진칼 지주사 체제가 붕괴되지 않으면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은이 한진칼의 '주주'가 아닌 '채권자'가 되면 사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회계사인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기자와의 연락에서 "이번 거래는 산은이 기업구조조정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임무방기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방어를 위한 백기사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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