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게시 하지 않고 개인 메세지 달라 요구
소비자 권리 침해 넘어 각종 피해 가능성 우려

▲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투데이코리아=한지은 기자 | #1. A 씨는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PT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PT 홍보 게시글을 보게 됐다. “가격은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문의하라”라는 말을 본 뒤 DM으로 해당 트레이너에게 가격을 문의했다. 그러자 해당 트레이너는 “왜 다짜고짜 가격부터 물어보냐. 기본예의를 지켜달라”라며 답장을 하고 A 씨 와의 대화 내용을 캡처해 게시글을 작성했다. 게시글엔 “예의 없게 가격 문의부터 하는 사람은 고객으로 받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었다.
 
#2. B 씨는 네일아트를 받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네일숍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네일아트 숍 계정에는 “가격 문의는 3번만 가능합니다”라는 등 가격 문의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게시글엔 가격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B 씨는 “가격을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묻는 횟수도 정해놓으면 구매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언급했다.
 
◇ SNS 마켓 급증...접근성 높아 홍보 플랫폼으로도 인기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쇼핑 플랫폼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다수의 팔로워를 확보해 SNS상의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기반으로 온라인상의 거래가 확장되는 추세다. 그 외에도 회사의 계정을 만드는 등의 홍보 방식을 통해 SNS상으로 예약을 받는 업장도 많아졌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2018 상반기 SNS 쇼핑 소비자 피해’ 자료를 보면, 조사에 응한 3456명의 51.6%가 SNS를 통한 구매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SNS를 통해 구매하는 상품은 ‘의류 및 패션 용품’이 67%로 가장 높았고, 생활용품·자동차용품 39.7%, 식음료 및 건강식품 39.5%, 화장품 및 향수 39.2%, 아동‧유아용품 17.1% 순으로 나타났다.
 
SNS상으로 거래되는 것들은 옷, 신발, 가방 등의 의류부터 네일아트, PT, 학원 수강 등의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특히 의류 품목들은 직접 새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공동구매를 개최하거나 빈티지(중고 물품) 제품을 판매하는 등 제품 내에서도 종류가 다양하다.
 
SNS상으로 거래가 이뤄지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쇼핑 플랫폼에 쉽게 접근한다는 장점이 있다. 판매자도 구매자를 쉽게 유입할 수 있고 구매자도 다수의 상품 중 직접 사진을 보고 선택할 수 있다.
 
▲ 한 SNS에 가격문의를 검색하면 나오는 걔정들. 사진=SNS 캡처
▲ 한 SNS에 가격문의를 검색하면 나오는 걔정들. 사진=SNS 캡처

◇ “가격 문의는 3번만”...눈치보는 소비자
 
하지만 판매나 홍보 목적으로 올린 게시글에 가격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명시되지 않아 구매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해당 홍보 게시글엔 상품을 홍보하는 내용의 게시글만 있을 뿐 가격이나 구성 요소 등 판매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들이 제외되고 “자세한 내용이나 가격은 개별 문의 달라”라고 적혀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가격 문의는 3번만 가능하다”라며 횟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또 소비자와의 대화 내용을 캡처해 “초면에 가격문의는 예의 없다”라며 소비자를 저격하는 게시글을 쓰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에 한 소비자 C 씨는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함에 있어 가격도 당연한 고려사항이다. 이러한 판매자의 행동은 소비자의 원활한 구매 활동을 제지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라 생각한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편은 가격을 모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후 1:1대화를 통해 가격문의를 포함한 전반적인 거래가 진행된다. 그런데 카드 결제는 안 된다며 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경우가 많고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아두는 경우도 대다수다.
 
심지어 상품의 품질까지도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미미쿠키’라는 업체는 유기농 재료로 각종 간식을 만들어 SNS상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제품을 구매해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문을 닫기도 했다. 이외에도 비용을 지불한 이후 판매자가 사라지거나 상품의 질이 사진과 달랐다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올해 상반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SNS 쇼핑 관련 소비자 상담은 49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 증가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교환·환불 거부가 347건(69.7%)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상품 구매 후 해당 SNS 운영중단 및 판매자와 연락 두절(53건·10.6%), 배송지연(43건·8.6%), 제품 불량 및 하자(41건·8.2%) 순이었다.
 
◇ “믿고 구매했는데”...‘호갱’된 소비자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들을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해사례가 증가하며 양심 없이 SNS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팔이피플’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기본적인 정보조차 게재되지 않은 게시물들은 소비자들이 다른 제품과 비교할 기회를 빼앗는다. 또한 개인적으로 가격을 문의하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다.
 
심지어 가격을 비공개로 하거나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 사업자 등록이나 통신판매업 신고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상에서 물건을 판매할 때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가격 명시를 해놓지 않는 등 판매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가는 것이다.
 
또한 가격책정도 더욱 자유로워져 세금이나 수수료 측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가격을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물건을 비교하는 것을 차단하면 더욱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또한 계좌를 나눠 받으면 실제 수입보다 적게 신고할 수도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구매 전 사업자의 기본 정보가 명확히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업자의 성명, 연락처, 주소,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확인 후 구매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대상에서 SNS 마켓은 규정이 불분명하다. 심지어 각종 플랫폼조차 소비자의 피해에 대해선 사측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니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대상에 SNS 마켓을 명확히 규정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태규 의원은 “법규 사각지대인 SNS 기반 판매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전자상거래법상 규제와 소비자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을 통해 SNS 마켓을 현행법상 적용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해 ‘미미쿠키’나 ‘임블리’와 같은 사태를 막아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겠다”라고 밝혔다.
 
한 소비자 C 씨는 “SNS 마켓을 이용하다 보면 내가 돈을 내는데 눈치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또 1:1 대화를 하다 보면 제대로 된 고려 없이 자연스럽게 물건을 구매하는 때도 있다. 제대로 고민을 하고 다른 물건과 비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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