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팔아”...편의점 수제 맥주 강세
연말대목 없어진 주류업계...홈파티 겨냥한다

▲ 마포구 일대 식당가가 한산하다. 사진제공=뉴시스
▲ 마포구 일대 식당가가 한산하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한지은 기자 | 12월 연말대목으로 한창 미소 지을 시기지만 주류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3차 유행으로 접어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2.5단계로 식당에서 취식은 가능하지만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축소됐다. 이에 유흥용 주류 시장은 사실상 침체기를 맞았다.
 
주류 시장은 주점이나 식당에서 판매되는 유흥용 시장과 각종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가정용 시장으로 나뉜다. 그간은 유흥용 시장의 비중이 높았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류시장 소비자들의 외식이나 외출이 줄어들면서 식당에서 소비되는 유흥시장 주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대 20~30%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가정용 시장은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지난해까지 유흥용과 가정용 주류 매출 비율은 6:4 정도로 유흥용 시장이 앞서나갔다. 하지만 이번 해 4:6으로 뒤바뀌며 가정용 시장이 역전했다.
 
이에 연말연시 대목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주류업계는 가정용 주류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가정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미니제품’을 개발하고 연말 홈파티용 주류에 신경 쓰고 있다. 또한 ‘언택트’ 행사를 개최하는 등 가정에서 주류를 더욱 간편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힘 쓰고 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가정에서 소비되는 주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연말 유흥용 매출에 미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황이 이런 만큼 가정용 주류와 온라인 상으로 만날 수 있는 언택트 행사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라고 밝혔다.
 
▲ 곰표 밀맥주. 사진제공=BGF 리테일
▲ 곰표 밀맥주. 사진제공=BGF 리테일

◇ 주류업계 울상 지을 때...이색 주류 시장 ‘미소’
 
가정용 주류의 판매가 증가하며 주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유흥시장 비중이 높은 도수가 높은 주류들은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와인이나 전통주 등은 판매량이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위스키 수입액은 9828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감소했다. 반면 10월까지 와인 수입액은 2억5479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색 수제맥주, 막걸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특히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합작한 ‘곰표 밀맥주’는 SNS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3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완판되고 이를 찾기 위해 ‘원정’을 떠나는 소비자도 생겼다.
 
한 소비자 A씨(22세)는 “곰표 밀맥주를 사려고 편의점 6개 정도를 돌았다. 하지만 이미 다 판매된 상태였다. 결국 6개를 모두 돌아도 구매하지 못해 그 다음 날 대형마트에서 구매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곰표 밀맥주’를 검색 사이트에 검색하면 ‘곰표 밀맥주 파는 곳’이 추천 검색어로 뜨기도 한다.
 
수제 맥주나 막걸리 업계는 이색 콜라보 등의 마케팅 방식으로 MZ세대의 취향 공략에 성공했다. MZ세대는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 추구), 펀슈머(상품에 대한 재미 소비) 등의 신조어로 자신의 만족과 재미를 위한 소비성향을 가졌다는 특성을 알 수 있다.
 
곰표 밀맥주 이외에도 말표 흑맥주, 광화문, 경복궁, 유동 골뱅이 맥주 등 각종 이색 수제 맥주들이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CU의 수제맥주 매출(1~11월 누적) 비중은 국산맥주 매출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또한 GS25에선 전체 캔맥주 중 '광화문', '경복궁' 등 수제 맥주 5종 매출 구성비가 올 11월 말 기준으로 8.9%까지 증가했다. 2018년 기준 2.1%로 급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간 편의점 맥주 시장은 수입 맥주가 지배적이었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전체 시장의 최대 60%까지 수입 맥주가 차지한 적도 있었다. 또한 40% 가량의 국산 맥주 매출 중 수제 맥주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류의 ‘양’에만 세율을 곱하는 종량세로 주세법이 개정되며 수제 맥주 시장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에 각종 업체에선 가격이나 출고가를 인하했고 편의점에서도 수제 맥주 ‘4캔 1만원’ 행사 진행이 가능해졌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집콕족’, ‘혼술족’이 증가하며 간편하고 맛있는 수제 맥주를 찾는 2030세대도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색 전통주 또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이끌고 있다. GS25에 따르면 12월 11일까지 전통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5% 증가했다. 지평주조는 이마트와 공동 기획해 ‘지평 이랑이랑’을 선보였다. 지평 이랑이랑은 스파클링 막걸리로 맛과 새로움을 한 번에 잡았다.
 
또 막걸리 전문점들이 생겨나며 각자의 특색을 포함한 ‘이색 막걸리’ 또한 주목을 받았다. 해당 막걸리 전문점들은 배달을 내세우며 주류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예전엔 수입 맥주를 찾는 고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눈에 띄게 수제 맥주를 사가는 분들이 많아졌다”라며 “특히 곰표 밀맥주는 출시 이후는 ‘신드롬’ 수준이었고 지금까지도 인기가 높다”라고 밝혔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제 맥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새로운 수제 맥주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어 특히 젊은 층의 이목을 이끌고 있다”라며 “주류 업체들은 연말 대목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가정용 주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