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기자 취재에 따르면 법원의 조정안에 따라 직장 상사로부터 2차례 성폭력(강간미수)을 당한 A 씨는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에 추가조사 및 재발방지를 요구하자, 회사는 이 같은 내용의 조정안을 통해 답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18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 내 성폭력 외면하는 산업은행을 규탄한다”고 촉구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건전·윤리 경영 감시자 역할을 포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정안에 대해 A 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정정 보도는 그동안의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실이 인정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사건을 왜 숨겨야 하냐”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가해자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정신적 충격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절차에서 또 다른 폭력을 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A 씨는 대한항공 내에 만연하는 성폭력 사건들을 전수조사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초 선례를 남기기를 두려워하는 회사를 위해 제기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 내에 밝혀지지 않은 성희롱 실태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대한항공의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공운수노조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대한항공 측이 성폭력 피해자 측에 보낸 조정안을 보면 피고 회사(대한항공)는 성희롱 예방 관련 외부 컨설팅 업체를 고용, 회사 내 성비위 관련 제반 상황을 점검하고, 업체의 컨설팅 및 점검 결과 등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A 씨 측 요청을 반영해 가해자에 대해 사직 처리 한 것을 이유로 들며, 언론보도의 정정과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의 노조활동의 중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민 것으로 확인됐다.
송 지부장은 “피해자는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고 정의와 진실이 이기길 바라고 있다”며 “그런데 회사는 조정안으로 피해자에게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거짓말을 하라고 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의 조정안은 노동자의 정당한 활동까지 방해하려고 한 것”이라며 “반성도 없고 개선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일 노조는 산업은행에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 산업은행 입장 질의 및 이동걸 산업은행장 면담 요청의 건’을 보냈다고 전했다. 산은은 “저희 은행이 입장을 밝힐 만한 지위에 있지 않다”며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 공문을 14일 공공운수노조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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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기자·오혁진 기자
smk3190@todaykorea.co.kr
통합뉴스룸 총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