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GDP -1.1% 전망
올 한해 4차례 추경 편성...적자국채 '비상등'
동학개미들 부상...코스피 2,800 선 가시권

투데이코리아=이정민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2020년 한국 경제는 수많은 전망을 빗나가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 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1980년(-1.6%), 1998년(-5.1%) 단 두 차례뿐이다. 

그만큼 국내외 시장은 매우 어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장기화로 세계 각국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소비는 위축됐다. 주요국의 국가간 이동제한조치로 수출길이 막히기도 했다. 악재에 악재가 겹쳤지만 비교적 코로나19 확산에 잘 대응한 한국은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반등하며 뒷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본지는 올해 경제계를 좌지우지했던 3가지 키워드를 통해 올 한해를 되돌아본다. <편집자 주>
 
▲ 서울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 서울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 '코로나 쇼크'에 휘청한 韓 경제...수출이 '회복세' 이끌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6.4% 감소한 5077억달러, 수입은 7.6% 줄어든 46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년 연속 1조달러를 가뿐히 넘었던 한국의 연간 무역액이 올해 1조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한국의 올해 월별 수출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 3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1.7%)로 돌아서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4월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25.6% 감소를 기록하며 4년 3개월 만에 최소치를 찍었다.  

이후에도 마이너스 행진은 계속됐다. 5월(-23.8%), 6월(-10.9%), 7월(-7.1%), 8월(-10.3%) 등 6개월 연속 후퇴하다 9월에 7.3%로 반짝 플러스(+) 반등한 뒤 한 달 만에 3.8% 감소세로 전환됐다. 

11월 수출은 다시 4.0% 늘어난 458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2월 1~10일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34.5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상승 기조를 나타낸 것인데 그 증가폭은 눈에 띄게 커졌다. 

올해 한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수출의 흐름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코로나19의 직접적 충격으로 인해 지난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각각 -1.3%, -3.2%로 저점을 찍었으나 3개 분기 만에 2.1%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침체에서 벗어난 양상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디지털·비대면 생활방식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컴퓨터,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 수요가 많이 증가한 것이 한국 경제의 회복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전환 가속화, 친환경 확대 등 코로나19로 바뀐 경제구조에 맞게 우리 수출이 나아가고 있다"면서 "올해는 수십 년 내 제일 어려웠지만, 회복세는 뚜렷하다"고 말했다.
 
▲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 의자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 의자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돈을 풀어라"…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적자국채 '비상등'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59년 만에 한 해 4차례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재정을 풀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지원 등에 투입될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면서 나라살림은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집행했다. 지속되는 코로나19 여파에 지난 7월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1000억원의 3차 추경, 다시 7조8000억원에 달하는 4차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가 추경을 거듭할수록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는 커졌다. 올해 세 차례 추경을 통해서만 이미 34조2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내년에 89조7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계획했으나 3차 재난지원금과 백신 접종 예산 등 2조2000억원을 국채발행을 통해 채우기로 해 9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는 정부안(952조5000억원) 대비 적자국채 발행량이 3조5000억원 더 늘어나게 되면서 956조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1년 새 총 150조8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1%에서 47.3%로 오르게 됐다. 이는 4차 추가경정예산(43.9%)보다 3.4%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내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추가적인 추경 편성이 강행될 경우 내년 말 국가 채무 규모가 10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연말까지 4차 추경 전망(관리재정수지 적자 118조6000억원, 국가채무 846조9000억원)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제공=뉴시스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제공=뉴시스
| ‘코스피 3,000 시대’ 넘보는 동학개미들

올해 국내 증권시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스피는 유례없던 2,600과 2,700을 차례로 돌파하며 지난 10년간 이어진 박스권(2000~2600)을 탈피했다. 상승률로는 글로벌 주요 25개 지수들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올해 국내 증시에 반전을 불러온 일등공신은 이른바 '동학개미' 투자자들이다. 세계로 퍼진 저금리 기조와 정부들의 자금 풀기식 정책으로 갈 곳 잃은 돈이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청년이 ‘영끌’ ‘빚투’로 증시 시장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동학개미'라는 신조어도 등장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됐던 지난 3월 19일 1457.64까지 폭락했던 코스피지수는 1321.01포인트(90.63%) 오르는 기적을 창출하고 있다. 동학개미들이 지난 3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 사들인 주식은 무려 11조1869억원에 달했고, 이후 10월 말까지 26조560억원치 주식을 더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지난 21일 코스피지수는 2778.6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강세 기조, 백신 개발로 인한 경제 회복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서 2,800 선 도달을 넘어 3,000선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동학개미들과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7만 고지'를 넘어선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9만원선까지 넘보고 있을 정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5거래일간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 1조25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71억원, 2864억원 팔아치운 삼성전자 물량을 개미들이 그대로 이어받은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9일 12만원선을 돌파하는 등 올해 새로운 고점을 달성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으나 올해 국내 증시는 동학개미들이 이끌었다. 한때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으로 인해 연말 주식 시장 혼란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이달 이례적으로 개인들이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거래일이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강한 매수세로 순매수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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