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민 기자.
▲ 김성민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막바지에 이르자 사내 성폭행 피해자의 노조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KCGI(대표 강성부)조차 통합 이후를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찬성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해외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지만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지난 15일부터 연결 탑승수속(IATCI) 서비스를 시작하며 서비스통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항공사 간의 연결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편의성을 보장한다는 입장에서다. 대한항공 인수준비단은 아시아나의 재무, 운항, 영업, 노무 등 각 분야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3월 중순 산업은행에 인수통합계획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돌이켜보면 양사의 통합 절차는 오너 일가에서 발생한 숱한 논란 속에서도 순항중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2018년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까지 더해져 ‘갑질’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2018년 〈뉴욕타임스〉는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이라는 기사에 ‘갑질’이라는 단어를 ‘Gapjil’로 표기해 설명하길 “봉건 사회의 영주처럼 행동하는 간부들에 의한 부하직원과 하청노동자 학대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했다. 

여러 갑질 사건에 분노한 4000여 명의 직원들은 4개의 카카오톡 공개채팅방을 열어 조 씨 일가의 횡포에 대해 비판했고, 이는 촛불 집회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선 당시 노동부 장관이던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직원 대표들을 만나 그들의 요구를 들었고 직접 ‘근로감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이 지난 현재 근로감독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갑질 사건에 가려진 사내 성범죄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직속 상사에게 2017년부터 2차례 성폭행 및 강간 시도를 당한 피해자 A씨는 노조활동을 통해 회사에게 후속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회사는 가해자에게 퇴직금 전액을 쥐어주고 해임시켰을 뿐 어떤 처벌도 하지 않았다. A씨는 회사가 제안한 피해보상금 1억 원조차 거절하며, 그 대신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은 직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추가조사 및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인수전이 코앞에 다가오자 민감해진 탓인지, 회사는 A씨가 노조원으로 활동 중인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직원연대)에 “사내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건에 관련된 언론보도를 정정하고 노조활동을 중단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성범죄 사건에 대해 추가조사 및 재발방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노조탄압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대한항공 기존 노조가 직원연대 지부장에게 가입자 명단을 요구하자 그는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초 조합원 명단을 회사와 기존 노조에 통보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기존 노조는 직원연대 명단을 무단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지부장은 “사측과 기존 노조에서는 직원연대가 눈엣가시처럼 보일지 모르나, 우린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2년 전 객실승무직원들 중 병원의 진단서가 없으면 휴가를 받을 수가 없다는 제보와 여성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생리휴가 또한 사용할 수 없었다.
 
2018년도 8월 당시 지부장 등 4명과 면담에서 김 전 노동부 장관은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여승무원들의 생리휴가를 아직 사용 못하냐?” 반문하며 배석한 담당 보좌관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장에 따르면 그 후 한 달 정도 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장이 면담 자리를 통해 ‘조원태 회장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확인했다’면서 조 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 할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여승무원들의 생리휴가를 허락한 것 말곤 바뀐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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