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과 다를 바 없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사례 처벌 못할 수도

▲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시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만드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0만 국민동의청원 선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시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만드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0만 국민동의청원 선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정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통과되어선 안 된다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책임 범위와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논의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29일 김미숙 씨는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 참석해 “정부라는 곳이 사람을 살려야 하는데 오히려 죽이려고 하는 것인지 정말 한심스럽다. 우리나라 수십 년 동안 이런 죽음이 계속 있었고 이제 막자고 하는데 정부에서 또 죽이겠다고 한다”고 개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대표로 한 법학계 인사 92명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의 법적 쟁점에 관한 법학계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수정안에는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또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해야만 법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정부가 제출한 수정안의 후자대로면 태안화력의 고 김용균씨,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다 숨진 김군씨 사례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정부는 급성중독 사고는 ‘5명 이상 동시’에 피해자가 있을 때 중대재해로 규정하는 안도 제시했다.
 
정부는 법 적용 유예 대상 사업장도 늘렸다. 본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4년 유예하자는 부칙을 담았는데, 정부는 ‘50인 이상~100명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하자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85%가 일어나는데 이런 사업장에 적용을 4년 유예하는 것도 모자라 50~99인 사업장도 2년 유예를 가져왔다”며 “원청책임도 약화, 처벌도 완화, 징벌적 손해배상도 약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고 했더니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을 가져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안이 입법되면,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같은 사례가 2년 내에 다시 발생했을 때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사업주나 법인, 기관이 제3자한테 임대·용역을 준 경우 안전 보건 책임을 지게 하는 부분을 두고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임대 세 가지만 원청책임을 인정한다. 정부안은 산안법 기준보다 좁다. 덤프, 지게차, 굴삭기 임대 등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의 정의에서 ‘이사’를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에 한정하자고 했다. “이사에는 사외이사 등 법인의 경영을 주도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으므로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이사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있는 경영책임자 등 범위를 시설·설비의 ‘소유자’가 아닌 시설·장비·장소 등의 관리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만 의무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두도록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큰 차이가 없다. 경영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실질적 안전 조치를 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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