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20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 발표
12월말 가계대출 잔액 1000조원 육박

▲ 지난해 전국 집값이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동호대교에서 보이는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지난해 전국 집값이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동호대교에서 보이는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정민 기자 | 지난해 은행의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해 초강력 대출 규제를 쏟아냈으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 주식 투자)'에다 생활 자금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0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만에 100조5000억원 폭증하면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정부가 전세대출은 임대차2법 시행하자마자 집값은 급격하게 치솟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주택 영끌·패닉바잉(공황구매) 열풍이 일었고, 대출액이 예치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인 주택매매거래가 대폭 늘어났고, 각종 생활자금 수요에 공모주 청약이나 주식매수를 위한 자금수요까지 맞물리면서 가계부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투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의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은 72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조3000억원이 늘었다.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12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기타대출 잔액은 266조원으로 1년 사이 32조4000억원이 불었다.

지난해 12월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11월(13조7000억원) 대비 증가 규모는 축소됐지만, 주택담보대출은 11월(6조2000억원)보다 1000억원 늘어난 6조3000억원의 증가폭을 나타냈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은 12월 한 달간 2조8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세자금의 수요는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기업대출도 107조4000억원 늘면서 12월말 기준 976조4000억원이다.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지원으로 운전자금 수요 등이 급격히 늘면서 중소기업이 87조9000억원 급증했다. 이 중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대출은 386조원으로 연중 47조5000억원 급증했다. 대기업 대출은 19조5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12월 한 달간 기업대출은 연말 기업의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금 일시상환,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등의 영향으로 한 달 새 5조6000억원 감소로 줄었다.

윤옥자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해마다 12월 기업들은 연말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부채를 상환하거나 부실 채권을 매·상각하기 때문에 부채 잔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소상공인들의 자금 수요에 따라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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