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권호영 고려전통기술 연구소장
▲ 사진=권호영 고려전통기술 연구소장
투데이코리아=서용하 기자 | 우리가 보통 전통을 얘기할 때 ‘혼이 담겼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빛깔 좋은 도자기부터 맛깔나게 쓴 서예, 그리고 맛있게 담근 김치까지...
우리 조상들이 갖고 있던 기술이 옛날에 머물러 있다면 역사는 될지언정 전통은 될 수 없을지 모른다. 온돌, 도자기, 음식 등과 같이 우리 고유의 문화와 현대기술이 만나 우리 삶 속에 숨 쉬고 있어야 전통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민족의 혼, 도(刀)를 아십니까
지금은 전통에서 잊히고 역사가 돼버린 우리나라의 기술 중에 바로 칼이 있다. 한반도를 호령하고 우리 삶 속에 살아 숨 쉬었던 바로 우리의 혼이 담긴 칼이다. 그 칼을 묻힌 역사 속에서 전통으로 끄집어내려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고려전통기술’의 권호영 소장이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권 소장은 칼이야말로 전통제련기술의 산실이며 현대의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혼이 담긴 기술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칼을 잘 만든다는 일본도 사실 삼국시대 고대에 우리가 일본에 전래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조선 문관시대를 거쳐 일제 강점기 때 거의 다 공출돼버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조선의 칼은 하나도 남지 않고 점점 잊혀 갔다.
 
권 소장은 칼이라고 하면 영화에서나 보는 무기 정도로밖에 떠오르지 않겠지만 쉽게 주방에서 볼 수 있는 게 칼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칼들은 거의 외국산으로 우리의 기술이 그만큼 낙후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준기 대표와 함께 고려전통기술을 설립한 취지도 칼을 만드는 야금기술 바로 전통 기술을 되찾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국내와 세계에 알려 국익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정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려도검(현 고려전통기술)의 문준기 대표가 본인이 만든 칼을 가지고 와 일본 못지않은 좋은 칼을 만드는데 도와달라는 데서 감동을 하였습니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권 소장은 자신의 전문지식이 좋은 칼을 만들고 전통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며, 마침 미래부에서도 향후 먹거리로 중요하게 생각했고, 전통문화 융합 연구 사업단이 우리나라의 고유의 전통기술을 현대 첨단기술과 융합해보자는 취지로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통기술과 첨단기술 융합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데...
권호영 소장은 전통기술과 첨단기술의 융합이란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치를 예를 들었다. “김치는 우리의 전통 기술 중에 하나다. 김치를 담그는 기술도 전통이지만, 김치를 오래 보관하며 먹을 수 있게 하는 장독은 그 시대의 뛰어난 기술이다. 이 기술이 첨단기술과 융합해 딤채라는 냉장고를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전통기술과 첨단기술이 만나 딤채라는 보관함을 만들어 김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다는 얘기다. 권 소장은 칼도 김치와 다르지 않다며 칼은 삼국시대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멋진 전통 기술이었다. 라고 강조한다.
성덕대왕 신종의 ‘종거리’도 전통 철 야금 기술...
때려서 겹치고 때리는 다층 구조...

권 소장은 전통적인 철 제련기술의 하나인 때려서 겹치고 또 때려서 겹치는 기술은 우리나라의 전통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백제 지역인 무령왕릉에서 ‘황도대도’ 라는 칼이 나왔는데 바로 다층구조란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경험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현재 성덕대왕 신종을 메달고 있는 종거리도 비슷한 기술이다. 성덕대왕 신종 발견 당시 종거리가 없어 포항제철에서 10센티 정도의 두께로 종거리를 만들었는데 부러지고 말았다. 지금 매달려 있는 것은 이후 발굴과정에서 나온 우리 조상들이 만든 종거리다.
우리의 칼 만드는 기술 다시 살리자
가야 시대에 김수로왕이 일본에 칼을 처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 만드는 제철기술은 백제 쪽에서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그 후 일본에서 사무라이 정신으로 맞물려 칼이 발전돼 세계적으로 일본도가 가장 유명하게 됐다. 권 소장은 일본 칼은 하나에 천만 원 1억이 넘는 것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대가 끊겨. 참고 자료가 아무것도 없어 답답”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에서 칼 전문가로 있는 1세대 재일 동포를 만났는데 우리나라 조선 칼을 갖고 있었다며 우리나라에서 만든 칼을 일본에서 본 것이 반가우면서도 전통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화도 많이 났었다고 한다.
칼 만드는 전통기술, 주방칼부터...
우리나라는 칼이 무기로 돼 있어 만들 수 없다. 무기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할 만큼 까다롭다. 그래서 권 소장은 주방 칼을 만들자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내 주요 브랜드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는 Henckels의 제품이다. 소비자의 인지도가 약 80%에 달한다.

고려전통기술은 축적 압접공정이 가능한 판재 상태로 만들어, 축적 압접공정으로 다층구조의 소재를 생산하고 미세조직을 제어해 주방용 칼을 제작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전통제련 및 단접기술, 현대 생산기술을 접목한 고품질, 고부가 가치의 주방용 칼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전통단접기술을 접목한 축적압접 방식으로 ‘대장간에서 만드는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켜주자’란 각오로 연구를 시작...”

“이종 금속 접합 다층구조 소재의 개발은 고품질의 주방용 칼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사업화될 수 있으며 크게 발달하지 못한 관련된 산업 분야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

 
권호영 소장은 전통적인 단접 공정 전문기술인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의 도검제작 기술을 벤치마킹해 주방용 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주방용 칼을 제작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등록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소장은 우리의 전통 제련 방식인 다층구조 소재를 축적압접 하는 기술이 주방용 칼의 조직을 치밀화하여 고강도의 소재를 만들 수 있다며, 이종 금속 접합에 따른 Ni도금 접합에 대한 주제로 특허 출원 중이다. 라고 강조했다.
 
고려전통기술은 다층구조 소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축적압접공정 설계 및 고품질의 주방용 칼, 개발된 다층구조 소재 등 다양한 소재 및 기술들에 대하여 관련 특허를 출원해 원천기술도 확보한 상태다.
녹슬지 않는 칼 새로운 먹거리 될 것...
“우리의 전통소재를 가지고 응용할 수 있는 걸 찾자”
“백동을 결합 시켜보자 일본 칼은 좋은데 녹이 스는데 우리가 보완해보자”

 
권호영 소장은 쇠로 만든 칼에다 백동을 압착해 녹슬지 않는 칼에 대한 특허도 가지고 있다.
전통소재인 구리 및 백동소재와의 이종 금속 접합기술을 적용해 부식되지 않는 소재를 이용해 축적압접공정을 적용, 다층구조의 소재를 생산한다. 이 소재를 이용하면 주방용 칼을 제작하는 방법으로 전통 단접기술과 현대 생산기술이 접목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해외 주요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주방용 칼의 기술 수준과 가격으로 대중적이면서 브랜드 가치가 큰 주방용 칼을 제작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 활로 열겠다.
권호영 소장은 전통기술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문화권으로의 수출이 가능하리라 판단하고 있다.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 또한 클 것이다.
아울러 학문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금속재료학・고고학・보존과학 등 융합된 연구기술을 보유한 전문 인력의 양성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 세계 주방용 칼 시장 현황 및 기술연구 수준을 벤치마킹해 생산체계를 갖춤으로써 외국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을 개척하고 점유해 고용 창출 및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2 올해가 마지막 연구... 내년 연계 사업 지속 희망...
“연 1000억 원 시장 주방용 칼 10조 원 시장을 만들어 내겠다”

고려전통기술 권호영 소장은“정부 연구 과제를 통해 지금까지 많은 특허를 획득했고 성과도 있었다. 올해가 마지막 연구 해인데 국가 재정이 허락한다면 내년부터 연계된 과제를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축적된 기술을 민간 기업 기술이전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반드시 높이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 사진=권호영 고려전통기술 연구소장
▲ 사진=권호영 고려전통기술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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