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300여편 소품 제작
전통도검 기술, 일본 장인에게 전수받아

▲ 영화 '명량'에서 사용된 장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사용하던 장검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고려전통기술 제공
▲ 영화 '명량'에서 사용된 장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사용하던 장검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고려전통기술 제공
투데이코리아=김동일 기자 | 한국의 고유 문화영상콘텐츠인 ‘사극’. OTT(Over the Top) 산업이 발달하면서 사극은 이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도 즐겨보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누적 관객수 1700만명을 돌파하며 지금도 국내 영화 관객수 1위를 지키고 있는 ‘명량’, 넷플릭스로 전파를 타며 해외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만 봐도 사극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사극의 인기 비결은 당연히 흥미진진한 각본과 감독의 정교한 디렉팅, 배우들의 열연일 것이다. 그런데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이 또 있다.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듯한 의상과 무기 등 장비 소품이 그것이다. 특히 장르 특성상 전투신이 많은 사극의 경우, 검 같은 무기 소품의 퀄리티는 극 몰입도에 큰 영향을 준다.
 
영화 ‘명량’ 속 이순신 장군의 검, 전통기술로 재현하다
전통도검 제작업체 ‘고려전통기술’은 15년간 쌓아온 전통도검 복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사극 제작에 필요한 삼국 및 고려, 조선시대의 무기문화에 대한 고증 자료를 적용해 방송소품을 제작·공급하고 있다.
 
고려전통기술은 현재까지 300여편의 영화 및 드라마 방송소품을 제작했다. 영화 ‘명량’ ‘최종병기 활’ ‘안시성’ ‘봉오동 전투’ ‘남한산성’,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녹두꽃’ 등 이들의 손을 거친 소품들은 스크린 속에서 전통도검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려전통기술이 늘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최근까지 방송가에서는 비용 등의 문제로 저가의 중국 소품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3월 SBS ‘조선구마사’ 방영 폐지 사태를 통해 방송소품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후 다시 고려전통기술을 찾는 제작사가 많아졌다고 한다. 전통기술을 보유하고 확실한 고증을 통해 믿을 만한 소품을 제작한다는 이유에서다.
 
고려전통기술 관계자는 “최신장비와 시설을 활용한 생산 공장을 준비했고, 이를 통해 고품질 소품을 대량생산해 각 방송제작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 제작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검장인에게 전수받은 기술력
문준기 고려전통기술 대표는 도검제작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2006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일본에서 5년간 도검장인 ‘마츠바 이치로’에게 도검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기법을 전수받았다.
 
일본에서 배워온 도검제작 기술을 회사의 도검 생산에 적용해 옛날 우리 선조로부터 일본으로 넘어간 기술을 복원했다. 현재도 마츠바 이치로 장인과 교류하며 전통도검에 대해 공동연구하고 있다.
 
또한 국내로 기술을 다시 전수해 우리나라 고유의 도검을 제작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고 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도검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전통도검 제련 기술을 배우기 위해 국내 유명 대장간의 자제 및 기술자, 칼 마니아들이 회사에 찾아들었고, 현재 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중이다.
 
▲ 영화 '명량'에서 사용된 장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사용하던 장검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고려전통기술 제공
▲ 영화 '명량'에서 사용된 장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사용하던 장검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고려전통기술 제공
전통문화와 첨단기술로 벼려낸 ‘칼’
고려전통기술은 지난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現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출범한 ‘전통르네상스사업단’에 속해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전통문화와 현대첨단기술 융·복합을 통한 기술혁신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연 기술협력 촉진 및 전통문화산업의 기반 구축 등을 지원하는 ‘전통문화융합연구사업’에 참여했다.
 
연구사업의 3개 과제 중 ‘전통 제철기술을 활용한 고강도 소재(고급 칼 등) 개발 및 상품화’ 연구과제에 선정돼 지난 2016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공주대학교, KIST, 두앤비 디자인회사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식재산권 특허등록 및 논문 발표 등의 성과를 거뒀다. 회사가 등록한 특허는 △제 10-2136827호 ‘칼의 제조 방법’ △제10-2030804호 ‘도끼 및 그 제조 방법’ △제 10-2146528호 ‘뿔을 이용한 칼의 제조 방법’이 있고, 디자인등록으로는 △제10-1052073호 ‘소방용 손도끼(대형)’ △제10-1058891호 ‘소방용 손도끼(중형)’가 있다.
 
지난 2019년 대한금속·재료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는 다층구조 소재 칼의 제작방법에 대한 관련 논문을 발표해 문화재 및 재료분야에서 큰 호응과 관심을 받았다.
 
고려전통기술에서 R&D를 책임지고 있는 권호영 연구소장은 이러한 기술 축적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세계적인 일본과 독일의 칼 생산 업체들을 방문해 벤치마킹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행사인 미국 애틀란타에서 진행하는 “블레이드쇼”에 참가해 세계적인 칼 디자인 경향이나 기술 동향을 벤치마킹했고, 지난해 1월에는 일본 전통제철소인 다타라 제철소를 방문해 국내 전통제철법에 대해 기술을 축적했다.
 
고려전통기술 관계자는 “국내 및 아시아권 최고의 시설과 장비를 구축했고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타공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칼 산업의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과 실용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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