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당정간의 줄다리기가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당론으로 정한 ‘전 국민 지급’을 관철하기 위해 대(對)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고수 중인 ‘선별 지급’ 입장을 철회하라는 요구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해임론’까지 제기됐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한편으로는 당내에서 (홍 부총리) 해임 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마치 선별 지급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는 홍 부총리가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를 방해하고, 지급 시기를 늦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비춰질 수 있다. 여기에 한 민주당 의원은 홍 부총리를 향해 ‘재정 독재’란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초 당정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편성 당시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80%’로 합의했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보편 지급보다는,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대신 신용카드 캐시백·소상공인 지원 등을 병행해 재정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전 국민 지급을 띄우던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식으로 정책 의원총회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더니, 전 국민 지급으로 당론을 급선회했다. 정부와 도출한 합의안을 먼저 뒤집은 건 민주당인 셈이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란 변수가 출현했지만, 홍 부총리 해임까지 거론하며 당론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의 행태가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전시(戰時) 경제 상황 속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홍 경제부총리를 ‘걸림돌’ 쯤으로 취급하는 듯한 모양새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혼란을 야기한 민주당이 먼저 홍 부총리 설득에 나서는 게 맞는 순서 아닌가.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정책 추진 과정에 충분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경제 위기 상황이지만 무작정 나라 곳간을 열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정 투입의 효과, 나아가 미래세대 부담 등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치와 이념 중심으로 국가 경제 수장을 패싱하는 건 집권 여당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입법부의 영향력 행사나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논란만 키우는 5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국민들의 피로도는 가중되고 있다. 당장 경제 위기 최전선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곡소리가 커져만 간다. 민주당의 당론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재정당국을 압박하기 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조속한 2차 추경안 통과에 힘써주길 바란다.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표퓰리즘’ 비판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