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인터넷 1시간 먹통에 ‘심리적 불안감’
“온라인상의 한 요소처럼 살아온 것 같다”
심리학자 “인터넷, 가상 아닌 정서적 현실”

▲ 사진은 25일 오전 11시35분께 서울 강남구 일대 KT인터넷을 사용하는 한 식당에서 QR코드 인식기가 인터넷 연결 문제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 사진=김찬주 기자
▲ 사진은 25일 오전 11시35분께 서울 강남구 일대 KT인터넷을 사용하는 한 식당에서 QR코드 인식기가 인터넷 연결 문제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 사진=김찬주 기자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인터넷이 잠깐이라도 안 되니까 엄청난 불안을 느꼈어요. 그동안 인터넷상의 한 요소처럼 살아온 것 같아요”(박성준, KT 이용자)
 
국내 2명 중 1명꼴로 사용하는 국가기간통신사업체 KT의 전국 유무선 네트워크 ‘먹통’으로 25일 시민들은 삽시간 내 일상의 대혼란을 겪었다. 특히, 이날 오전 11시20분경부터 오후 12시경까지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넷 접속불가에 사람들은 심리적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사람들은 인터넷이 자신의 생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현대문명의 강점인 인터넷은 그 편리성을 넘어 인간을 시스템에 의존시켰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인터넷에 기반한 삶이 의외로 가장 취약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보였다.
 
KT 이용객 박성준(30)씨는 “인터넷이 잠깐 안 된다는 이유로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다”며 “인터넷이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해왔다는 것을 불과 1시간 만에 깨달았다. 그동안 인터넷상의 보잘 것 없는 한 요소처럼 살아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준호(28)씨 역시 “그 짧은 시간 내 아무와도 연락이 안 되니 마치 망망대해 가운데 홀로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만약 누군가 작정을 하고 인터넷을 차단이나 마비시켜버리면 생활 자체가 그대로 멈춰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인터넷은 편리함을 넘어 습관이 됐고 일상의 중추가 돼 네트워크의 톱니바퀴 속에서 모두 연결돼 있다. 하지만 중심이 멈추면 모든 연결고리들의 작동이 멈추듯, 인터넷 오류는 이제 사람들의 생활까지 마비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대사회 속 인터넷이 더 이상 가상세계가 아닌 ‘정서적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인의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사회적 유대관계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 고리가 끊기면 상당한 정서적 불안과 외로움을 느낀다”며 “이제 인터넷은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보다 더 긴밀한 정서적 현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오프라인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평소에 찾는 연습을 하고, 온라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습관을 내려놓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익명을 요구한 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는 “이번 KT 사태로 미뤄보아 현대사회가 인터넷에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계기”라면서도 “국가와 기간통신사는 인터넷으로 인해 훗날 더 큰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번 사태를 ‘예방주사’의 일환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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