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어 대만도 CPTPP 가입 신청
정부, “한국도 가입 신청이 불가피한 상황”
농업계, “먹거리 주권 위협, 정부는 불통”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에 참여해 발언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박수연 기자 |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농업계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하던 TPP(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2017년 미국이 빠지자 일본, 멕시코,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결성한 자유무역협정이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2.9%, 무역 규모는 14.9%를 차지한다.
 
지난 25일 정부에 따르면 관련 부처들은 CPTPP 가입에 대해 관련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해 정부 방침을 최종 조율해 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가입 신청을 공식화하는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CPTPP 가입을 위해 요구되는 규범인 △위생검역 △수산보조금 △디지털 통상 △국영기업 등 4개 통상 분야에 관한 국내 제도의 정비 방안도 마련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그간 CPTPP 가입 추진 대비, 대내적으로 관련 제도 정비를 추진해왔으며 대외적으로 CPTPP 회원국과 비공식적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CPTPP 가입 신청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대만이 CPTPP 가입 신청을 한 상황에서 한국도 가입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CPTPP 의장국인 일본의 견제와 농업계의 반발 등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CPTPP 가입 “결정의 막바지에 와 있다”
 
▲ 사진=뉴시스
▲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지난 8년 동안 CPTPP 가입에 조심스러웠던 정부가 속도를 내는 이유에 대해 중국과 대만 가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16일 CPTPP 가입 신청을 했고 대만도 일주일 만에 연이어 가입 신청을 한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과 대만이 전격적으로 가입신청서를 낸 것은 우리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않았던 중요한 변수”라며 “결정의 막바지에 와 있다”고 밝혔다.
 
또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과거에는 미국은 없고 일본은 있는 CPTPP 가입에 많은 부담을 느꼈지만 지금은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며 “영국에 이어 중국, 대만도 가입신청을 했는데 한국이 안 들어가면 아시아에서 우리만 빼고 다 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 기능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고 무역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CPTPP는 훌륭한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교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함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서도 전문가들은 CPTPP 가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CPTPP는 개방 정도가 상당히 높고 기존 FTA에 없던 디지털 등 새로운 분야의 규범도 많이 포함해 경제 연계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이사인 국가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많이 수출하는데 원산지 측면에서도 경제 블록에 들어가는 게 많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업계, “먹거리 주권을 위협하는 CPTPP 가입 당장 철회”
 
▲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농업분야의 희생을 전제로 한 CPTPP가입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농업분야의 희생을 전제로 한 CPTPP가입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농업계를 중심으로는 CPTPP 가입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걸고 “농업부문 희생을 전제로 한 대외경제정책을 이제 중단하고 먹거리 주권을 위협하는 CPTPP 가입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한농연은 한국은 CPTPP에 가입된 11개 회원국 중 일본과 맥시코를 제외한 9개 국가와 이미 FTA를 체결했고 한국이 후발주자인 만큼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농산물 추가 개방과 기 체결 FTA의 빠른 관세 철폐 효과가 예상되며 이로 인해 일본이 후쿠시마 수산물 금수 해제 조치를 요구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CPTPP 발효와 농업 통상 분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CPTPP에 가입하면 농식품 수출증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그 크기는 농식품 수입의 영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국내 농업은 기존 수입 품목의 관세 감축보다 동식물 검역 조치 완화에 따른 신규 품목의 수입 확대에 따른 파급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한국 시장을 겨냥해 농식품 수출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일본으로부터 강한 개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농업계는 CPTPP 가입에 앞서 정부의 불통도 문제로 꼽았다.
 
29일 농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CPTPP 가입 신청을 주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CPTPP 합류에 대한 농업계의 입장을 듣는 공청회나 간담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한농연 관계자는 “과거 다른 FTA를 체결할 때는 정부가 형식적으로라도 농업계의 목소리를 들어주려고 노력했다”며 “이번에는 아예 그런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CPTPP 가입 추진과 관련해 농업계의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그쪽 관계 부처(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CPTPP 논의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농업계 관계자는 “피해 당사자와 대면조차 하지 않고 부처끼리 모이는데 농업계 애로가 제대로 전달될지 미지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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