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소환조사서 성추행 사실 확인했는데 유족에 비밀
피해자 극단적 선택 이유 '업무상 스트레스'로 단정

▲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공군에서 또 성폭력 피해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군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가 뒤늦게 가해자를 기소해 사건을 은폐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11일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도 여군 A 하사가 사망한 사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1일 성추행 피해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 사건 보다 열흘 앞서 벌어진 일이었다.
 
군인권센터와 A 하사의 유족이 확인한 A 하사의 상담 및 사건기록에 따르면, A 하사 변사사건을 수사한 8비 군사경찰은 유서가 발견되진 않았음에도 B 준위가 A 하사에게 성추행한 사실을 초기에 인지했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계급이 하사와 준위로 차이가 많이 나는데다 나이도 가해자가 28살이나 많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숙소에 홀로 방문하거나, 먹을 것을 사주겠다며 집 근처로 간 것이 최소 7차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 5월 21일 B 준위를 소환 조사했고, 지난 3월∼4월 초 사이와 4월 21일 두 번에 걸쳐 부대 상황실에서 A 하사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는 자백도 받아냈다.
 
하지만 군은 지난 6월 10일 “(A 하사가) 체계 불안정에 따른 업무 과다,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되고 통제되는 군대에서의 삶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뒤 순직 결정만 내렸다.
 
그러나 군검찰은 B 준위에 대해 A 하사 사망 당일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숙소까지 찾아가 방범창을 뜯고 A 하사 숙소에 진입했던 혐의(공동재물손괴·공동주거침입)등으로만 지난 7월 기소했다.
 
군은 이 중사 사건으로 군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던 8월에야 B 준위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새롭게 입건했다. 이때까지 A 하사의 유족은 B 하사의 강제추행 피해사실은 물론 군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B 준위는 두 달이 지난 10월 14일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당 부사관의 자살이 성추행 때문인지 확인됐느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 "피해자 자살의 주된 원인을 아직 확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고 (성추행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받았다"고 했다.

공군은 사건 축소 은폐 의혹 의혹에 대해 "재판에 영향 미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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