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박수연 기자 | 해외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 면제’ 조치가 전면 해제된 가운데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귀국한 인천 미추홀구 소재 한 대형교회 목사 부부의 거짓말로 이들과 밀접 접촉한 운전자에 대한 방역 공백이 발생하면서 감염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격리 면제된 해외입국자가 귀가하는 과정에서 가족·친지·지인의 차량을 이용할 때 방역당국이 운전자 및 교통편 등에 관한 정보 확인을 소홀히 하고, 추가 감염을 대비하지 않아 방역의 구멍을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오미크론 터지자 방역당국, 부랴부랴 해외입국자 자가 격리 시행
 
방역당국은 지난 3일 0시부터 모든 해외입국자에 대해 열흘간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이전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 검사에서도 음성이 확인된 해외입국자의 경우 자가 격리가 면제됐지만, 최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국내 최초 감염이 확인되며 내려진 조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뼈아픈 경험에도 방역당국이 국내 감염 전파와 차단의 최전방에 있는 공항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의 버스 승차장. 사진=김찬주 기자
▲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의 버스 승차장. 사진=김찬주 기자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당국은 자가 격리 면제 대상자가 해외에서 입국한 뒤 귀가할 때 가족·친지·지인이 차량으로 데리러 올 경우 입국자가 이용하는 교통편과 운전자 등에 관한 정보를 별도로 기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 격리 조치 시행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격리 면제자 50대 A씨 부부는 “격리 면제 대상자라고 증명하니 방역직원이 귀가할 때 어떤 차량을 이용할 것인지 따로 기록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묻진 않았다”고 말했다.
 
◇ 인천 목사부부 “방역당국, 격리 면제자 귀가 정보 확인 안 해”
 
앞서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한 대형교회 러시아 예배부 목사 부부는 지난달 24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직후 같은 교회의 우즈베키스탄 국적 B씨(38)의 차량을 타고 함께 이동했다. 목사 부부는 모더나 백신 접종을 완료해 자가 격리 면제자로 분류됐다.
 
다음날(25일) 목사 부부는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확진 소식을 듣고 나서야 진단검사를 받은 B씨는 1차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뒤 의심 증상이 시작된 28일까지 닷새동안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다 29일 오미크론 변이 판정을 받았다.
 
이때까지 부부는 방역당국 역학 조사 과정에서 B씨와의 접촉을 말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부부 중 아내인 C씨는 당국이 ‘방역택시를 탔느냐’는 질문에 “네”라며 거짓 보고했고 이 때문에 역학조사 과정에서 누락된 B씨의 깜깜이 행적이 연쇄감염의 주원인이 됐다.
 
한 방역당국 관계자도 “운전을 해준 B씨에 대한 존재가 뒤늦게 알려지는 바람에 초기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경험에도 해외입국자 한 사람의 거짓말 단 한 번이 우리나라 방역 전선에 큰 타격을 준 셈이다.
 
특히, C씨는 인천공항 입국 당일 방역택시나 이동차량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해 공항 밖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지인의 차량을 탔다고 입국경위를 설명했다. C씨는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고 음성 확인서 복사본을 내고 발열 검사만 했다”며 “이후에는 아무런 안내나 절차가 없었고 방역 택시라는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 공항 방역인력도 같은 주장…전문가 “최소한 정보 확보했어야”
 
인천공항에서 방역인력으로 파견된 관계자도 C씨와 같은 말을 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방역파견인력 D씨는 “격리 면제자들에 대해서는 귀가 교통편에 대해 별도의 안내를 하거나 차량, 운전자 등에 대한 정보를 따로 확인하거나 기록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의 택시 승차장. 사진=박수연 기자
▲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의 택시 승차장. 사진=박수연 기자
공항 제 1여객터미널 앞에서 대기하던 택시기사들은 “해외입국자 대부분은 가족이나 지인의 차가 택시 탑승장까지 와서 태우고 간다”고 전했다. 방역당국도 지난 3일 전면 자가 격리 시행 전, 해외입국자 귀가 안내서에 가족·친지·지인 차량을 이용할 것을 권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에 ‘격리 면제자의 교통편에 관한 정보 기록을 했는지’ 묻자 관계자는 “격리면제자 이동 관련 기록 등은 국토교통부에 문의 해달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문의하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에 질의하는 게 빠른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에 문의하자 “자가 격리 면제자로 분류된 해외입국자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나 운전자에 대한 기록은 따로 하진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련 사안은 질병청 인천공항 검역소에 문의해보시라”고 했다. 검역소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자가 격리 면제자라도 최소한의 정보를 확보했어야 이번 일과 같은 방역 구멍의 원인을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발생 초기 시행했다가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중단된 출입국 기록 양식을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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