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매트리스에 테이저건 쏘고 ‘교육했다’…현실적 훈련 필요
경찰청에 따르면 내년도 경찰 예산안은 올해보다 3210억원 증액된 12조2852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중 일선 경찰관들의 현장대응력 향상을 위한 테이저건(발사형 전기충격기) 카트리지 관련 예산은 기존 23억원에서 34억원(148%↑) 증액된 57억원이 배정됐다.
테이저건 카트리지 1개 가격은 4만3000원 정도로 올해 관련 예산으로는 약 7만명 규모의 외근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1발도 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내년도 추가 예산을 확보해 외근 경찰관 테이저건 교육을 기존 1인 1발에서 1인 2발씩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다.
다만, 테이저건 발사량 확대가 본질적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거 경찰 교육은 교사가 학생 가르치듯 앉혀놓고 집합 교육 시키고, 매트리스에 대고 테이저건 한 발씩 쏘는 형식적인 교육이었다”이라며 “각 팀별로 실제 사례를 구성해 소방·군인처럼 현실적인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반복 훈련을 통해 경찰이 무기사용에 익숙해져야한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JTBC ‘영끌 인터뷰’에서 “경찰이 무기를 사용해야할 현장에서 머리로 생각한 뒤 행동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반복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찰은 △경찰관서 신·증축에 필요한 국유재산관리기금 △위해성 경찰장비 도입을 위한 표준·인증 체계 구축 △스토킹처벌법 관련 맞춤형 현장 대응 활동 교육 △청소년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 지원을 위한 신분증 기기 제작 △국가수사본부 신규 가상자산 추적프로그램 도입 △디지털포렌식 첨단 장비 관련 예산 등을 추가로 투자한다.
◇ 공수처 1년, 실적 ‘0건’인데 예산 199억…과하다 지적
지난달 공수처는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첫 정식 예산으로 181억원을 편성·제출했다. 내년 공수처가 45건의 사건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 하에 도출된 규모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18억원이 늘었다. 디지털수사 관련 시스템 구축 예산 등이 증액됐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내년도 예산은 비슷한 규모인 광주지검 순천지청 올해 예산(22억원)의 9배가량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공수처는 고소나 이첩 등으로 2643건의 사건을 맡았다.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순천지청이 맡은 사건은 1만5000건 정도다. 순천지청이 공수처 대비 약 6배에 달하는 사건을 맡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출범한지 1년이 다 돼가는 동안에도 기소와 구속영장 발부는 ‘0건’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의 경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을 뿐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 내년도 예산 증액이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가 내년도 181억원의 예산을 기재부에 편성·제출했을 당시 전주혜 의원은 “공수처는 연간 45건을 수사하겠다는 이유로 180억원을 편성해 달라고 한다”며 “조직 규모가 순천지청과 비슷한 공수처의 사건 처리 수 대비 수사비 및 기본경비가 과다하게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공수처 역할론에 관한 비판적 평가가 나온다. 호남지역 지방지청장을 역임한 한 현직 검사는 통화에서 “1년에 2회 사무감사와 복무평가를 받는데 이 자체가 검사로서 일을 제대로 하라는데 대한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만약 검사가 실적을 단 하나라도 내지 못할 경우, 내부에서 ‘일 제대로 하냐’는 압박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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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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