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 순방 일정에 대해 야당과 여론의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바쁜 일정을 설명하며 "입술이 터졌다"고 했다. 그러자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인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게시글 캡쳐.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 순방 일정에 대해 야당과 여론의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바쁜 일정을 설명하며 "입술이 터졌다"고 했다. 그러자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인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게시글 캡쳐.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최근호주 국빈 순방을 마치고 온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 정상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데 대해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입술이 터졌다”며 대통령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나서자 자영업자들이 들끓고 있다.
 
20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높으신 양반의 입술이 부르텄다네요’라는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높으신 양반’을 문 대통령으로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방금 뉴스에 문○○ 입술이 부르텄다네요. 나는 속이 다 곪아 터졌다. 제발 좀 살자”라고 토로하는 글을 썼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최근 하루 7000명대를 이어가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45일 만에 중단하면서 방역패스(접종증명서·음성확인서)와 사적모임, 영업시간 제한 등을 부활시킨데 따른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15일 3박4일 간 호주 국빈방문 길에 올랐다. 이후 떠나는 날 그는 자신의 SNS에 모리슨 총리 부부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과 호주 방문의 감회를 적은 글을 올렸다. 모리슨 총리가 휴대폰을 든 채로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찍은 셀카 사진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보’라며 지적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장영일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9일 논평에서 “이 엄중한 시기에 문 대통령 내외는 따뜻한 남쪽나라로 날아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마스크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며 “어느 국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야당의 비판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일정을 설명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같은 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자신의 SNS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란 글을 올리고 “(문 대통령은) 호주에서 귀국한 뒤 관저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보고서를 새벽까지 읽으며 상황을 점검했고, 여지없이 참모회의가 소집됐다. 대통령의 입술은 붓고 터져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가 직접 문 대통령을 비호하는 입장을 나타내자 자영업자들은 커뮤니티에서 정부가 자신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과연 알고 있는지 반문했다. A씨는 “(문 대통령의) 입술이 불어터진 게 무슨 대수인가”라며 “자영업자들은 매일 운다. 속이 뭉그러지고 타고 억지로 버텨가며 지키고 있는데 왜 변한 게 없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B씨는 “내가 열심히 해서 내 자식들에게만은 나처럼 살지 않게 하려고 죽어라 일하는데 왜 그것도 못하게 하는 것이냐”라고 했고, C씨는 “(문 대통령의 입술이 터진) 그런 것을 알리는 청와대 사람들의 머릿속이 정말 궁금하다”고 성토했다.
 
◇ 청와대 의전비서관 역할 초과 지적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문 대통령의 셀카 사진을 문제 삼았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시급한 외교 사안도 없는 호주까지 가서 SNS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찍은 셀카를 올린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상대국 정상이 호의와 친근함으로 (셀카를) 요청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해야 한다. 이것도 대통령의 일”이라며 “(윤 후보가) 대통령보다 더 많이, 열심히 셀카를 찍으시던데 방역을 철저히 해 달라”고 맞받았다.
 
이에 윤 후보는 탁 의전비서관을 향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가장 잘나가는 참모가 바로 ‘쇼’와 ‘자화자찬’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며 응수했다. 통상 의전비서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대통령을 보좌하지만, 탁 의전비서관의 경우 개인 SNS에 문 대통령의 사진이나 청와대 참모들의 사진, 자신의 사견을 여전히 게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탁 의전비서관의 이 같은 행동을 ‘지록위마(指鹿爲馬)’라 평가했다. 교수는 “대통령 스스로가 본인의 업적과 진정성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을 보좌하는 의전비서관이 호도를 하는 격”이라며 “의전비서관의 역할은 그런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한·호주 정상 ‘셀카’는 모리슨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직접 찍은 사진으로 논란이 확산되면 외교 결례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는 우려까지 함께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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