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 글로벌 시장 선점 위해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출시 가속화
부품 업계, 車 업체 의존도 높아…미래차 준비 미흡해 엔진 등 부품사 생존 위기
경제단체 “급격한 미래차 전환 추진에 부품업체 존폐 위기…지원 대책 마련해야”

▲ 평택항에서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신차들. 사진=뉴시스
▲ 평택항에서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신차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미래차 전환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목표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자금·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미래차 시대에 대응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문제는 부품업체들의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유독 높은 탓에 엔진·동력 전달 관련 부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다수의 부품업체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부품 업계는 정부에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품업체 미래차 시대 대응 지지부진한데” 국내 완성차 업계, 미래차 전환 순항

올해 친환경차에 대한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선 전기·수소차 출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실제로 이달 5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전시회 ‘2021서울모빌리티쇼’에서 국내외 브랜드 10개사는 현재 판매 중이거나 곧 출시 예정인 전기차 등을 다수 전시했다. 앞으로 친환경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주력 모델로 부상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품 E-GMP 기반의 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미래차 전환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현대차가 올 4월 출시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10월 말 기준 총 3만8517대가 팔렸다. 내수 시장에서 1만5467대가 판매됐고, 수출은 선적 기준 2만3050대에 달했다. 기아 EV6는 올 8월 출시 후 10월까지 총 1만2072대가 팔렸다. 내수 4564대, 수출 7508대 등이다.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도 올 9월 첫 전용 전기차 GV60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계약 시작 일주일 만에 1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같은 인기를 발판 삼아 현대차그룹은 후속 전기차 모델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오닉6, 아이오닉8, EV9 등 신모델 출시를 예고하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수소 비전 2040’도 공개했다. 향후 대형 트럭과 버스 등 모든 상용차의 신모델을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출시하고, 2028년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초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차 모델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9월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 사회 비전은 수소 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쓰도록 하는 것이다”며 “우리는 이런 수소 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광주글로벌모터스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 광주글로벌모터스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친환경차 생산 시 기존 부품의 37% 감소…사실상 부품업체 구조조정 위기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사실상 미래차 시대에 거의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부품 업계의 미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와 전속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체의 특정 완성차 업체 전속 거래 비중은 약 44%로 집계됐다. 부품업체 2곳 중 1곳 정도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부품업체의 글로벌 OEM 납품 비중은 5.3%에 불과했다.

이렇듯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차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업체에 종속된 부품업체들은 당장 유일한 납품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완성차 업체가 내연기관차를 양산하지 않게 되면 당장 엔진을 구성하는 6900개 부품은 모두 필요 없게 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전기모터가 엔진 역할을 대신하는 까닭이다. 구동·전달 장치에 탑재되는 부품 5700개는 3600개 정도로 줄어들고, 전자 장비 부품도 기존 3000개에서 900개로 축소된다.

이에 완성차 업체는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 약 3만개보다 1만1100여 개 줄어든 약 1만8900개의 부품만으로도 친환경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필요했던 부품의 37%가량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결국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9000개사 가운데 엔진 부품과 동력 전달 체계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잠재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만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전장 부품의 기술 수준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국내 부품 업계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전자 제어 장치는 물론 배터리와 모터 구동에 필요한 필수 부품이다. 그러나 고도화된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전체의 2.3%(210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미래차 전환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가 미흡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외부 충격에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까지 나서 정부에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문승 한국지엠협신회 회장 등 7개 경제단체 대표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영난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표들은 부품 업계의 애로사항을 설명하면서 5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이 제시한 대책은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 △법인세 등 재정 부담 경감 △자동차 세제 지원 연장 △인건비 부담 완화 및 노동 유연성 제고 △미래차 전환 지원 정책 마련 등이다.

이들은 이같은 대책 없이는 국내 부품 업계에서 한계 기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표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대란 등으로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자금난에 빠진 부품업체가 상당히 많다”며 “이런 와중에 미래차 전환이 급격하게 추진되면서 미처 대응하지 못한 많은 부품업체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 내몰린 만큼 이들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금융 지원 방안과 미래차 전환 지원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수가 문을 닫게 될 것이다”며 “계속 방치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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