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법조계의 2021년은 불신(不信)과 존재의 이유를 묻는 여론의 질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를 보냈다. 일부 경찰관의 실책으로 ‘부러진 민중의 지팡이’란 비판이 휘몰아쳤고, 공수처는 출범 1년 동안 단 1건의 기소도 하지 못한 채 ‘사찰 논란’까지 일으켰으며, 법관평가에서는 ‘판사의 무례한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 경찰, 검경 수사권 조정에 힘 가졌지만 ‘기대보다 실망 컸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졌다. 이제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공권력에 힘이 실렸다. 국민도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를 기대하면서 경찰에겐 중요한 첫 행보였다.
 
▲ 사진=뉴시스
▲ 사진=뉴시스
하지만 올해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 살인 등의 사건사고에서 경찰의 부실대응과 역량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확산됐다.
 
이에 경찰은 일선 경찰관들의 현장대응력 향상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늘려 테이저건(발사형 전기충격기) 카트리지 추가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예산으로는 약 7만명 규모의 외근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1발도 쏘지 못했지만, 추가 예산으로 1인 2발씩 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테이저건 발사량을 늘린다고 현장대응능력이 개선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경찰이 받는 테이저건 교육은 매트리스에 한 발씩 쏘는 형식적 교육”이라며 “각 팀별로 실사례 환경을 조성해 소방·군인처럼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공수처 출범 1년에 ‘기소 0건’ ‘사찰논란’까지…“무용론” 봇물
 
지난해 12월31일 당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는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의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우리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야당의 거센 반발을 딛고 1월21일 김진욱 처장이 취임하면서 공식적으로 닻을 올렸다. 하지만 공수처가 출범한지 1년째, 기소와 구속영장 발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겼을 뿐이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시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시스
공수처를 바라보는 현직 검사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지방지청장을 역임한 한 검사는 통화에서 “공수처의 수사역량에 대한 질문은 하나마나한 질문”이라며 “검사의 경우 기소 실적을 단 하나라도 내지 못하면 내부에서 ‘일 제대로 하냐’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후보 시절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던 공수처장의 다짐과는 달리 현재 공수처는 기자, 야당의원, 심지어 야당 대통령 후보와 그 부인 등에 대해서도 수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잉수사’ ‘사찰’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애초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탄력을 받은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품고 출범했지만, 잇따른 ‘헛발질 수사’와 ‘구식 수사’에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언론인과 정치인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혐의로 김진욱 공수처장을 고발하자 해당 수사를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이첩했다. 검찰 권력을 나눠가진 공수처가 되레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웃지못할 상황이다.
 
◇ ‘판사님 심기 건드리면’…서울변회, 올해 법관평가 문제사례 제시
 
▲ 법원. 사진=뉴시스.
▲ 법원. 사진=뉴시스.
법정 내에서 일부 판사들의 부적절한 재판 태도 사례도 지적 대상에 올랐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지난 13일 2021년도 법관평가를 통해 일부 판사들의 고압적 자세와 불공평한 재판 진행 사례 등을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변회가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1만9069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변회의 조사에 따르면 A판사는 다수의 피고인이 있는 사건에서 피고인이 “네! ○○입니다!”처럼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네~ ○○○입니다~”라는 식으로 말꼬리를 길게 빼는 식의 답변을 하자 “피고인, 말꼬리 길게 빼지 마라. 듣기 짜증난다. 한 번만 더 그렇게 말하면 구속되는 수가 있다”고 위압을 가하는 발언을 했다.
 
이외에도 판사의 법정 내 고압적 발언은 있었다. 지난 8월 기자는 한 지방법원에서 열린 민사사건 법정에 참석했다. 이날 재판 종료 시점에 한 방청인이 ‘판사님, 질문 있습니다’라고 하자 판사는 방청인을 바라보며 “판사는 질문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질문을 한 방청인은 적잖이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해당 일화를 전해들은 한 지법 판사는 “방청인이 재판장에게 질문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판사님이 조금 엄격하게 답하신 것 같다”며 “다만,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전에 정해진 질문이 아닌 경우 재판장이 질문에 일일이 답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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