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자 오르고·넘고·사라지던 장면 모두 놓쳐
北, 동해상으로 새해 첫 미상 발사체 1발 발사
이 와중에 文 “북한과의 대화 끈 놓아선 안 돼”
美 안보전문가 “대한민국 정부, 북한인식 우려”

▲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한 탈북민이 새해벽두에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장면이 군의 감시카메라(CCTV)에 수차례 찍혔지만, 군은 이를 모두 놓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와중에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1발 발사해 새해 첫 ‘무력시위’를 강행했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가진 북한에 대한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가 관할하는 지역 철책을 넘어 육로를 통해 철책을 넘는 월북자 김씨의 장면이 GOP 내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5차례 포착됐다. 군의 GOP 감시카메라 3대에는 김씨가 우리 측 철책을 기어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북측 철책을 넘어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 김씨가 당일 오후 6시36분경 GOP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경고음이 울렸고, 소대장 등 병력 6명이 출동했으나, 이들은 현장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GOP 감시병도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CCTV 장면을 놓쳤다. 감시병들은 상황 발생 당시 CCTV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릿하고, 감시 카메라의 사각지역 발생 등의 문제로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해당 군부대는 김씨의 월북 이후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을 때도 그가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실을 놓쳤다. 녹화영상 재생 시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하는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이는 특이상황이 아니라고 오판한 것.
 
실제로 사람이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엉뚱한 시간대의 영상을 돌려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한 뒤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
 
합참은 설명 자료를 통해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절치부심의 자세로 현장 작전부대 장병들이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임무 수행에 능력과 체계를 조기에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은 지난해 9월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전날(28일) 북한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북한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화성-8형이 시험 발사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사진은 지난해 9월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전날(28일) 북한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북한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화성-8형이 시험 발사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귀순과 월북이 마치 제 집 안방 드나들 듯 한다며 군의 경계태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은 5일 오전 8시10분쯤 내륙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1발 발사했다. 북한의 올해 첫 무력시위다. 북한은 어떤 말도 하고 있지 않다.
 
머리 위로 북한이 쏘아올린 미상의 발사체가 날아다니는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현장 방문지로 남북철도연결 관련 동해선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오전 11시경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진행된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에서 “오늘 아침 북한은 미상의 단거리발사체를 시험 발사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북한도 대화를 위해 더욱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다시 대화를 시작하고 한반도에서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문이 열릴 때 남북 간 경제협력은 우리 경제발전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한반도 통합철도망의 남측구간 구축을 통해 경제협력을 향한 의지를 다지고 먼저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우리 정부가 가진 북한에 대한 인식을 지적했다. 제이슨 바틀릿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은 현지 시각 4일 아태지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기고를 통해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과 상관없이 DMZ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충분한 자금, 자원, 정부의 관심을 할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DMZ에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최소한의 요건은 국경감시 기술과 병력 훈련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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