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최우선’ 인화 경영 방침 중시…“고객에게 전에 없던 새롭고 가치 있는 경험 제공”
LG, 기존 품질 이어 미래 신산업 역량 확대 필수…전장·배터리·로봇 등 미래 준비 가속화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고객 중심 경영에 방점을 찍은 LG그룹의 발걸음이 임인년 새해 들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재계 중 가장 빠르게 신년사를 발표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집중하자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한 목소리로 고객 중심 경영을 지향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고객’인 임직원과의 소통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렇듯 LG그룹은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는 ‘인화(人和)’의 전통에 따라 고객과 임직원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기화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기회를 찾기 위해선 사람을 최우선하는 경영 방침을 통해 고객 확보에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LG그룹은 단순히 수익성 중심의 양적 성장이 아니라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고객에게 전에 없던 새롭고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토대로 LG는 미래 준비를 가속화해 전장, 배터리, 로봇 등 신산업 관련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목표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년 영상. 사진=LG그룹
▲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년 영상. 사진=LG그룹

◇ 구광모 회장 “가치 있는 고객 경험 전달”…계열사 CEO “고객·임직원 중시하겠다”
 
지난달 20일 구 회장은 LG그룹 전 임직원에게 ‘안녕하십니까, 구광모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해당 이메일에는 구 회장의 신년사가 담긴 디지털 영상이 포함됐다.
 
구 회장은 “지난 3년 간 우리는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는 모두가 중요하다고 공감하면서도 한편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임직원들의 고민과 실천 덕분에 고객들은 변화된 LG를 느끼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있다”며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 LG그룹은 양질의 제품을 잘 만드는 일에 노력해 왔으나 요즘 고객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한다”며 “고객은 제품·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직접 경험한 가치 있는 순간들 때문에 감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용하기 전과 후의 경험이 달라졌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느꼈을 때 만들어진다”며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도 바로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 경험 혁신에 몰입하는 여러분이 LG그룹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인 만큼 한분 한분의 열정과 노력이 더 빛을 발하고 제대로 인정받는 LG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고객과 우리 모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이 더 가득해지도록 함께 만들어 가자”고 힘줘 말했다.
 
구 회장의 신년사는 계열사 CEO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른 신년사를 전달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코로나 팬데믹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정성 있게 노력해줘 감사하다”며 임직원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했다.
 
조 사장은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할 수 있는 조직 체계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 부서원 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유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외부 전문 역량을 적극 도입해 내재화할 수 있는 협업 체계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향후 임직원 여러분과 더 자주 소통해 즐거운 회사 생활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신년 영상에서 “고객에게 신뢰받고 나아가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며 “특히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바로 임직원 여러분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도록 더욱 힘써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권 부회장은 ‘행복한 조직 문화 구축을 위한 6대 과제’도 발표했다. △핵심에 집중하는 보고·회의 문화 △성과에 집중하는 자율 근무 문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한 수평 문화 △감사와 칭찬이 넘치는 긍정 문화 △임직원의 건강 및 심리를 관리하는 즐거운 직장 활동 △이웃 나눔 문화 등이다.
 
권 부회장은 “모든 구성원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은 최고의 가치이자 고객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되기 위한 대체 불가능한 목표다”며 “올해 LG엔솔의 모든 구성원들이 ‘야, 일할 맛 난다’고 외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구 회장처럼 별도의 신년 영상을 촬영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올해는 고객의 해’라고 강조했고,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역시 ‘빼어남으로 고객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자’고 당부했다.
 
▲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인천사업장 내 생산라인. 사진=LG전자
▲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인천사업장 내 생산라인. 사진=LG전자

◇ 車 전장 사업 육성 나선 LG전자…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
 
고객 중심 경영을 강화키로 한 LG그룹은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미래 신산업 역량도 한층 끌어 올려야 한다. 그간 LG가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해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첨단소재 등 신산업에 투자를 추진해 온 것은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미래 신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회사는 LG전자다. 특히 자동차 전장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 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킨 게 대표적이다.
 
앞서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3년 VC사업본부(현 V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후 글로벌 전장 시장에서의 입지를 서서히 다져 나가고 있는 LG전자는 2018년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업체인 오스트리아 ZKW를 인수했다. 자동차 사이버 보안 전문 업체 사이벨럼의 경영권도 확보했다.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기술 내재화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합작 법인을 앞세워 자동차 모터와 인버터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 관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전기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021 인터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전기차 배터리. 사진=뉴시스
▲ ‘2021 인터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전기차 배터리. 사진=뉴시스

◇ LG엔솔 “2025년까지 연간 생산 능력 400GWh 이상 확대…각형 배터리도 개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2위 업체인 LG엔솔은 이달 말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대폭 키우기 위해서다.
 
현재 LG엔솔은 유럽 70GWh, 중국 62GWH, 한국 18GWH 등 연간 155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LG엔솔은 미국, 동남아 등에 배터리공장을 신설해 2025년까지 연간 40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내놨다.
 
LG엔솔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미국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등에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각각 올해와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또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을 통한 연산 40GWh 규모의 공장도 2024년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이에 LG엔솔은 2025년 미국에서만 165~215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아세안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이에 LG엔솔은 인도네시아에 10GWh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을 짓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라인업 확대에도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형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엔솔은 현재 원통형과 파우치형 배터리만을 생산하고 있다. 만약 LG엔솔이 각형 배터리 양산에 성공할 경우 세계 최초로 원통형·파우치형·각형 등 3가지 전기차 배터리를 모두 생산하는 업체가 된다.
 
더욱이 대부분의 배터리 업체들이 특정 배터리만을 생산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LG엔솔이 모든 종류의 배터리를 양산하게 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다수에 LG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LG엔솔은 전기차 배터리 라인업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소형 전지 각형 배터리를 양산한 경험을 기반으로 관련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소재 설계 및 스태킹 공정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강점도 갖췄다”며 “다양한 고객 수요에 부합하기 위해 각형 배터리 개발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LG전자
▲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LG전자

◇ LG 클로이 서브봇·가이드봇 등 출시…“로봇 통해 더 나은 일상 위한 경험 혁신 선뵐 것”
 
로봇 사업 또한 LG그룹의 미래 먹거리다. 구 회장은 취임 첫 해인 2018년 산업용 로봇 제작사인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후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아크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 글로벌 로봇 스타트업 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그룹은 2019년 로봇산업센터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초 LG보스턴로보틱스랩도 설립했다. 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로봇선행연구소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로봇 사업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에 LG는 지난해 병원과 호텔, 식당 등에서 자율주행하며 물건을 운반하는 ‘LG 클로이 서브봇’과 안내 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방역 로봇 ‘LG 클로이 살균봇’을 선보이는 등 그룹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LG가 생산한 로봇 제품은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이달 4일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2’ 개막에 앞서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더 좋은 일상’이라는 주제로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LG 월드 프리미어’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서 LG 클로이 서브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실내외 통합 배송 로봇 등 5G와 AI를 접목한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모습이 대거 공개됐다. LG는 로봇을 통해 고객의 삶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일상을 선뵀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고객의 편리와 재미는 물론 소중한 일상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더 나은 일상을 위한 ‘경험 혁신’을 선보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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