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최근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조차 심심찮게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을 만큼 각자의 인식과 이해의 범위가 다르다. 일부 기성세대는 청년을 향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라는 반면, 일부 청년들은 ‘꼰대’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1시께 소요산 방면으로 가는 서울지하철 1호선 내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 승객 A씨와 7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 승객 B씨 간 언쟁이 벌어졌다. 다툼의 발단은 이렇다. 미리 앉아 있던 A씨 앞에 선 B씨가 돌연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야. 싸가지가 없어, 싸가지가”라며 큰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 사진은 2020년 8월27일 당산역을 지나던 서울 지하철 2호선 안에서 한 50대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승객의 목을 조르고, 신고 있던 슬리퍼로 얼굴을 때리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유튜브 캡처
▲ 사진은 2020년 8월27일 당산역을 지나던 서울 지하철 2호선 안에서 한 50대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승객의 목을 조르고, 신고 있던 슬리퍼로 얼굴을 때리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유튜브 캡처
그러자 A씨는 “지금 저보고 하신 말씀인가. 자리 때문에 그러시나”라고 하자 B씨는 헛기침으로 답했다. 다시 A씨가 “말씀을 하시면 되지 왜 싸가지 없다고 하시냐”고 묻자 B씨는 “어른이 서 있으면 알아서 비켜야지”라고 했다.
 
이를 보던 탑승객 중 다른 젊은 여성 C씨가 “할아버지, 양보가 의무는 아니잖아요”라고 하자 B씨는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건방지게”라고 했다. 예의와 양보에 관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가진 생각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순간이었다.
 
이들 세대는 서로를 바라보는 인식도 다르다. 임홍택의 저서 ‘90년생이 온다’의 내용 중 일부에 따르면 기성세대들은 청년을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것만 챙기고 △자기 권리만 찾고 의무는 다하지 않고 △끈기가 없어 쉽게 포기하고 △고집이 세다는 등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올해 60세가 된 한 기성세대는 요즘 청년들을 ‘이기적인 세대’라고 평했다.
 
반면,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어른’과 ‘꼰대’ 두 가지로 분리해 인식하고 있었다. 주변 20~30대 지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우선, 어른이란 ‘배울점이 있는 기성세대’다. 예로, 최근 한국인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70대 배우 윤여정씨다. 지인들은 윤씨를 △아는 척 않고 잘난 척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평가했다. 말 그대로 배우고 싶은 ‘어른’인 것이다.
 
이어 청년들이 생각하는 꼰대는 △나이를 앞세워 지시하려 드는 사람 △예의를 강조하는 사람 △과거의 잘나갔던 삶을 자랑하면서도 현재는 그렇지 않은 사람 △배려를 의무로 착각하는 사람 △세상 많이 변했다며 자신은 바뀌지 않는 사람 △등산복 차림으로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일면식도 없으면서 남을 평가하는 사람 등을 꼽았다.
 
◇ 급변하는 사회와 세대갈등…전문가 “나이 아닌 능력주의 사회”
 
세대 간 갈등은 사회적 비용도 발생시킨다. 지난해 11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7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6%가 ‘임직원 간 세대갈등이 있다’고 답했다.
 
▲ 지난해 11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7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39.9%)에서는 세대 갈등으로 직원이 퇴사까지 했다. 퇴사 직원 10명 중 8명은 MZ세대였다. 사진=픽사베이 이미지
▲ 지난해 11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7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39.9%)에서는 세대 갈등으로 직원이 퇴사까지 했다. 퇴사 직원 10명 중 8명은 MZ세대였다. 사진=픽사베이 이미지

응답 기업 10곳 중 4곳(39.9%)은 세대 갈등으로 직원이 퇴사까지 했으며 특히, 이 중 84.6%는 MZ세대였다. 이들 기업 98.2%는 세대갈등이 조직문화나 경영성과에 영향이 있다고 봤다. 세대 간 갈등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통상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라 일컫는다.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반면, MZ세대에 앞선 기성세대는 상당수 농경사회에서 태어났고, 산업화 사회에서 일했으며, 정보화 사회의 대변혁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하지만 현재 기성세대와 MZ세대의 관계는 불통을 넘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살아온 경제구조와 노동환경이 다르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매일 급변하는 세상에 세대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으며,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앞당겨지면서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과 시간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이들 사이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는 이유다.
 
톨스토이는 그의 저서 ‘전쟁과 평화’를 통해 “전쟁터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늙고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경험을 전부 합친 것보다 더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일이 흔히 있다”고 말한다. 나이와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이 시대적 변혁을 모두 아우르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이제 나이보다 능력이 중요한 시대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성세대가 지혜는 있겠지만, 현 시대에 부합하는 지식 측면에선 청년세대가 탁월하다”며 “최근 네이버 대표직에 청년이 발탁된 것처럼 나이의 고하를 떠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인정받고 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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