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 거래 1162건…전체의 49.7%
경기 48.6%·인천 53.2% 감소…억 단위 하락 사례 수두룩
반포자이 전용 132.439㎡ 두 달 새 1.6억원 하락한 45억원
홍남기 “집값 하향세 뚜렷”…업계 “시장 흐름 못 읽는다”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직전 거래보다 떨어진 거래 건수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실제 시장 상황을 대변하지 못하는 통계와 사례를 근거로 주택 가격 조정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24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비교 가능한 수도권 아파트 거래 2337건 중 실거래가 하락 거래는 1162건으로 전체의 49.7%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46.8%에 비해 2.9%p 늘어난 수치다.
 
다만 국토부는 이번에 발표한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과 관련해 “3개월 내 동일 단지 거래가 있어 비교 가능한 거래를 집계한 것이다”며 “전체 거래량과는 일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은 지난해 8월 18.8%로 저점을 기록한 이래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같은해 9월 22.0% △10월 27.1% △11월 38.9% △12월 46.8% 등 직전월 대비 매달 거래 비중이 늘었고, 지난달엔 49.7%로 전체 거래량의 절반에 육박하게 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은 52.1%로 조사됐다. 이에 지난달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 거래 비중이 절반을 상회했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은 48.6%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45.8% 대비 2.8%p 확대된 수치다. 같은 기간 인천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은 45.5%에서 53.2%로 7.7%p 늘었다.
 
실거래가가 내린 거래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억 단위로 하락한 사례도 다수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반포자이의 전용 면적 132.439㎡(약 40.1평) 한 호실은 지난달 15일 45억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7일 동일 면적 한 호실은 46억6000만원에 매매된 바 있다. 불과 두 달 새 1억6000만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서초구 방배동 소재 삼호2차의 전용 면적 127.94㎡(약 38.7평) 한 호실은 지난달 3일 22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는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 15일 대비 1억5000만원 감소한 금액이다.
 
우수한 학군, 인프라 등으로 수요가 높은 강남구 대치동에서도 하락 거래가 포착됐다. 래미안대치하이스턴의 전용 면적 110.39㎡(약 33.4평) 한 호실은 지난해 8월 10일 30억원에 매매됐다. 이후 5개월이 흐른 지난달 8일엔 2억원이나 줄어든 28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면적 84.94㎡(약 25.7평) 한 호실은 지난달 22일 10억97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 9일 13억1000만원과 비교해 2억1300만원이나 하락한 수치다.
 
서울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아파트 하락 거래는 최근 정부 통계에도 반영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의 이달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대비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2% 감소했다. 이에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수도권도 0.02% 떨어지며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의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7로, 1년 9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주택 공급 대책 집행을 서두르고, 투기 근절, 시장 유동성 관리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이 주택 가격 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서 “올해 들어 부동산 매매 가격이 서울은 4주째, 수도권은 3주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2주째 연속 하락하는 등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달 1~20일 강남4구의 실거래 계약을 보면 16개 단지에서 이전 고가 대비 하락 사례가 포착됐다”며 “40㎡(약 12.1평) 미만 초소형을 제외하고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 하락 금액은 3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달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CSI이 기준선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국민들에게 부동산 가격 하락 기대 또한 보편적 인식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하락 거래 비중이 늘고 과열되는 양상을 띠지 않는 건 정책의 효과가 아니라 거래 절벽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04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 5772건 대비 81.96%(4731건)나 급감한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강남4구의 거래량은 1142건에서 193건으로 무려 83.1%(949건) 감소했다.
 
또 하락 거래된 강남4구 일부 아파트의 사례만으로 마치 모든 아파트가 하락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 하락 금액 3억4000만원은 매매 가격이 떨어졌다고 신고된 강남4구 16개 단지를 조사한 수치일 뿐 전체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꽁꽁 얼어 붙어 시세보다 1억원을 낮춘 급매물도 안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강남4구를 비롯해 주택 시장이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부동산 정책 효과에 따른 업적인 줄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며 “일부 아파트 하락 거래 사례를 들어 전체 시장이 그렇다는 양 표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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