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계기는 ‘조국 사태’…사과할 기회마저 놓쳐”
“민주, 박원순 권력형 성범죄 옹호…국민 실망 가중”

▲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광주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당원들이 “민주당 각성”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광주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당원들이 “민주당 각성”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당선인이 극적 선출된 가운데 거대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으로 바뀐 ‘여소야대’ 형국이 됐다. 그러자 당 내에서는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내로남불 지적의 결정적 계기는 ‘조국 사태’라고 인정하는 상황이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16일 광주 서구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조 전 장관 사태와 관련 “민주당이 공정의 가치를 잃어버린 뼈아픈 과정이자 국민을 실망시키고 분열하게 만든 내로남불이었다”며 “지금이라도 저는 민주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내로남불이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이중잣대를 비판적으로 일컫는 한국어 신조어다. 2020년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바꾼 신조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채택했다. 아시타비는 ‘같은 상황에도 자신이 했을 때는 옳고 남이 했을 때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하는 경우를 뜻한다.
 
채 비대위원은 “탄핵과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초기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인사 실패와 내로남불, 불공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잃은 것을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가장 큰 계기는 ‘조국 사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는 2019년 8월9일 문 정부 들어 조국이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자녀 대학교 및 대학원 입학 논란 △자녀 논문 제 1저자 등재 논란 △자녀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논란 △사모펀드 논란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되며 발생했다. 당시에는 주요 대학교를 중심으로 조국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도 일어났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적으로 책임질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고 하면서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임명 강행했다. 그 뒤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며 국론 분열이 심화돼 대규모 집회로까지 확산되자, 조국은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지 35일 만에 불명예 사퇴했다. 다만, 서울대 법과대학으로 복직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는 교수 신분이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지난해까지 ‘부끄러운 동문’ 투표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커뮤니티는 서울대에서 학교 이메일 계정 인증을 통해서만 회원가입이 가능하며, 재학생·졸업생·교직원 등 서울대 구성원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채 비대위원은 “당시 청와대는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임명 강행했고 조 장관은 결국 35일 만에 물러났다. 지난 1월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의 대법원 판결 때라도 청와대와 민주당은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이마저도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내로남불하지 않는 민주당이 되겠다.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을 두고도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탓하며 비겁한 태도를 보이지 않겠다”며 “여야가 조속히 인사청문 기준에 합의해 새로운 정부 출발부터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내로남불’의 정당화가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제20대 대선이 한국 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그동안 소탐대실했던 것들이 국민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했고, 대선 패배까지 안겼다”며 “집권 여당이 오만하고 방심하면 언제라도 민심이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연동형 선거제도개혁을 무력화하는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를 옹호하기도 했다”며 “원칙과 약속을 지켜야 할 때 상황 논리에 이끌려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성과 혁신이 필요한 때이며, ‘졌지만 잘 싸웠다’는 격려와 위로가 자리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해도 국민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이 새로 단합하는 출발점은 봉합이 아니라 반성과 혁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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