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벌 면역력, 세력 약화 야기
농산물 농약, 벌에게 영향 있을 가능성도 有
농촌, 벌 먹이 경쟁 치열해…생태계 재고 우선돼야

▲ 어반비즈서울에서 진행한 '어린이 꿀벌 체험'. 체험활동에 참여한 어린이가 손으로 꿀벌을 만지고 있다. 사진=어반비즈서울.
투데이코리아=박서경·박수연 기자 |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고 있어 기후위기 현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기후가 꿀벌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등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도시양봉가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는 “농약 사용으로 인해 꿀벌의 천적인 진드기는 내성이 생겨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꿀벌 실종사건의 원인에 대해 농촌진흥청에서는 △이상기후 △바이러스 △말벌·응애류 피해 등의 복합적인 이유라고 지난 13일 발표한 바 있다. 이상기후가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일부 농가에서는 “이상기후가 문제라면 밖에 나가서 일하는 일벌들만 없어져야 하는데 벌집 안에서 일하는 벌들까지 사라졌다”라며 “다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박 대표는 벌의 무리를 ‘외역벌’과 ‘내역벌’로 구분하며 벌집 안에서 일하는 ‘내역벌’이 무조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내역벌은 나이가 어린 벌이고, 날씨가 따뜻하면 바깥으로 나가서 비행연습도 한다”며 “일교차가 커 날이 따뜻해졌다고 착각해 나갔다가 외역벌과 내역벌 모두 외부기온이 낮아져 얼어 죽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문제가 매년 지속되면 벌의 수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벌의 세력이 약해지게 된다”고 전했다.
 
이상기후로 인해 일교차가 커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봄철에 꽃이 빨리 피는 문제도 지적했다.
 
박 대표의 말에 의하면, 50일 정도 사는 벌의 생애를 살펴봤을 때 약 20일 동안은 내역벌로, 20-25일 정도를 외역벌로, 그리고 남은 시간을 다시 집을 지키다가 죽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봄철에 꽃이 빨리 피면 내역벌이 충분히 성장할 시간을 벌지 못한 채 밖으로 나가 일을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경우 학습이 충분히 되지 않아 꿀을 가져오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 먹이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먹이가 부족하게 되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무조건 질병이 오게 되는데, 사람들이 보충해주는 설탕물로는 그 영양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연쇄적인 문제로 “질병을 없애기 위해 사람들이 약이나 농약을 치면 진드기나 응애는 내성이 생겨 더 강해진다”며 “외국에서는 개미산처럼 내성이 생기지 않는 친환경 제품류를 권장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아직까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정확한 교육과 대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농약 문제에 대해 “벌통에 직접적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농사를 지을 때 쓰는 농약들이 벌에게 묻어올 수 있다”며 “농가의 농약 혹은 벌에게 문제 되지 않는 종류의 약이 다른 농약과 섞여 결합되면 원래 독성이 없었다가도 치명적인 성분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일 약품·농약이 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아도 해당 약품들이 결합됐을 때의 영향과 관련해서는 이를 종합적으로 연구한 것은 나온 것이 없다”라며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상기 언급된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연결돼있어 도미노처럼 다른 부분까지 이어졌다고 전한 박 대표는 꿀벌 실종 문제가 농산물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는 “꿀벌은 농작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에 많은 과수농가에서 벌을 구매한다”라며 “이전에 20만 원 내외였던 벌 1군(평균 4만~5만 마리)의 가격이 현재는 40만 원으로 뛰며 이를 구매해야하는 농가는 그 비용을 농산물에 얹어 가격이 비싸질 것”이라고 전했다.
 
▲ 성인 대상으로 양봉과 관련해 교육을 진행하는 어반비즈서울
▲ 성인 대상으로 양봉과 관련해 교육을 진행하는 어반비즈서울
 ◇ 꿀벌 생태계 재고 이뤄져야… “밀원식물 적은데, 벌은 수 억마리”
 
‘벌이 채밀할 수 있는 밀원식물의 수가 많은 농촌에서도 꿀벌의 세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도시에서 양봉을 하면 수확에 문제가 있지는 않는가’라는 본지의 질문에 박 대표는 오히려 수확이 더 잘된다는 답변을 전했다. 도시보다 농촌에서 벌들의 먹이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이유다.
 
박 대표는 “벌의 활동 반경이 1-2km 정도인데, 양봉농가에서는 몇 백통의 벌들을 키우고 그 벌들이 한정된 나무나 꽃에서 먹이활동을 하게 된다”며 “도시가 농촌보다 밀원식물의 양은 적지만 경쟁하는 벌이 적어 수확량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벌들이 경쟁하며 같은 꽃에 앉고, 접촉하면 서로 질병을 옮기는 가능성도 높아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도시 양봉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로부터 위험하다는 인식을 받은 적은 없을까. 박 대표는 해당 내용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주로 호텔과 건물의 옥상에 있는 도시 양봉장에 대해 박 대표는 “5군 정도의 벌들을 키워 규모가 작고, 벌들이 한 번에 무리 지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듬성듬성 나가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옥상 환경을 확인하는 등의 내부적인 관리 지침에 따라 벌을 키우고 있어 10년 동안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어 벌집이 좁아지면 무리가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는 ‘분봉(分蜂)’이 이뤄진다고 설명하면서 “벌들을 키울 때 관리가 잘되지 않으면 벌들이 분봉해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그것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라며 “벌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무조건 키우면 안된다”라고 당부했다.
 
벌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박 대표는 꿀벌들을 구조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Bee 119’ 프로젝트는 인근 소방서와 협력해, 주민들로부터 벌집 제거 의뢰가 들어오면 해당 꿀벌들을 구조해 양봉장으로 투입시키는 사업이다.
 
‘꿀벌만이 아니라 말벌도 구조하느냐’라는 본지의 질문에 박 대표는 “꿀벌과 말벌의 생애주기가 다르다”며 “꿀벌이 분봉하는 시기인 4-6월의 신고는 꿀벌이지만, 그 이후 7-10월의 신고는 대부분 해충으로 분류되는 말벌”이라고 짚어줬다.
 
그는 또 양봉업계가 꿀을 통한 수익성보다 벌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꿀’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벌의 생태계’에 집중하는 것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이런 내용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컨텐츠가 더 많이 필요하다”라며 인식 재고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도시에서 아이와 성인 대상으로 체험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 지자체와 협력해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양봉장을 제공하는 사업이나 꿀벌 마을까지도 구상하고 있다”라며 “현재 전북 부안과 지속적인 소통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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