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아 석방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사진=뉴시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아 석방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물론, 대구시 내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결집될 경우 이들로 인한 민심의 향방까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 된 모양새다.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의 지원유세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조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했던 발언과 관련해 “본인이 직접 정치를 하시지 않지만, 여러 가지 역할을 하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달성 가신 것 자체가 정치적인 뜻이 있다고 본다. 곧 지방선거가 있으니 구체적 행보는 조만간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전날(24일)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 앞에서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은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인재들이 고향인 대구에서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나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겠다”는 통상적 발언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그의 발언은 대구를 기반으로 어떤 정치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조직을 만드는 등의 정치 행보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방선거의 일정 부분은 뜻을 내실 것으로 생각이 든다”고 예상했다. ‘지방선거에 누군가의 지원 유세나 정치 메시지 등을 생각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짧게 답했다.
 
조 대표는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설 보도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들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는 “제가 이런저런 말씀을 드리기는…”이라며 “당사자가 부정하지 않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 입장 발표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일단락 지었다.
 
유 변호사의 출마 가능성이 확실시 될 경우, 대구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향방은 상당한 변수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4가지로 요약된다. 유 변호사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구 시장에 도전할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계 출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박 전 대통령이 공개 지원할 경우,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공천 페널티 규칙’의 적용 여부, 끝으로 권영진 대구시장이 3선을 노리고 있는 상황 등이다.
 
우선, 유 변호사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친박계와 친이계 등 계파 간 줄다리기 모양새가 나타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24명의 인수위원 중 9명이 이명박 전 정부에서 활동한 인사들인 만큼, 친박계와 친이계 간 계파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김재원 최고위원을 지원할 경우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다소 난감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공천 페널티 규칙’(현역 의원 10% 감점, 무소속 출마 전력 15% 감점)을 두고 이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의 내막은 이렇다. 대구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대표가 갖고 온 초안은 감점 비율이 더 높았다”고 주장했다.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에 불리한 감점 조항 의결에 자신이 참여한 것과 관련해 홍 의원이 반발하자, 김 최고위원은 ‘해당 조항은 이준석 대표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곧장 다음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김 최고위원을 향해 “굉장히 불쾌하다”며 “초안은 당의 기획조정국에서 만든다. 그리고 제가 거기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지시사항을 내리지도 않는다. 저는 경선주의자이므로 웬만하면 페널티를 안 주고 가산점도 다 반대한다”고 맞섰다.
 
홍 의원은 “27년간 당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벌을 받으면서까지 경선을 해야 하느냐”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 페널티 규칙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다소 완화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공천 페널티 규칙이 그대로 적용되면 홍 의원은 총 -25%를 감산 받고 경선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직 한 의원은 전날(24일) “6월1일 대구시장 선거에서 선수로 뛸 예정인 김재원 최고위원이 경기에 앞서 심판으로 룰을 만들고, 다시 선수로 참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쟁을 벌였던 만큼, 홍준표 의원을 당내에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현역 대구시장인 권영진 시장이 3선을 노리고 있는 점도 변수다. 지역 기반이 중요한 당내 경선 특성상 권 시장과 김 최고위원 간 단일화 등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벌어질 경우 파급력이 특히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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