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28일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열린 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기자회견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을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라며 시위 참가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조이도 김 의원을 따라 함께 엎드렸다.
이어 “당사자이자 국회의원으로서 말씀드린다.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여러분(장애인 단체)의 입장을 설득하고 잘 전달하겠다”며 “앞으로 5년간 이동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예산들이 잘 집행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챙기겠다.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시위로 인해 출근길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함께 전했다. 그는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 시민분들께 죄송하다. 출근길 불편함, 상상만 해도 짜증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시위에 참가했다. 장 의원은 “이런 시위에 대해 폄하와 모욕적인 표현을 차기 여당의 당 대표가 반복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깊은 유감을 표현했다”며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이준석이라는 한 사람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고, 그것이 국민의힘이라는 공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렇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대한민국에 굉장히 필요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전장연의 시위를 두고 공당의 대표와 당내 초선의원이 서로 다른 발언과 행동에 나서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김예지 의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 시위참가 전, 당내에서 사전 조율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김예지 의원께서 입법기관으로서 개인적으로 참가한 것이지 당내에서 사전에 조율된 것은 없었다”며 “국민의힘 차원의 공식 사과가 아닌 정치인이자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픈 심경으로 사과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25번째 시위에 첫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김 의원은 그동안 지하철 선전전에서 시민들은 불편함을, 장애인들은 장애인대로 호소를 해야만 하는 대치 상황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쭉 지켜봐왔다”며 “정치와 예산의 영역에서 다뤄야 하는 문제임에도 사회적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니 결국 참가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시위 참가 이후 이준석 대표 측으로부터 언급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 의원이 현장을 방문했는데, 전장연 측에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장연에 사과할 일은 없고, 김 의원은 개인 자격으로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평가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주말에만 10차례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근길 지하철 점거 시위에 나선 전장연을 향해 “볼모”, “언더도그마”와 같은 다소 강한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이 무조건 현재의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로 삼는 시위방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건 걸지 말고 (시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앞선 26일에도 페이스북에 “소수자 정치의 가장 큰 위험성은 성역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단 하나의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게 틀어막는다는 것에 있다”며 “왜냐하면 지금까지 수많은 모순이 제기 되었을 때 ‘언더도그마’ 담론으로 묻어버리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언더도그마란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뜻한다.
아울러 그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특정집단의 요구사항이 100% 관철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선량한 시민, 최대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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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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