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국민 거주 안전성 크게 훼손”
폐지·축소 포함해 주택 임대차 제도 개선
민간 임대 활성화 방안 등 조속히 시행
민주당 “임대차 3법, 원칙적으로 지켜야”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차기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어 인수위 계획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임대차 3법 개편과 관련해 다수당인 민주당을 설득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현 정부가 임대차 3법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유예 기간 없이 급격히 도입하면서 인위적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국민의 거주 안전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차기 정부는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해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포함한 주택 임대차 제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다”며 “충격에 따른 시장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은 2020년 7월 민주당이 세입자 보호를 명목으로 추진·통과시킨 법안이다. △2년 임차 계약 후 1회에 한해 추가 2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증액 상한을 이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계약 30일 이내 관련 정보를 신고하도록 한 ‘전월세신고제’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임대차 3법이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적지 않은 비판을 받으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임대차 3법 개선 의지를 내비치면서 인수위의 법 개정 추진에도 더욱 속도가 붙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해 8월 ‘국민 주거 향상 대책’에서 “임대차 보호법의 재개정과 적절한 보완 장치 마련을 통해 전월세 시장의 왜곡을 바로 잡고 임차인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인수위는 임대차 3법 개정을 위해 민주당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심 교수는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민주당을 설득해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임대차 제도와 관련한 이해관계자가 많아 시장 불안 요소를 꼭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대차 3법 개정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비해 법 개정에 앞선 단기 방안으로 민간 임대 등록 활성화, 민간 임대 주택 활성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심 교수는 민간 임대 등록과 관련해 “그간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나 지원 정책 축소 등 정책 변화로 인해 신규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며 “따라서 재고 순정 효과가 있는 건설 임대를 충분히 공급하도록 지원하고, 매입 임대는 비(非)아파트와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민간 임대 주택과 관련해선 “2015년 기업형 임대 주택 ‘뉴스테이’를 도입했으나 시행 3년 후 지원 축소·규제 강화 등 제도 변화로 인해 정책 신뢰도가 저하되고 민간 임대 주택 공급 불안을 초래했다”며 “공공 임대 공급의 한계를 감안해 민간 등록 임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것이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기금 대출 및 융자 확대 △금융 세제 지원 △공공 택지·리츠 제도 등을 활용한 지원 강화 방안 등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주택 공급 확대와 더불어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내용도 마련할 예정이다. 심 교수는 “민간 주택 공급 확대안과 함께 취약 계층에 공급량을 일부 배정하는 등의 계층 혼합 방안, ‘소셜 믹스’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임대차 3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방안을 조속히 시행해 정책 변화 효과를 빠르게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심 교수는 “민간 등록 임대 활성화는 법 개정 없이도 추진할 수 있고, 여야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1차적으로 집어넣었다”며 “이 외에도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포함한 주택 임대차 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며 “민주당을 설득해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법 개정 없이 정부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는 게 인수위의 의견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대차 3법이 실제로 개정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 개정이 불가능해서다.

더구나 법이 시행된 지도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폐지 및 축소 논란이 일 경우 부동산 시장에 또다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현 법안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전 대선 후보와 민주당은 임대차 3법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위원들이나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당내 의원들 검토 단위에서 상의를 하겠다”며 “올해 하반기 계약 기간이 새롭게 갱신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임대차 3법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임대차 3법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바꿀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세 재계약률도 비교적 높아진 편인데다 전세 시장 안정 등을 고려했을 때 미세하게 조정할 필요는 있을 수 있지만, 임대차 3법의 취지와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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