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서울시가 지난해 광주 동구 학동에서 발생한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게 ‘영업 정지 8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현행법상 해당 사고로 받을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행정 처분이 현산에 내려지면서 올해 초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징계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난해 8월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건물 붕괴사고.
▲ 지난해 8월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건물 붕괴사고.

◇‘부실 시공 혐의’ 영업 정지 8개월…현산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통해 대응”

서울시는 국토교통부(국토부)의 행정 처분 요청에 따라 현산에 대해 의견 제출과 청문 등을 거쳐 8개월 간 영업 정지를 결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건물 잔해가 현장 인근을 지나던 버스 위로 쏟아지면서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중대한 인명 사고로 이어졌다.

이에 국토부는 같은해 9월 철거 공사 원청사인 현산과 하도급 업체인 한솔기업을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해 달라고 각각 요청했다.

이 중 현산에 대해선 부실 시공과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에 대한 행정 처분을 내려달라고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번 행정 처분과 관련해 부실 시공 혐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처분 사유는 해체 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해 구조물 붕괴 원인을 제공한 점, 과도한 살수로 성토층 하중 증가 방지 등을 위한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한 점 등이다.

건산법 제82조 제2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80조 제1항에 따라 ‘고의나 과실로 건설 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키거나 일반 공중에 인명 피해를 끼친 경우’ 영업 정지 8개월의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한솔기업의 등록 관청인 서울 영등포구의 처분이 나온 뒤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계획이다. 영등포구는 다음달 중 법률 자문을 거쳐 하도급 업체에 대한 행정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결정될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 처분은 영업 정지 8개월에 가산될 예정이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광주 동구 학동 건물 붕괴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부주의와 불감증이 여전함을 보여준 사고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실 시공 등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을 것이고, 현장의 잘못된 관행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행정 처분을 받은 현산은 8개월 간 입찰 참가 등 건설 사업자로서 행하는 영업 활동을 전혀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처분을 받기 전 도급 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 공사 등은 계속 시공할 수 있다.

현산은 이번 행정 처분에 대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현산 관계자는 “서울시의 행정 처분과 관련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 처분 취소 소송으로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며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행정 처분 취소 소송의 판결 시까지 영업 활동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 올해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 올해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광주 화정아이파크’ 징계 수위 높아지나…일각선 “현산, 등록 말소될 수도”

현산에 대한 이번 행정 처분으로 올해 초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징계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올 1월 11일 현산이 시공하던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201동 외벽이 23층까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건물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사실상 ‘인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올 1월 12일부터 약 2개월 간 진행된 현산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상층인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이 당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벽과 바닥을 이루는 콘크리트 강도가 매우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해 붕괴 등에 대한 건축물의 안전성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시공사와 감리자의 부실한 감독·감리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에 국토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과 피해 규모를 볼 때 엄중한 처분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에 시공사(원도급 업체)인 현산에 ‘등록 말소 또는 영업 정지 1년’의 행정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업계는 광주 동구 학동 건물 붕괴사고에 대한 행정 처분이 건산법상 내릴 수 있는 최장 기간인 8개월 간 영업 정지로 결정된 만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징계 수위 또한 상당히 강력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산의 등록 말소까지도 점치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 말소 처분이 내려지면 현산의 모든 영업 활동은 즉각 중단되고, 현 법인명도 쓸 수 없게 된다. 아울러 기존의 시공 실적과 브랜드명인 ‘아이파크’도 사라진다.

이에 16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1000여 개사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전담 조직을 구성해 6개월 이내 등록 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한 행정 처분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실 시공으로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하는 건설 업체에게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6개월 이내 신속히 행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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