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 기준 상향·부과 기준 완화 방안 유력
기부채납 등 부과 방식 전면 손질도 검토
법 개정 위해선 더불어민주당 동의 필수적
반포 현대 등 부담금 부과 절차 잠정 중단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정부가 재건축 규제 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를 개편키로 했다. 과도한 재초환 부담금을 완화해 주는 방안부터 부담금 부과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논의되는 중이다.

5일 인수위와 정부, 국회, 업계 등에 따르면 인수위와 정부는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완화와 함께 재초환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지적된 과도한 재초환 부담금을 현실에 맞게 보완할 것이다”고 말했다.

재초환은 사업 기간(추진위원회 승인~준공 시점) 동안 오른 집값(공시 가격 기준)에서 건축비 등 개발 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웃돌 경우 10~50%까지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도입된 재초환은 부동산 침체기 등을 거치며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부활하면서 2018년부터 재건축 단지들에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재건축 조합은 전국 63개 단지, 3만3800가구에 이른다.

문제는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하는 단지가 속출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다수 조합들은 “이 금액을 내고는 도저히 재건축 사업을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수위와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맞춰 재초환 부과 방식을 수정해 부담금을 줄여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당선인은 재초환에 대해 “100채가 있다가 200채가 들어옴으로 인해 교통 유발, 환경 부담 등이 생기면 정부가 재정 투입을 해야 하니 그에 대해 수익자로서 부담하는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공공 환수를 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행 3000만원 이하인 면제 기준을 상향 조정해 면제 대상을 확대하고, 3000만원 초과부터 초과이익 구간별로 10%부터 최대 50%인 부과율을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인 경우 부과율은 10%다. 이어 △50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는 20% △7000만원 초과∼9000만원 이하는 30% △9000만원 초과∼1억1000만원 이하는 40% △1억1000만원 초과는 50% 등이다. 인수위와 정부는 해당 구간과 부과율을 손질해 부담금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또 재건축 종전가액 평가 시점을 추진위 승인에서 조합 설립 인가 시점으로 바꿔 사업 기간을 단축하거나 초과이익에서 제외되는 공사비 등 비용 인정 항목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1주택 장기 보유자 재건축 부담금 감면, 부담금 납부 이연 등도 검토된다.

이와 함께 현행 재건축 부담금이 준공 때까지 예측 불가하고, 미실현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인데다 집값 변동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부과 방식을 전면 손질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입주 후에 부담금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초기부터 용적률 상향에 대한 대가로 임대 주택 등 공공 주택을 짓게 하거나 공공 시설 부지로 토지를 기부채납 받도록 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재건축 부담금 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시행령이 아닌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소급 적용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부담금이 부과된 단지들이 있고, 현재 입주했거나 사업이 진행 중인 단지는 이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재초환 개편에 착수하면서 재건축 단지에 대한 부담금 부과 절차도 사실상 중단됐다.

‘강남권 부담금 1호 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는 지난해 7월 말 완공됐다. 이에 3개월 이후인 같은해 10월 말부터 부담금 부과가 가능했다. 그러나 준공 시점 적정 공시 가격 산정 문제 등으로 부담금 부과가 지연돼 왔다.

이런 와중에 인수위와 정부가 재초환을 손보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재건축 부담금 부과는 법 개정 이후로 상당 기간 미뤄지게 됐다.

반포 현대는 1개 동, 80가구인 아파트 단지를 108가구로 재건축한 것으로 조합의 수익원인 일반 분양 물량이 12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집값 급등으로 인해 가구당 부담금이 2억~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사업 시행 인가 시점인 2018년에 통보된 최초 부담금 예정액(가구당 1억3569만원)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와 개발이익 환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국회 통과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제도를 무력화하는 수준까지 낮추기보다는 조합이 부담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부담금을 낮추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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