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여전한 박근혜, '유영하 대구시장 출마' 전폭 지원
"尹, 보수 아성 대구 못 잡을 시 국민의힘 분열 우려한 듯"
"'박근혜 미팅' 실패가 곧 윤석열 정치적 부담 및 걱정거리"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마치고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걸어 내려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마치고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걸어 내려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 주부터 지방 순회 일정을 소화한다. 보수 아성인 대구·경북(TK)을 첫 행선지로 정하면서 지방선거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시장으로 출마한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수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윤 당선인이 이른바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 정치’를 무시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8일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이 내주부터 TK를 시작으로 지역 순회 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이번 지역 방문을 통해 대선 승리를 만들어준 지역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할 것"이라며 "또 지역 현장에 가 민생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듣고 무엇보다도 윤 당선인이 가장 강조하는 지역균형발전을 이뤄나갈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TK 방문은 1박 2일 일정으로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검토 중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검토 중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의견을 전달한 상황이다. 답이 오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TK 방문을 지역 순회 첫 번째 일정으로 정한 것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을 의식했다고 보고 있다. 보수 아성의 핵심인 대구에 박 전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받는 유영하 변호사가 6·1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는 ‘윤석열 인수위’에 밀집된 이명박(MB) 정부 출신 인사들의 힘이 덜 미치는 곳이다. '윤핵관 3인방'으로 꼽히는 장제원 비서실장은 2007년 MB 지지 그룹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친이계 핵심이다. 권성동 의원과 윤한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윤 당선인의 TK 행보가 향후 국민의힘 내분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권성동 의원이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친박계 인사들이 괴멸 상태가 됐으나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로 결집을 도모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유영하를 밀어주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어오던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힘이 많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이 향후 빠져나가면 여소야대 정국인 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현재 계파가 비윤 친윤으로 나뉘었다. 이는 친이 친박으로 나뉜 것과 같다”며 “두 계파가 충돌을 수년간 해온 마당에 윤 당선인이 제때 대구의 박근혜 민심을 포섭하지 못하면 내분은 또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박근혜 수사'를 진두지휘했기에 대구 민심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좋을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며 "윤석열 당선인 입장에서 박 전 대통령이 만나누지 않으면 정치적 부담이 커짐과 동시에 걱정거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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