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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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수연 기자 | 차기 정부의 대출 완화 기조와 시중은행들의 대출 빗장 풀기 등에 따라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3개월 연속 늘고 있다.
 
은행권이 대출 제한을 풀고 금리를 낮추고 있으나 높아진 기준금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가계 대출이 늘지 않자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 급증 문제가 경제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0.2%p, 비대면대출은 0.1%p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KB국민은행도 혼합형 상품 금리를 0.45%p, 변동금리 상품은 0.15%p 낮추는 등 대출 금리인하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의 ‘2022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8조6000억원 늘어난 109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대출은 7조7000억원 증가한 908조9000억원으로 나타났고 중소기업 가운데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도 2조9000억원 늘어난 43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기업 대출 증가와 관련해 “코로나 금융지원 연장, 시설자금 수요 등과 은행의 기업 대출 취급 노력이 맞물려 대출 증가 규모가 상당 폭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 사진=한국은행
▲ 사진=한국은행
 
일각에서는 기업대출 급증이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기준금리 상승이 주요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정책의 변화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 인상과 기업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질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산업 내 한계기업의 증가는 국내 잠재성장률을 추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96년 7.5%에서 현재(2021년~2022년) 2%까지 추락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문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방안’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한계기업에 투입됐던 자원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 및 신산업 육성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에 주력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향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경로 추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내 잠재성장률은 2025년 1.57%로 떨어진 다음 2030년 0%대에 진입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2020년에 번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 한계기업도 100곳 중 4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020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내고 “지난해 이자보상 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40.9%로 1년 전과 비교해 4.3%p 늘었다”고 밝혔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으로 기업이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인데, 이 지표가 100% 미만이란 것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 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의 잠재부실을 명확히 가늠하기 힘들어 금융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상승하고 기업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조치 연장 등에 따라 은행 연체율이 명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총 0.75%p 올렸지만 연체율은 0.02%p 오르는데 그쳤다. 즉 대출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깜깜이 부실’이 은행 연체율을 낮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는 금리 인상에 대기업보다 취약하다는 점도 부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대기업의 대출금리는 0.57%p 오르지만 중소기업은 0.64%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부채 리스크 우려가 커지자 한국은행은 14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 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0.25%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기존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p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리를 0.25%로 유지한다는 것은 금융당국도 이들의 신용위험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결정”이라며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통화정책 기조와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나 총 한도 및 프로그램별 대출 한도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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