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계획위, 재지정안 원안 가결
여의도·목동·성수도 지정 기한 1년 연장
이들 지역 주택 거래 신고가 지속 경신
신현대12차 전용 156㎡ 4억 오른 59억원
여의도 서울 139㎡ 40.5억원→42.5억원
“尹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 영향”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됐다. 이번 구역 지정은 재건축·재개발 부지가 밀집한 이들 지역을 최대한 덜 자극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를 비롯해 다양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뜻을 내비치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규제를 뚫고 꾸준히 상승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압구정 현대아파트.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압구정 현대아파트.

◇압구정·여의도·목동 아파트 지구,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 토지거래허가구역 1년 연장

서울시는 압구정·여의도·목동 아파트 지구와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구역 지정은 하루 전인 이달 20일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돼 원안 가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해 1년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관련 법률에 따라 위원들이 판단해 원안 가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4월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지구 24개 단지(1.15㎢)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지구 및 인근 지구 16개 단지(0.62㎢)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 지구 14개 단지(2.28㎢)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0.53㎢) 등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면적 기준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거 지역의 경우 2년 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1년이다. 이에 이달 26일 지정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재지정을 결정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효력은 1년 더 연장됐다.

구역 지정 기간 연장도 모자라 이들 지역의 부동산 거래는 더욱 깐깐해졌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 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면적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2월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허가 대상이 되는 면적을 주거 지역의 경우 대지 면적 ‘18㎡ 초과’에서 ‘6㎡ 초과’로, 상업 지역의 경우 ‘20㎡ 초과’에서 ‘15㎡ 초과’로 대폭 축소했다. 소형 연립·빌라·다세대·구분 상가 등의 투자 수요까지 막으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 기조가 지목된다.

오 시장은 이달 12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이 더 중요하다”며 “향후 이러한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며,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적극 협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여의도 아파트 지구.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여의도 아파트 지구.

◇규제 불구 집값 많게는 수억원씩 상승…‘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에 차기 정부 규제 완화 기대감 겹쳐

이들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규제를 1년 더 받게 됐다. 그러나 집값은 꾸준히 오르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시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택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어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의 전용 면적 155.52㎡(약 47.0평) 한 호실은 이달 15일 59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4월 16일 동일 면적 한 호실이 55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4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인근에 위치한 신현대11차의 전용 면적 183.41㎡(약 55.5평) 한 호실은 지난달 17일 59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그러나 지난해 1월 11일 동일 면적 한 호실의 거래 가격은 50억원이었다. 1년 2개월여 만에 10억원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비단 압구정뿐만 아니다. 여의도, 목동 등에서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씩 오른 거래가 나오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아파트의 전용 면적 139.31㎡(약 42.1평)는 지난달 21일 4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0일 동일 면적 한 호실은 40억50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석달 만에 2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달 5일 인근에 있는 화랑아파트의 전용 면적 104.5㎡(약 31.6평) 한 호실도 1년 전 최고가인 19억5000만원보다 2억4000만원 상승한 21억9000만원에 매매됐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단지에선 지난달 29일 전용 면적 106.93㎡(약 32.3평) 한 호실이 직전 신고가 대비 5000만원 높은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업계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려는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 확산돼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의 규제 완화 신호까지 겹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규제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은 매물 자체가 적어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 지역의 거래를 규제로 묶는다고 해도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는 곳인 만큼 매물이 나오면 신고가로 거래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한편 2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구 14.4㎢도 올 6월 22일 지정 기한이 끝난다. 이에 재지정이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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