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공수처법 24조 사실상 폐지 계획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권력기관 견제를 외쳤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수사력 논란에 빠졌다. 특히 최근 고발사주 의혹과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 등 윤 대통령을 입건한 사건을 대부분 무혐의 처분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6일 김진욱 공수처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이라는 오래된 과제, 권력기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공수처의 명분에 관해 설명했다.
 
지금까지 문제가 된 공수처의 수사력과 법리판단 능력에 대한 김 처장의 사과도 있었다. 그는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들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비록 공수처가 극심한 논란 끝에 탄생했고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의 대의명분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의 수사력 논란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한 공수처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진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고발장 ‘전달’ 사실만 확인하고, 고발장을 누가 어떤 의도로 ‘작성’했는지 등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고발사주 사건을 매듭지었다.
 
기소 1호였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은 공판 단계에서 재판장이 공수처 공소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첫 공판에서 “공소장에 ‘다른 검사’로 기재된 주임검사는 누구이고, 피고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이 조사됐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을 거듭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던 공수처 폐지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폐지되지는 않아도 수사 방향과 수사 가능한 인물 등에 대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성과를 내왔다면 폐지론에 대해 반발할 수 있는 명분이나 힘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공수처법이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문서는 총 1170페이지 가량의 대외비 문서로 지난 4월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행계획서의 내용이 지난 5월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로 대부분 반영된 것을 보면 일부 수정을 거쳐 최종 채택이 된 것으로 보인다.

110대 국정과제 중 4번째 과제가 '형사사법 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집행'이다. 이행계획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언급했던 검찰, 경찰, 공수처 관련 발언과 공약들이 실천과제와 함께 명시돼 있다. 대표적 실천 과제로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올 수 있고,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공수처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권을 준 것이다. 

이행계획서는 공수처법 제24조 폐지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경찰·공수처가 함께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부패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검찰, 경찰, 공수처 3자 협의를 통해 수사중복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수사지연 등을 방지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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