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사업단, 지난달 31일 중재안 답변서 제출
“소송 취하·계약변경 의결 취소 철회 선행돼야”
조합 요구 사항인 마감재 고급화도 거부 의사
반면 조합 “市 중재안 큰 틀에서 수용하겠다”

▲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재건축 초대어’라 일컬어지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지 50일째를 맞이했다. 공사 중단 장기화로 인해 조합원의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고, 수천세대에 달하는 주택 공급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으나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갈등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양측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중재에 나섰으나 시공 사업단은 중재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둔촌 주공 시공 사업단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의 중재안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해당 답변서에는 중재안을 거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조합과 시공 사업단의 의견을 반영한 중재안을 마련해 양측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중재안에서 양측 갈등의 핵심인 ‘2020년 6월 25일 변경계약’의 유·무효에 대해 더 논하지 말고, 변경계약에 따라 책정된 공사비 3조2000억원에 대해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을 신청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그 결과를 토대로 계약을 변경할 것을 조합에 권했다.

시공 사업단에는 조합이 제시한 마감재 고급화 및 도급제 변경 요구를 수용하고, 30일 내로 공사를 재개할 것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시공 사업단은 답변서를 통해 “조합이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한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의 소’를 취하하고, 올해 4월 16일 정기 총회에서 의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 취소를 재취소하는 총회가 선행돼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조합의 소송 취하 및 공사계약 변경의 건 총회 의결 취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시공 사업단은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재검증을 신청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계약 금액을 변경하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자재 승인 등 지연에 따른 공사 기간 연장, 추가 공사비 및 마감재 등 필요한 모든 사항이 계약에 반영되고, 총회 의결 및 변경계약 체결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마감재 고급화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시공 사업단은 “이번 공사 중단에 이르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조합이 마감재 고급화를 이유로 특정 업체를 강요하고, 기존 계약에 의한 시공 사업단의 자재 승인을 지연했기 때문이다”며 “조합은 고급화 설계에 소요되는 사업 재원을 분양가 건축 가산비 반영을 통해 확보하려고 하는 만큼 신속한 일반 분양을 방해하는 조합의 고급화 추진은 재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분양 모집 공고를 통해 입주 일정이 확정돼야 최소한의 계약적·법적 근거 및 사업 재원이 확보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사업 대행자를 지정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시공 사업단의 계약상 권리까지 포기하거나 위임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뜻을 표명했다.

시공 사업단은 답변서 말미에 “서울시의 중재안은 시공 사업단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합의 일방적 요구 사항이 상당수 포함되고, 중재안을 수용해도 공사 재개 후 정상적인 공사 수행을 담보할 수 없다”며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시공 사업단이 요구하는 조건이 먼저 충족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공 사업단이 서울시 중재안에 대한 불수용 방침을 내놓으면서 공사 재개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더욱이 시공 사업단은 서울시의 요청으로 잠시 중단했던 타워크레인 철거를 이달 7일부터 재개한다는 방침이어서 공사 재개 시점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시공 사업단은 “일단 서울시 등의 요청에 따라 둔촌 주공 재건축 조합 운영 실태 조사 기간 중 타워크레인 철수는 보류한 상태지만 이달 7일부터는 철수가 예정돼 있다”며 “크레인 계약 만료와 업체들의 요청으로 철거 예정을 바꾸기 쉽지 않으나 전체 철수 계획에 대해 검토 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합은 시공 사업단과 달리 서울시 중재안을 큰 틀에서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조합은 “공사비를 3조2000억원으로 증액하되 한국부동산원 재검증을 거치는 것은 조합이 이전부터 주장해 왔던 사항이다”며 중재안 동의 의사를 밝혔다.

또 “시공 사업단에 대한 소송 취하 등과 관련해선 서울시 권고라면 따를 것이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조합이 서울시 중재를 계기로 갈등 해소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시공 사업단이 ‘중재안 불수용’이라는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중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에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 중재 진행 과정을 문의하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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