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거래량, 전세보다 5만건 이상↑
올 4월 첫 역전 이후 두달 연속 추월
‘금리 인상 탓’ 이자, 월세보다 비싸
임차인 사이에서 월세 선호도 증가세
올 1~5월 서울 월세 거래 3만4540건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
준전세 거래↑…‘전세의 월세화’ 영향
“월세 전환 속도, 더욱 가팔라질 것”

▲ 서울 소재 주택 밀집 지역.
▲ 서울 소재 주택 밀집 지역.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지난달 전국의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량이 올해 4월에 이어 두달 연속으로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대출 규제에다 기준 금리 추가 인상 압박까지 커지면서 월세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양새다.
 
1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34만9362건 중 월세 계약 건수는 20만182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57.8%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달 전세 계약 건수는 14만7542건으로 월세보다 5만건 넘게 적었다.
 
해당 통계는 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부여한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산정된 전·월세 현황이다.
 
올해 들어 월세 비중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올 1월 임대차 거래 20만4217건 중 월세 거래 비중은 46.0%(9만3852건)로 전세 거래량(54.0%·11만365건)을 밑돌았다. 이후 같은해 2월 48.8%(11만2886건), 3월 49.5%(11만3887건) 등 점차 확대되더니 4월에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올 4월 임대차 거래 24만7993건 중 전세 거래량은 12만3804건, 월세는 12만4189건으로, 월세 비중이 전체의 50.1%를 차지했다. 전세가 월세에 역전당한 것이다.
 
업계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지자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임차인들을 중심으로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 등 대출 규제로 전세 대신 월세를 받고자 하는 임대인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봤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장 빠르게 심화하고 있는 곳은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일컬어지는 서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준월세, 준전세 등을 아우르는 전체 월세 거래량은 3만4540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1~5월 기준 최대치다.
 
아울러 3만건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종전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1~5월 월세 거래량 2만7928건과 비교하더라도 23.7%나 증가했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정해진 법정 기한 없이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되기 때문에 지난달까지 월세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에 올 1~5월 서울에서 맺어진 임대차 계약 중 전체 월세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35.0% 대비 4.2%p 오른 39.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내걸린 부동산 시세 정보.
▲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내걸린 부동산 시세 정보.

특히 월세 계약 가운데 준전세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월세 거래를 뜻한다.
 
올 1월 3334건, 2월 3520건 등 3000건을 웃돌던 서울 준전세 거래량은 3월(2962건)부터 하락하기 시작했고, 4월엔 2486건까지 떨어지며 감소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2610건으로 반등하며 다시 거래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임대차 거래 1만4197건 중 준전세 거래 비중은 18.4%로 나타났다. 이는 △올 1월 17.7% △2월 17.6% △3월 15.9% △4월 15.2% 등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의 준전세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2020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부담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준전세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월세 전환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대차법이 올 7월 31일로 시행 2년을 맞으면서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 재계약을 기준으로 전세 가격 상승분이 평균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자 전세 대신 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현 추세라면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월세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KB 아파트 월세지수는 102.3으로 확인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래 최고치다. KB 아파트 월세지수는 중형(95.86m²·약 29.0평)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된 것이다.
 
앞서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올 1월 100.0을 기준으로 △2월 100.8 △3월 101.2 △4월 101.8 △5월 102.3 등 매달 증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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