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월세 거래 비중 57.8%
“국민 10명 중 6명, 월세 살고 있다”
금리 인상 따른 대출 이자 부담 확대
월세 선호↑…‘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내걸린 부동산 시세 정보.
▲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내걸린 부동산 시세 정보.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지난달 이뤄진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량이 전국 17개 시·도 모든 지역에서 전세 거래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중심으로 심화하던 ‘전세의 월세화’가 지방에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2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에서 체결된 전체 임대차 계약 건수는 총 34만808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세 거래량은 20만1124건으로, 전체의 57.8%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국민 10명 중 6명은 월세로 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세 거래량은 14만6965건으로 월세보다 5만건 넘게 적었다.
 
해당 통계는 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부여한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산정된 전·월세 현황이다. 다만 행정구역 정보를 추출할 수 없는 기타 수치는 합산하지 않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의 월세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달 제주의 월세 거래량은 4565건으로 전체(5343건)의 85.4%에 달했다.
 
다음으로 △충남 65.2% △울산 61.9% △대구 61.6% △경남 61.0% △경북 60.5% 등이었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일컬어지는 서울의 월세 거래량은 6만1447건으로 전체의 57.4%나 됐다. 경기와 인천의 월세 비중도 각각 56.7%, 53.5%를 기록하며 전세를 크게 상회했다.
 
올해 4월만 해도 월세의 강세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올 4월 서울의 월세 비중은 51.4%로 전세보다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서로 인접한 수도권인데도 불구하고 같은달 인천의 월세 비중은 43.9%에 그쳤다. 경기(48.8%) 또한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전북 49.0% △대전 47.7% △광주 45.4% △충북 43.5% △전남 41.0% 등 지방에서도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량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 새 전국 17개 시·도 모든 지역에서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말았다.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세의 월세화가 전국을 휩쓴 것이다.
 
실제로 월세 비중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올 1월 임대차 거래 20만3060건 중 월세 비중은 46.0%(9만3332건)로 전세(54.0%·10만9728건)을 밑돌았다. 이후 같은해 2월 48.8%, 3월 49.5% 등으로 점차 확대되더니 4월(50.1%)에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이어 지난달엔 57.8%를 기록하며 60%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월세 거래가 늘면서 전국 월세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종합(아파트, 단독·연립 주택) 월세 가격 지수는 0.16% 올랐다. 직전월인 올 4월 0.15%보다 상승 폭이 0.01%p 더 확대된 것이다.
 
전국 월세 가격 지수는 올 1월 0.16%를 기록한 이후 2월엔 0.13%로 상승 폭을 소폭 줄였다. 그러나 3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상승 폭을 늘리고 있다.
 
월세의 전세 역전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지자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임차인들을 중심으로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 등 대출 규제로 전세 대신 월세를 받고자 하는 임대인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도 월세의 강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금 마련이 어려운 전세 대신 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주거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과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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