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휘발유·경유 공급 가격 인하…리터당 150원 안팎 추정
국제 유가 급락 영향…이르면 이달 셋째주부터 내림세 본격화
정부, 유류세 인하 폭 37%까지 확대…국내 유가 하방 압력↑

▲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선 아래로 내린 서울 소재 한 주유소.
▲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선 아래로 내린 서울 소재 한 주유소.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최근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한 가운데 국내 기름 값 역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과 경유의 공급 가격을 잇따라 낮추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가 이달 1일부터 확대 시행한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유가가 리터당 2000원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2082.1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전인 11일 2090.82원보다도 8.72원 인하된 수치다.
 
경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2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2124.27원으로, 하루 전인 11일 2131.28원보다 7.01원 떨어졌다.
 
국내 유가가 내리고 있는 것은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주 하락한 국제 유가를 반영해 주유소 공급 가격을 낮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SK에너지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와 경유 공급 가격을 대폭 인하한다고 통보했다. 구체적인 인하 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리터당 150원 안팎으로 인하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국제 유가 변동 추이를 내수 판매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최근 가격 하락 추세를 반영해 공급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급 가격 변동 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에너지 외에도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나머지 정유사들 역시 최근의 국제 유가 급락에 맞춰 휘발유와 경유 공급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 가격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국제 유가는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이달 첫째주 배럴당 104.8달러로 지난달 마지막 주 111.4달러 대비 6.6달러 감소했다.
 
국제 휘발유·경유의 경우 하락 폭이 훨씬 컸다. 지난달 마지막 주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28.8달러였으나 이달 첫째주에는 128.8달러로 일주일 새 16.4달러나 내렸다.
 
정유사들의 공급 가격 인하가 실제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만큼 이르면 이달 셋째주부터 국내 유가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주유소마다 탱크를 채우는 주기가 제각기 달라 판매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경기 부천시 소재 한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소비자.
▲ 경기 부천시 소재 한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소비자.

일각에선 현 추세라면 국내 유가가 리터당 2000원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며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37%로 확대했다. 해당 조치에 따르면 휘발유 값은 리터당 57원씩 추가로 인하된다. 경유의 추가 가격 인하 효과는 리터당 38원이다.
 
여기에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 가격을 인하하고 나서면서 주유소 판매 가격의 하방 압력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추가 인하 효과에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공급 가격 내림세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이 내려가는 중이다”며 “이달 중 휘발유 가격이 다시 리터당 2000원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 업계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한석유협회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국내 정유사들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때마다 직영 주유소 판매와 출하 물량을 시행 당일 즉시 내렸다”며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 효과를 최대한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유사들은 유류세 인하 전에 공급된 높은 세율이 적용된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재고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유류세를 인하한 가격으로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정유 업계는 국제 유가 하락을 국내 유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며 “소비자들이 신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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