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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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정부의 우윳값 인상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낙농가로부터 공급 거부까지 불사하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우유 대란’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년 8월 1일 반영되는 ‘원유가격 연동제 우윳값 조정’ 협상이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 추진과 맞물려 무산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국내의 경우 낙농업계의 안정화를 위해 지난 2013년 8월부터 ‘원유가격 연동제’를 실시했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전년도 원유 기본가격에 우유 생산비 증감액을 더하고 여기에 우유 생산비 증감액의 10%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때는 1년마다 조정하지만 4% 미만일 경우 2년마다 조정한다. 

반면 정부가 우윳값 안정화를 위해 추진하고자 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가격을 책정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가 제시한 음용유의 가격은 1100원으로 문제가 없지만 가공유 가격으로 제시한 900원은 원유 생산비용에 조차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낙농가의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바꾸는 낙농 제도 개편(용도별 가격 차등제)이 이뤄진 다음에 가격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며 “현실적으로 지금은 가격 협상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낙농업계는 “농식품부 뒤에 숨어서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유가공업체와 유업체는 비겁하다”며 “우윳값 협상을 조속히 진행하고 용도별 가격차등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사진=해남군
▲ 사진=해남군
◇정부, “현재 상황 지속 시 국내 낙산 농업장래 어두워”

국내 원유가격은 2001년 기준 L당 629원에서 2020년 기준 L당 1083원으로 72.2% 증가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원유 가격은 439원에서 491원으로 11.8% 증가했으며, 유럽연합은 393원에서 470원으로 19.6% 상승하는 등 비교적 적은 상승률을 보였다.

현재 국내의 낙농업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위축돼 국산 원유의 자급률은 77.3%에서 45.7%로 30% 이상 낮아졌다. 또한 2001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 1인당 1년 동안 소비하는 흰 우유는 31kg에서 26.5kg으로 감소했다.

반면 수입 원료를 사용해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버터 등은 63.9kg에서 86.1kg으로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문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낙농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현재의 음용유 중심의 생산으로는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유가공품 시장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한국낙농육우협회의 지역별 집회 등 제도 개편 반대에도 용도별 차등 가격제 등 낙농 제도 개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부는 음용유를 L당 1100원으로 유지하고, 가공유는 900원으로 내리는 대신 일부 차액을 정부가 보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 시 낙농가 소득이 1억6187만 원에서 1억6358만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 사진=한국낙농육우협회.
▲ 사진=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업계, “용도별 차등 가격제는 국내 낙농업계 농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

낙농업계는 농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며 용도별 차등 가격제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낙농육우협회 충남지회는 충남도청 앞에서 지역의 500여 농가와 함께 궐기대회를 열었다.

해당 궐기에서 “사료 가격 폭등과 계속되는 감산 정책으로 농가 부채와 폐업률 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낙농 문제를 물가와 연결한다는 정부안은 낙농 생산 기반 붕괴를 촉진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또한 “폐업 목장이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67% 증가했는데도 낙농진흥회와 유업체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낙농가의 쿼터 감소를 촉진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쿼터는 낙농진흥원을 비롯해 유업체들이 낙농가에게 부여하는 납유권을 말하는 것이다.

낙농업 관계자는 “정부안이 도입되면 현재 220만 톤의 쿼터 중 190만 쿼터만 음용유로 취급돼 정상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나머지 30만 톤의 경우 생산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800원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지난 10일 ‘낙농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내놓은 내용은 낙농업 협회와는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해당 내용을 보고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룟값이 지난 2020년 대비 30% 이상 폭등함과 더불어 환경규제에 따른 시설투자로 농가 평균 부채는 지난 3년간 39.5% 증가해 5억1000만원에 이르고 있다”며 “청년 낙농 후계자의 경우 10억 이상의 고액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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